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11.24 15:10
수정 : 2019.11.25 0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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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이 삼촌> 작가 현기영. 최재봉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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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기영 작가 21일 ‘순이삼촌’ 40년 간담회
4·3 진실 알린 첫 소설로 고문 고초도
“어릴 때 겪은 4·3으로 말더듬이 증세까지”
이경자·김정환 등 문인 30여명 참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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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이 삼촌> 작가 현기영. 최재봉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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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저녁 서울 망원동 창비 건물 지하 행사장에서 뜻깊은 모임이 열렸다. 현기영의 소설집 <순이 삼촌> 발간 40주년을 축하하는 간담회였다. 한국작가회의 소설분과(위원장 원종국)가 마련한 이 모임에는 주인공인 작가 현기영을 비롯해 동료 문인 30여명이 참가했다.
<순이 삼촌>은 현기영의 첫 소설집이다. 특히 표제작인 중편 ‘순이 삼촌’은 제주 4·3의 진실을 처음으로 소설로 알린 작품이다. 이 소설 때문에 작가는 보안사에 끌려가 혹독한 고문을 당했으며 책 <순이 삼촌>은 금서로 묶여 그 뒤 14년 동안 독자를 만날 수 없었다.
작가는 197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유미주의 성향 단편 ‘아버지’가 당선되면서 문단에 나왔다. 21일 모임에서 그는 “4·3 얘기를 한 번은 소설로 쓰고 그 뒤에는 ‘문학’이란 것을 좀 하려 했는데 일생을 이것에 매여 살아 왔다”고 웃으며 말했다.
“어려서 겪은 4·3이 트라우마가 되어서 개인적으로는 말더듬이 증세가 나타났어요. 억압된 내면을 해방시키기 위해서도 소설로 쓰지 않을 수 없었지요. 4·3에 관한 이야기가 금기였기 때문에 조금 두렵기는 했지만, 나름대로 장치도 마련했기 때문에 괜찮지 않을까 싶었지요. 소설에 양심적인 서북청년단을 등장시켰거든요. 그래도 소용이 없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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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현기영이 21일 저녁 서울 망원동 창비 지하 행사장에서 자신의 소설집 <순이 삼촌> 발간 40주년을 기념해 후배 작가들이 마련한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최재봉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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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기영 소설집 <순이 삼촌> 역대 판본들. 최재봉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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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2박 3일에 걸쳐 겪은 고문을 회고하면서 거듭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고문이란 사람을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가는 것”이라고 했다.
이날 모임에서는 후배 작가들이 현기영과 <순이 삼촌>에 관한 회고담을 들려주기도 했다. 이경자 한국작가회의 이사장은 “<순이 삼촌>은 소설이 억압과 주눅들림, 왜곡, 거짓으로부터 어떻게 힘차게 역사적 진실을 길어 올릴 수 있는지를 증거해 준 작품”이라며 “선배 작가가 개척해 놓은 길이 등대 불빛처럼 후배들을 이끌고 힘을 주었다”고 말했다. 시인 강형철은 “폭포는 곧은 절벽을 무서운 기색도 없이 떨어진다”는 김수영의 시 ‘폭포’ 첫 구절을 인용하며 “현기영 선생은 금기로 묶인 진실을 용감하게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한기욱 <창작과비평> 주간은 “<순이 삼촌>은 ‘너는 어떻게 살 것이냐’ 하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한 내 인생의 책 중 하나”라고 회고했다.
현기영은 “90년대 이후 한국 소설이 개인과 일상에 치우쳐서 아쉬움을 주었는데 최근에는 공동체와 역사에 관심을 보이는 작품들이 다시 나오고 있는 것 같아 반갑다. 문학에서 개인과 사회, 일상과 역사는 같이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소설가 김서령과 문학평론가 홍기돈이 ‘순이 삼촌’ 일부를 낭독했으며, 후배 문인들은 자신이 읽은 <순이 삼촌> 단행본을 가지고 와서 선배의 사인을 받기도 했다. 이날 모임에는 시인 김정환·박남준·박철·김해자·정우영·안현미 등과 소설가 유시춘·한창훈·오수연·전성태·심윤경 등이 참가했다. 행사를 마련한 원종국 위원장은 “2029년 11월, <순이 삼촌> 발간 50주년 축하 모임에서 다들 다시 만납시다”라는 발언으로 자리를 마무리했다.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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