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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2.27 05:01 수정 : 2019.12.27 20:45

사브리나
닉 드르나소 지음, 박산호 옮김/아르테·2만4000원

평범한 여성 사브리나는 어느날 아무 이유없이 끔찍하게 살해당한다. 사건 이후 남겨진 주변인들은 고통 속에 하루하루를 힘겹게 견뎌낸다. 남자친구인 테디는 어릴적 친구인 캘빈을 찾아와 그의 도움을 받으며 함께 지내지만, 정신적인 충격으로 이상행동을 보인다. 사브리나의 동생 산드라도 일상을 회복하기 어렵긴 마찬가지다.

사브리나의 죽음은 전국의 신문사와 정치인 등에게 범죄 장면이 담긴 비디오테이프가 배달되면서 전국에 알려진다. 언론은 이 충격적인 사건을 대대적으로 보도한다. 방송사는 괴로워하는 산드라를 촬영한다. 캘빈의 집 앞까지 찾아가 무작정 마이크를 들이밀기도 한다. 인터넷에선 사건을 둘러싼 억측과 음모론이 난무한다. 사건은 조작됐고, 정부의 거대한 사기극이 이 사건 뒤에 도사리고 있으며, 사브리나는 여전히 살아있다는 것, 그의 주변인들이 사실은 연기 중인 배우라는 근거없는 주장들이 ‘진실’의 탈을 쓰고 온라인과 라디오 방송을 통해 퍼져나간다. 캘빈과 산드라는 “진실을 밝힐 의무가 있다”거나 이유 없이 “죽이겠다”는 협박 메일을 받는다.

주목을 끌고 관심을 받기 위해 타인의 고통을 유희로 바꾸는 일이 반복된다. 실시간 검색어를 제공해 자극적인 뉴스 확산의 지렛대가 되는 포털, 누구나 쉽게 참여하지만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댓글창, 확인 없이 퍼져나가는 가짜뉴스가 일상을 위협하는 현상은 비단 책 안에서만 벌어지지 않는다. 작가는 군더더기 없는 그림체로 현대사회의 병폐를 날카롭게 파고든다. 그래픽노블 최초로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히는 맨부커상 후보에 올랐다.

박다해 기자 doal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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