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아 지음/집·2만3000원 서울 북촌에는 한옥 말고도 다양한 양식의 주택들이 공존한다. 리모델링한 한옥과 빌라·다세대 주택들 사이사이 20세기 초반의 서양식 콘크리트 주택과 일본식 목조주택이 숨어 있다. 서울의 대표적인 주거지였던 까닭에 북촌에는 시기마다 최신식 주택이 지어졌는데, 그중에서도 눈길을 끄는 것이 식민지 시대 조선인 상류층이 살던 ‘문화주택’이다. ‘양풍 주택’을 표방했지만 외양만 서양식이었을 뿐 내부는 일본식 목조주택과 조선의 온돌방 형식이 결합된 절충형이었다. 전근대와 근대가 착종된 식민지 근대성의 단면이다. 이경아 한국전통문화대 교수가 쓴 <경성의 주택지>는 100여년 전 불어닥친 택지 개발 열풍과 주택 양식의 변화를 통해 서울 도시경관의 형성사를 조망하는 책이다. 이때는 조선왕조 500년 동안 지속된 ‘주문생산’ 방식이, 개발회사가 대규모 필지를 사들인 뒤 그것을 불특정 다수에게 분양하는 방식으로 빠르게 대체되던 시기다. 성곽도시 한양이 해체되면서 궁궐의 일부와 왕족의 주택지가 관사지·사택지로 개발되고 양반들의 대규모 저택지가 소규모 한옥 밀집 지역으로 바뀌던 시기의 변화상이 세밀화처럼 묘사된다. 돌산을 다이너마이트로 깨뜨려 조성한 삼청동 주택지, 서양식 이층집인 ‘문화주택’에 대한 환상과 열기, 남산을 끼고 있어 이상적인 ‘건강주택지’로 각광받은 후암동, 공동묘지를 끼고 있던 빈민마을 신당동이 고급 전원주택지로 변모하는 과정 등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식민도시 경성의 택지 개발과 이로 인한 경관 변화를 기술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개발 주체와 원주민의 삶, 주택을 설계한 건축가와 시공업체 및 그 집에 실제로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함께 담았다. 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
책 |
서울의 주거지 경관은 어떻게 만들어졌나 |
이경아 지음/집·2만3000원 서울 북촌에는 한옥 말고도 다양한 양식의 주택들이 공존한다. 리모델링한 한옥과 빌라·다세대 주택들 사이사이 20세기 초반의 서양식 콘크리트 주택과 일본식 목조주택이 숨어 있다. 서울의 대표적인 주거지였던 까닭에 북촌에는 시기마다 최신식 주택이 지어졌는데, 그중에서도 눈길을 끄는 것이 식민지 시대 조선인 상류층이 살던 ‘문화주택’이다. ‘양풍 주택’을 표방했지만 외양만 서양식이었을 뿐 내부는 일본식 목조주택과 조선의 온돌방 형식이 결합된 절충형이었다. 전근대와 근대가 착종된 식민지 근대성의 단면이다. 이경아 한국전통문화대 교수가 쓴 <경성의 주택지>는 100여년 전 불어닥친 택지 개발 열풍과 주택 양식의 변화를 통해 서울 도시경관의 형성사를 조망하는 책이다. 이때는 조선왕조 500년 동안 지속된 ‘주문생산’ 방식이, 개발회사가 대규모 필지를 사들인 뒤 그것을 불특정 다수에게 분양하는 방식으로 빠르게 대체되던 시기다. 성곽도시 한양이 해체되면서 궁궐의 일부와 왕족의 주택지가 관사지·사택지로 개발되고 양반들의 대규모 저택지가 소규모 한옥 밀집 지역으로 바뀌던 시기의 변화상이 세밀화처럼 묘사된다. 돌산을 다이너마이트로 깨뜨려 조성한 삼청동 주택지, 서양식 이층집인 ‘문화주택’에 대한 환상과 열기, 남산을 끼고 있어 이상적인 ‘건강주택지’로 각광받은 후암동, 공동묘지를 끼고 있던 빈민마을 신당동이 고급 전원주택지로 변모하는 과정 등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식민도시 경성의 택지 개발과 이로 인한 경관 변화를 기술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개발 주체와 원주민의 삶, 주택을 설계한 건축가와 시공업체 및 그 집에 실제로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함께 담았다. 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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