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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2.13 05:59 수정 : 2019.12.13 09:20

꿈을 그리는 건축가
김원 지음/태학사, 도서출판 광장·2만5000원

2003년에 낸 에세이집 제목은 ‘행복을 그리는 건축가’였다. 16년 뒤인 올해 낸 책에선 ‘행복’ 대신 ‘꿈’이 자리를 차지했다. 건축가라는 직업을 직접적으로 나타내는 동사 ‘짓다’도 좀더 영역이 넓은 ‘그린다’로 변했다. 표현의 변화가 암시하듯, 세월이 흐름과 함께 그의 시선 역시 더욱 느긋하게 흘러간다.

지난 10여년 동안 쓴 글을 모은 이 책은 다양한 글감을 다룬 수필·회고담·편지·여행기 등 40여편으로 이뤄져 있다. 딸처럼 사랑했던 삽살개 ‘앵두’와의 추억, 이화여대 산악반원들 앞에서 ‘조교다운’ 스키 활강기술을 보여주려다 마취제도 없이 일곱바늘 꿰맨 이야기, 설계사무소 새내기 시절에 ‘작은 집’을 지어달라는 엘지(LG) 창업주 구인회 회장의 부탁을 들어주지 못한 일, ‘술 잘 먹고 욕 잘하고 노래 잘하고 글 잘 쓰는 김아무개 여기자’를 50여년 동안 ‘흠모’한 사연 등을 때론 능청스럽게, 때론 아련하게 풀어놓는다. 도시·건축 이슈도 빠지지 않는다. 역사도시 서울의 정체성을 살리기 위해 사직단의 본래 모습을 어떻게 회복시킬 것인지, 미군 장교 숙소로 사용됐던 송현동 땅을 왜 시민들에게 돌려줘야 하는지, 이상이 살았던 집‘터’의 일부에 불과한 ‘통인동 154번지’의 장소성이 왜 중요한지 등의 고민이 담겼다.

사소한 일도 골똘하게 연원을 찾아가는 김원의 ‘호기심 천국’ 스타일은 곳곳에서 빛난다. 본인이 왜 이토록 모기를 싫어하는지 곰곰이 생각하다가 모기의 생태적 습성을 비롯해 지구온난화 문제까지 탐구심을 확장시키더니 오래 전 찍었던 프랑스 라 빌레트 공원의 모기조형물 사진까지 찾아내는 식이다. 그러곤 천연덕스럽게 무릎을 친다. “그 작은 놈들 때문에 새삼, 참 엄청난 것들을 많이도 배우고 깨달았다.”

이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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