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12.08 13:08
수정 : 2019.12.08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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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김숨이 8일 중국 상하이 하이톤 호텔에서 6·15민족문학인남측협회 주최로 열린 국제문학포럼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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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상하이 6·15민족문학인남측협회 국제문학포럼
‘동아시아 평화와 문학’ 주제로 김숨 등 발표 나서
베트남, 중국, 일본서 ‘새로운 동아시아 관점’ 소개
이광복 회장 “언젠가 북측 문인들도 함께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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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김숨이 8일 중국 상하이 하이톤 호텔에서 6·15민족문학인남측협회 주최로 열린 국제문학포럼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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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우리가 관심을 갖고, 문제를 해결하려 애쓰는 궁극적 목표는 여성뿐 아니라 인간의 존엄성과 인권이 훼손되는 전쟁과 비인도적·인륜적 범죄를 근절하고 평화와 평등을 실현하는 데 있습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한국과 일본 간의 문제에 가두어두지 않고 세계의 문제로 인식해야 하는 것은 그러한 이유 때문입니다. 피해자들이 피해자의 위치에 머물지 않고, 자신들과 같은 고통을 겪었거나 겪고 있는 베트남 여성들이나 남아프리카 여성 등에게 손을 내밀고 연대의 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 역시 그러한 이유 때문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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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김숨이 8일 중국 상하이 하이톤 호텔에서 6·15민족문학인남측협회 주최로 열린 국제문학포럼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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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김숨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단순히 한국과 일본 사이의 문제가 아니라 인류 보편의 인권과 평화의 문제에 직결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숨은 8일 중국 상하이 하이톤 호텔 회의실에서 ‘동아시아 평화와 문학’을 주제로 열린 6·15민족문학인남측협회 국제문학포럼 제2세션에서 ‘군인이 천사가 될 때까지-일본군 ‘위안부’ 길원옥의 노래’라는 제목으로 한 발표에서 이렇게 밝혔다. 김숨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다룬 소설 <한 명>과 <흐르는 편지>, 그리고 각각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과 길원옥의 증언을 바탕으로 쓴 두 소설 <숭고함은 나를 들여다보는 거야>와 <군인이 천사가 되기를 바란 적 있는가> 등을 통해 ‘위안부’ 문제를 줄기차게 소설화해 왔다. 이날 발표에서 그는 길원옥의 삶을 중심으로 ‘위안부’ 문제의 실태를 고발하고 그 피해자들이 이라크 소수민족 여성 마르바 알-알리코와 콩고 여성 레베카 마시카 카추바 등에게 연대의 손길을 내밀었던 사례를 소개하며 “아직 살아 있는 (‘위안부’) 피해자들이 원하는 것은 진정한 사과이고 용서”라고 강조했다.
이날 포럼에서 쩐 반 또안 베트남 하노이사범대학 교수는 이동순 시집 <미스 사이공>에 묘사된 베트남전쟁에 대한 관점을 새로운 동아시아적 전망이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해 눈길을 끌었다. 한국에서는 2005년에 출간되었고 2009년 베트남어로 번역 출간된 이 작품에 대해 그는 “뮤지컬 <미스 사이공>이 미국 병사와 동양 여성의 로맨스를 낭만적으로 표현한 것과 달리, 이동순의 시집에서는 한국 병사와 베트남 여성의 결혼 생활을 쓰라리게 묘사했다”며 “이동순 시인이 자신과 같은 동포인 한국 군인에게 엄격한 태도를 보인 까닭은 베트남 여성들의 운명을 통해서 비슷한 운명을 지녔던 한국 여성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과 베트남은 제국주의의 피해자라는 점에서 같다. 양국의 불행한 과거가 동아시아에 공통적인 메시지를 던져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동안 동아시아 전망이라면 중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놓고 나머지 국가들은 중국과 일본의 위성이나 주변국으로만 보는 경향이 강했다면, 이동순의 시집은 동아시아 민족들이 평등하다는 새로운 관점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오키나와 소설가 오시로 사다토시가 ‘오키나와 전투에서의 ‘집단자결’’에 관해 발표했고, 류사오리 중국 화동사범대학 교수는 중국 소설들의 난징 대학살 묘사에 관해 발표했다. 이밖에도 판티히엔 베트남 호치민 인문사회과학대학 교수는 ‘타이완 문학을 통해서 본 베트남 전쟁’을 발표했으며, 중국 소설가 둥시는 ‘글쓰기는, 소통을 위한 것’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했다. 이날 포럼 1부 사회를 맡은 국문학자 김재용 원광대 교수는 “남북한의 평화가 동아시아의 평화와 직결돼 있다는 점에서 한국과 중국, 일본, 베트남 문인들이 한 자리에 모여 평화와 문학의 역할에 관해 논의하는 오늘 행사의 의미는 지대하다”고 자평했다.
이광복 6·15민족문학인남측협회 대표회장은 개회사에서 “이 행사에 북측 문인들도 함께했으면 좋았을 텐데 그러지 못해 아쉽다”며 “그러나 언젠가는 북측 문인들도 우리와 같이 할 기회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는 바람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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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복 6·15민족문학인남측협회 대표회장이 8일 중국 상하이 하이톤 호텔에서 이 협회 주최로 열린 국제문학포럼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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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남북한 문인들이 금강산에 모여 결성한 6·15민족문학인협회는 기관지 <통일문학>을 발행하는 등 남북 문인들 사이의 가교 노릇을 해 왔으나 2009년 봄 이후 활동이 사실상 중단되었다. 국제펜한국본부, 한국문인협회, 한국소설가협회, 한국시인협회, 한국작가회의 등 5개 문인 단체는 지난달 20일 서울 천도교 중앙대교당에서 6·15민족문학인남측협회를 재결성하고 ‘김정은 시대 북한문학과 통일문학 방향’을 주제로 국제문학포럼 제1세션을 열었다. 6·15민족문학인남측협회는 중단된 기관지 <통일문학>을 복간하고 남측협회 기관지 <평화문학>을 창간하기로 했다. 8일 상하이에서 열린 국제문학포럼 제2세션에는 김지연 한국소설가협회 이사장, 이경자 한국작가회의 이사장, 유자효 한국시인협회 부회장 등 문인 50여명이 참가했다. 참여 문인들은 이튿날인 9일은 상하이 임시정부 청사와 윤봉길 기념관 등 항일 유적지를 둘러볼 예정이다.
상하이(중국)/글·사진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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