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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현 선수가 아끼는 농구공을 들고 활짝 웃고 있다. 사진 임경빈(스튜디오 어댑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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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일이 만난 완소 피플
창원 LG 세이커스 소속 농구선수
배우인 아내 박가원과 예능 방송 출연도
패션 감각도 뛰어난 그···은퇴 후 지도자가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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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현 선수가 아끼는 농구공을 들고 활짝 웃고 있다. 사진 임경빈(스튜디오 어댑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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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소년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최고의 만화는 무엇일까? 농구 코트를 누비는 주인공 강백호의 눈부신 활약이 돋보이는 만화 <슬램덩크>를 첫손가락에 꼽는 이가 많을 것이다. 강백호는 형보다 믿음직스럽고, 옆집 친구보다 친근한 캐릭터였다. 일본 원작을 한국식으로 바꿔 <소년챔프>에 연재한 <슬램덩크>는 드라마 <마지막 승부>(MBC·1994)의 모티브가 되기도 했다. 만화와 드라마에 매료된 소년들은 코트로 달려갔다. 농구선수 강병현(34·창원 엘지 세이커스 소속)도 그런 소년 중 한 명이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농구를 시작한 그는 시작하게 된 계기를 “<슬램덩크>와 <마지막 승부>의 영향”이라고 말한다. 아내인 배우 박가원과 <에스비에스> 예능 프로그램 <오! 마이 베이비> 등에 출연해 ‘훈남 예능감’을 맘껏 발휘한 그를 지난달 31일 김성일 스타일리스트가 만났다.
김성일(이하 김) 농구를 정말 좋아한다. 나도 키가 좀 큰 편이라서 어릴 때부터 관심이 많았다. 농구 하게 된 계기는?
강병현(이하 강) 옆집 친구가 농구를 했다. 같이 하교하면서 한번 해봤는데 재밌었다. 초등학생치곤 키가 큰 편이었다. 어느 날 농구부 코치가 와서 제의했다. <슬램덩크> 만화도 좋아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시작했는데 막상 재미있기 보다는 힘들었다. 대회에서 우승하니까 서서히 재미가 생겼다. 농구대잔치 가서 보는 것도 좋아했다. 당시 기아자동차 선수들이 멋있는데 다들 중앙대 농구부 출신이었더라. 중대 농구부는 허재, 한기범, 김유택 등 쟁쟁한 선수가 많았다.
김 그래서 중앙대로 진로를 정한 것인가? 중대 농구부는 전설 같은 팀이긴 했다.
강 선배들이 농구를 잘했다. 제일 먼저 중앙대에서 입학 제의가 오긴 했지만, 가장 가고 싶은 곳이기도 했다.
김 강 선수가 활약하던 때 중대 농구부가 대학 리그에서 52 연승을 한 것으로 아는데.
강 38 연승까지 하고 졸업했다. 졸업하고 프로선수로 활동하기 시작했는데 대학 때만큼 성적이 안 나와 고민 많았다. 연봉도 다른 선수보다 많이 받고 갔기에 내 자신에게 실망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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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일 스타일리스트와 대화하는 강병현 선수. 사진 임경빈(스튜디오 어댑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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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팅가드가 포지션인 강 선수는 전주 케이씨씨(KCC) 이지스에서 활동하다가 군대에 갔다. 다녀온 후 원소속팀에 복귀했으나 안양 케이지시(KGC) 인삼공사로 트레이드됐다. 지금은 창원 엘지(LG) 세이커스에서 뛰고 있다. “케이씨씨에서 쭉 뛴 후 은퇴하고 싶었는데 아쉬움이 컸다”고 그는 말한다.
김 엘지 세이커스 현주엽 감독과는 잘 맞는지?
강 저를 스카우트하셨다. 전에 있었던 케이지시 인삼공사에서 만족할 만한 성과는 못 냈는데 감독님이 불러주셨다. 제 농구 인생 살렸다. (웃음)
김 농구계에서 가장 존경하는 이나 롤 모델인 사람은?
강 중앙대 농구부에는 정봉섭 감독 등 전설인 분들이 계셨다. 창의적인 농구를 하라고 했다. 전주 케이씨씨 이지스 시절 허재 감독도 기억에 남는다. 무서운 ‘호랑이 감독’이었다.
김 선수로서 가장 힘들었던 때는 언제인가
강 2015년 아킬레스가 파열해 큰 수술을 받았을 때다. 재활만 1년 걸렸다. 가장 힘들 때였다. 하지만 인생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고, 주전으로 못 뛰는 후보 선수들의 마음을 알게 됐다. 그 친구들을 잘 챙겨야 좋은 지도자가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김 프로선수로 활동하면서 좌절한 적이 많은가보다.
강 생각만큼 실력 발휘를 못 했다. 대학 때 농구 전술이 안 먹혔다. 용병들과 경쟁도 만만치 않았다. 전주 케이씨씨 허재 감독님께 혼도 많이 났다. 자신감이 부족했다. 한편으로는 의욕과 마음만 있다고 잘 되는 게 아니구나 싶었다. 근성 있게 시합하라는 허재 감독님 말이 지금도 기억난다. 지금 하면 잘할 거 같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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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현 선수가 농구 코트에서 드리블하고 있다. 사진 창원 엘지(LG) 세이커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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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운동선수들은 체력이 중요하다. 유명한 선수들 보면 각자 먹는 보양식이 다 있더라. 뱀탕에 소금만 뿌려 먹는 선수도 봤다.
강 작은 고모부가 한의사다. 어릴 때부터 보약을 많이 먹었다. 할머니가 준비해주신 보약도 먹었다
김 2016년께 가족 누드사진도 찍었던데. 재밌는 활동이다. 사진이 매우 아름답더라.
강 아이 돌 사진 찍으러 갔다가 우연히 찍게 됐다. 기저귀를 갈려고 하는데 사진가가 가족 누드 찍으면 멋있겠다고 했다.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24만명이 넘는 아내가 사진을 계정에 올려 알려졌다.
김 아내와 만나게 된 계기는? ‘2007 미스코리아 선’에 당선된 이가 지금 아내 박가원이다.
강 2008년 졸업할 때 지인 소개로 만났다. 만나기 전 검색 등을 통해 알고 있었다. 만나자마자 좋았다.
박가원이 웃으며 참견에 나섰다. “친구가 연세대 농구부에 있었는데 경기를 한 번 본 적 있다. 그때 1번을 단 중앙대 농구부 소속 신랑을 봤는데 인상이 깊었다. 4년 뒤 만난 건데 인연 같았다.” 둘의 만남은 마치 <마지막 승부>의 로맨스 같다. “사실 부모님의 반대가 있었지만, 병현씨의 성실한 모습에 지금은 엄청난 팬이 되셨다.”
김 배우와 농구. 두 사람이 하는 일의 영역이 매우 다르다.
강 아내는 저녁형 인간이고, 나는 아침형이다. 경기가 없는 날엔 아이들 챙겨 어린이집에 보내곤 한다. (웃음) 아내는 발레를 전공했는데 내 일을 많이 이해한다
김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도 많은데, 예전 운동선수들과는 조금 다르다. 아내와 한 라이브방송도 수만명이 본 것으로 안다.
강 팔로워 수는 10만명 정도다. 농구 선수 중에는 많은 편에 속한다. 한동안 열심히 사진 등을 올리다가 요즘은 잘 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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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누드 사진을 찍은 강병현 선수. 사진 강병현 선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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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박가원이 대답을 이어 말했다. “‘너는 인스타그램이나 하느냐’ 같은 댓글에 상처 입었다. 농구를 잘 모르는 이도 신랑은 아는데. 그저 농구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커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한 건데 그런 댓글이 달리면 아무래도 기분이 썩 좋지는 않다.”
김 어떤 아빠인지 궁금하다. 또 어떤 아버지가 되고 싶은가?
강 많이 부족하다. 서툴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한가지는 꼭 지키게 한다. 사람들에게, 어른들에게 예의 없이 행동하면 크게 혼낸다. 그 뒤 달라진 모습 보면 뿌듯하다. 제 아버지는 친구나 형 같다. 지금도 격식 없이 지낸다. 그런 아버지가 되고 싶다.
김 아이들이 배우나 농구선수 하고 싶다고 하면?
강 농구한다면 고민이 될 거 같다. 얼마나 힘든지 아니까. 그런데 둘째 아이(강유하·3살)가 농구공을 좋아한다. 공만 있으면 종일 잘 논다. 경기장에 데려간 적 있는데 아이가 지루할 법도 한데 잘 지내더라. 유치원에서는 둘째 아이 때문에 농구 골대까지 만들었다. 큰 애(강유준·6살)는 멋 내는 것을 좋아한다.
김 경기 없는 날엔 무엇을 하나?
강 아이들과 시간을 많이 보낸다. 여행 다녀오고 필라테스 같은 운동을 한다. 최근엔 베트남과 일본 여행을 다녀왔다.
“아내는 배우다. 부담은 없나?”라는 질문에 강 선수는 웃기만 하고 박가원이 답을 했다. “내가 연기자로서 자리를 못 잡은 때 결혼했다. 결혼 전에 오디션 등 보면서 고생하는 걸 지켜봤다. 그래서 불안해했는데, 이제는 응원해 준다. 그래서 <오! 마이 베이비>에도 출연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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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마이 베이비>에 출연한 강병현 선수 가족. 에스비에스 방송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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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인스타그램 활동을 열심히 하는 것 보면 밀레니얼 세대 농구선수 맞다. 평소 취미는?
강 영화보는 것 좋아한다. <어벤져스> 시리즈를 특히 좋아한다. 마블을 어릴 때부터 좋아했다. 패션에도 관심이 많다. 아내에게 제 옷 어디서 샀느냐고 묻는 이가 많은데 다 내가 직접 고른 거다. 빈티지풍이나 남성 의류 브랜드 요지 야마모토를 선호한다.
김 내가 봐도 패션모델 해도 될 만큼 옷에 대한 감각이 뛰어나다. 계기가 있나?
강 방송인 배정남 형님과 같은 부산 출신이다. 그분 추천으로 여러 옷을 입어 보다가 패션 감각이 좋아졌다. 2014년께부터 가까워졌다.
김 이제 34살이다. 농구선수로는 환갑을 넘은 셈이다. 은퇴하면 계획이 있나?
강 최소 39살까지는 뛰고 싶다. 이후 은퇴하면 지도자가 되는 게 1순위 목표다. 2순위는 농구 경기 해설자가 되는 것이다. 선배들은 선수일 때가 가장 좋다고 하는데, 새로운 일에도 도전해보고 싶다.
김 마지막으로 강 선수에게 농구란?
강 희로애락! 농구 때문에 울고 농구 때문에 웃는다.
결혼한 지 5년, 만난 지는 10년. 여전히 이들은 신혼이다. 지금도 생일 때마다 강 선수는 아내에게 손글씨로 축하와 사랑의 말을 전한다. 박가원씨는 그 카드를 다 모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다. 프로선수로 힘들 때 격려해준 아내. 신인 연기자일 때 연예계 고생을 지켜본 남편. 이들이 엮어가는 일상은 외모만큼 예쁘다.
강병현 프로필
2008년 전주 케이씨씨(KCC) 이지스 입단.
2009년 ‘2008-2009 KBL 프로농구’ 챔피언 결정전 우승.
국가대표 선발.
2009·2011년 동아시아 선수권 대회 우승.
2014년 안양 케이지시(KGC) 인삼공사 소속.
2016년 창원 엘지(LG) 세이커스 소속.
<에스비에스> 프로그램 <오! 마이 베이비> 출연.
정리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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