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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20.01.03 04:59 수정 : 2020.01.03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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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하려는 마음
에드윈 슈나이드먼 지음, 서청희·안병은 옮김/한울아카데미·3만3000원

1921년 미국에서 시작된 ‘터먼 영재 연구’는 지능지수(IQ) 140 이상의 상위 1%의 초등학생 1528명을 평생 추적한 기념비적 연구다. 이들은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으며 어떤 어른이 되고 어떤 직업을 갖고 어떤 인간관계를 맺으며 나아가 어떤 문제를 겪는지까지 좇는 내용을 담았다. 연구 대상자들이 80대가 되자 병사하거나 자살한 사람들이 여럿 나왔다. 이때 한 심리학자가 1964년 이전의 자료, 즉 이들이 50살 이전일 때의 자료만 본 뒤 훗날 자살할 가능성에 대한 순위를 매겼다. 놀랍게도 그가 1~6위까지 매긴 사람 중 한명을 제외하고 5명이 자살한 것으로 드러났다.

<자살하려는 마음>(The Suicidal Mind, 1996)을 쓴 저자 에드윈 슈나이드먼이 바로 그 심리학자다. ‘현대 자살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그는 미국에서 자살예방센터를 설립해 24시간 상담 서비스를 운영하며 자살 예방 프로그램을 만들고 미국자살학회를 설립해 자살학 전문 학술지인 <자살과 생명위협행동>을 창간한 바 있다. 그의 핵심적 명제는, 자살이 ‘심리통’에서 비롯한다는 것이다. 육체적 고통이나 경제적 고통 등 다른 고통이 아니라, 오직 정신적 고통 때문에 자살을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의 통찰이 빛나는 대목은 자살자들의 공통점을 10가지로 정리해낸 부분이다. 그들은 왜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믿었을까? 그들의 첫 번째 공통점은 자살을 현재 처해진 어려움으로부터의 해결책, 그것도 유일한 해결책으로 여긴다는 것이다. 두번째, 이들이 자살을 통해 목표하는 바가 ‘의식의 중지’라는 점이다. 세번째, 이들이 의식을 중지하려는 이유는 심리적 고통을 피하기 위해서다. 네번째, 이들에게 가장 큰 심리적 고통을 주는 것은 심리적 욕구의 좌절이다. 그들이 가장 원했지만 충족하는 데 실패한 욕구가 바로 심리적 고통을 불러일으킨다. 배우 마릴린 먼로의 경우 남들보다 돌봄과 사랑을 받고자 하는 욕구가 컸는데 이것이 충족되지 않자 자살로 이어졌다고 저자는 분석한다. 다섯번째, 이들의 공통된 정서는 절망, 무력감이다. 여섯번째, 하지만 이들의 인지상태는 양가적이다. 자살이 자신의 고통에 대한 유일하고도 논리적인 해결책이라고 굳건히 믿는 동시에, 구조되고 싶다는 갈망 역시 간절하다. 저자는 “구조의 가능성을 전혀 상상하지 않고 자살을 100% 원했던 사람은 내가 아는 한 아무도 없었다”고 말한다. 일곱번째, 자살에 공통되는 지각 상태는 위축이다. “다른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자살은 내가 할 수 있는 단 한 가지” 등이 자살 시도자들의 공통된 언어다. 여덟번째, 이들이 원하는 것은 ‘벗어남’ ‘탈출’이다. “벗어날 것이다” “탈출”이라는 표현도 자살자들의 공통적인 언어다. 아홉번째, 이들은 의식적 또는 무의식적으로 자살을 할 것이라는 신호를 외부에 전달한다. 열번째, 이들의 자살 이전 삶의 작동 방식 역시 위축과 이분법적 사고, 회피와 물러남 등의 경향이 강했다. 삶에서 보여주는 일관된 태도가 ‘자살’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 때문에 이 학자는 50살 이전의 삶을 살펴본 뒤 그 뒤의 자살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었던 것이다.

책은 전문적인 심리치료가 최선의 예방법이라며 전문가들이 이들을 어떻게 치료하는지에 대한 기제도 설명한다. 그럼 일반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물어야 한다고 한다. “어디가 아픈가요?” “무슨 일이 있나요?” “지금 뭐가 가장 힘든가요?” 상대에게 질문을 던져주는 것만으로도 자살이 유일하고도 논리적인 해결이라고 달려가는 두뇌 회로에 숨통을 틔워줄 수 있다고 한다.

김아리 자유기고가 ari930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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