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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2.20 06:00 수정 : 2019.12.20 20:09

[책&생각] 책이 내게로 왔다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이봄출판사(2012)

2010년 서른 여섯을 맞이한 나는, 20대 중반부터 결혼 압박에 시달리던 한국의 70년대생 여자답게 내 인생에서 어떤 뚜렷한 성과를 낼 때가 왔다고 생각했다. 남들보다 사회생활 진입이 늦었던 터라 그 시간을 따라잡기 위해 더 많은 책을 만들며 짧은 시간에 모자란 경력을 보충하려 애썼다. 2010년, 편집자생활 6년 만에 출판사를 만드는 꿈을 이룰 수 있었다.

출판사를 시작했으니 계획의 여왕답게 먼저 가까운 일본의 서점을 돌아보기로 했다. 2010년 가을, 한국과 일본에서 출간된 책들을 나름대로 비교분석해가며 진지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도쿄의 한 서점 베스트셀러 코너에 올라온 책들을 살피다가 유독 한 권의 책이 눈에 띄었다 “나는 태어날 때부터 이미 베스트셀러였다”라고 외치는 유명 작가들의 신간 사이에서 평평하고 동그란 얼굴의 여자가 베란다에 서서 다른 문장을 외치고 있었다.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

나는 한 유명 인사가 어떻게 지금의 성공을 이뤄냈는지를 담은 책을 지나치고, 대단한 문학상을 받은 유명 작가의 소설을 건너뛰어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라는 책을 단숨에 집어들었다. 작가 마스다 미리, 한국에 소개된 적이 없다. 책을 열어보니 단순한 그림체의 4컷 만화다. 만화를 좋아하긴 하지만 이 분야는 자료수집 목록에 없었다.

주인공 이름은 수짱, 나이 서른 여섯, 나와 동갑, 당장 먹고 사는데 지장 없는 딱 그만큼의 연봉, 쓸모없는 자격증, 싱글, 그리고 여자. 분명 출판 동향을 살펴보겠다는 뚜렷한 목표를 갖고 온 출장지에서 나는 나와 마주하고 있었다.

만화 속 주인공 수짱은 모든 에피소드를 한숨으로 시작했다. 한숨의 크기도 다 달랐다. 서른 여섯의 나는 새로운 일을 시작하며 다시 달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모든 게 계획대로 진행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알고 있었다. 퇴근길 지하철 역에서 내뱉는 한숨, 집에 도착해 현관문 손잡이를 돌릴 때 나도 모르게 내뱉는 그 한숨의 존재를 말이다. 숨의 크기 또한 모두 다르다는 것도.

나는 그 숨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목이 마르면 물을 마시듯 답답하면 한숨을 쉬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마스다 미리라는 작가가 그저 한숨으로 퉁치며 하지 못한 진짜 네 마음속 이야기가 무엇이냐 묻는데 꼼짝할 수가 없었다.

마스다 미리의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라는 책은 내게 이런 의미다. 독자와 호흡하는 책을 내고 싶다면, 네 머릿속 계획만이 아니라 네 마음속 외침에도 귀기울이라고 알려준 책. 이 책에 대한 독자의 리뷰는 한결같다. “내 마음속에 들어갔다 나왔니?”

고미영/이봄 출판사 대표

※ 편집자들이 직접 들려주는 책에 얽힌 이야기를 4주마다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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