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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4.30 13:28 수정 : 2019.04.30 14:31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지난달 8일 업로드된 ‘유시민의 알릴레오’에 출연해 말하고 있다. 유튜브 화면 갈무리.

강희철의 법조외전(58)
청와대, “공수처 생기면 특감 흡수통합” 강조하지만
‘공수처는 수사·특감은 감찰’ 기관 고유 역할 달라
비위 잇따르며 민정수석 ‘셀프감시’도 한계 드러내
공수처 설치까지는 상당 기간 필요…기소권 제한도
“특감 임명하고 공수처와 통합 문제는 차후 논의를”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지난달 8일 업로드된 ‘유시민의 알릴레오’에 출연해 말하고 있다. 유튜브 화면 갈무리.

공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을 태운 ‘패스트트랙’(신속 처리 법안) 열차가 어젯밤 힘겹게 출발했다. 종착역까지 길면 330일이 걸린다고는 하나, 어쨌든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가 염원해 마지않던 공수처 설치가 가시권에 들어왔다. 그럼 2년간 공석으로 비워둔 특별감찰관(특감)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누군가는 우물가에서 숭늉 찾냐고 힐난할지도 모르지만, 특감은 지금도 다달이 5천만원을 쓰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 이후 국가 예산 11억 5천만원(사무실 임차료 월 5000만원X23개월)이 허공으로 사라졌다. 공무원 4명이 파견돼 텅 빈 사무실을 지키고 있다. 국회가 폐지 입법으로 특감을 없애지 않는 한 ‘간판 유지비용’은 매달 꼬박꼬박 들어간다.

‘특감 부재’는 위법이다. 특감법은 “특별감찰관이 결원된 때에는 결원된 날부터 30일 이내에 후임자를 임명하여야 한다”(제8조 2항)고 규정하고 있다. 이석수 초대 특감이 사실상 해임된 2016년 9월부터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기 전인 2017년 4월까지는 박근혜 정부의 책임으로 돌린다 쳐도, 그 이후는 얘기가 다르다. 법률가 출신인 문 대통령이 5년 임기의 40%가 지나도록 위법 상태를 방치하고 있는 셈이다.

비용만이 전부가 아니다. 특감 공석은 외부 ‘워치 독’(감시견)의 부재다. 대통령과 그 가족 및 친인척, 청와대를 비롯한 고위 공직자를 지켜보는 ‘감시 카메라’가 2년 동안 꺼져 있는 상황이다. 이 상태가 지속된다면 다른 누구보다 문재인 정부에 손해가 될 수 있다.

공수처가 언제 설치될지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에서도 문 대통령과 청와대는 특감 임명을 미뤄왔다. 그 속내는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털어놨다. 지난달 8일 업로드된 ‘유시민의 알릴레오-조국을 지켜라!’편에서다.

조국 민정수석: 특별감찰관은 두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첫째는 대상이 청와대 내 실장, 수석비서관 등등으로 좁혀져 있습니다. 두 번째는 수사권이 없습니다. 감찰에서 뭐가 나오면 다시 검찰로 넘겨야 합니다. (…) 공 수처가 만들어진다면, 특별감찰관은 자연스럽게 흡수 통합될 수밖에 없습니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특별감찰관 제도는 너무 작은 집이고.

조 수석: 네 맞습니다.

이 방송이 나간 다음 날, 어느 법조인이 말했다. “조 수석이 감찰과 수사의 근본적인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더군요. 아니면 알면서도 모른 척하는 것이거나.” 그래서 붙들고 얘기를 더 들어봤다.

특별감찰관과 공수처는 ‘하는 일’이 다르다

“조 수석의 말은 감사원에 수사 기능이 없으니 검찰에 흡수통합하자는 것과 같다. 특별감찰관은 말 그대로 감찰 기관이고, 공수처는 수사 기관이다. 감찰과 수사는 영역이 일부 겹치기는 하지만 설치 목적과 직무 범위가 다르다. 감찰은 비위 행위의 적발과 징계 청구가 고유 업무다. 감찰하다가 범죄 혐의가 드러나면 수사 기관에 넘긴다. 반대로 검경이 수사하다가 처벌하기 어려운 비위를 확인하면 해당 기관에 징계 통보를 한다. 검찰, 경찰 같은 수사 기관 말고 공무원의 직무 감찰을 위해 감사원을 따로 둔 이유를 생각해 보면 이해가 빠를 거다. 공수처가 만들어져도, 대통령과 그 친인척, 최고 권부인 청와대 권력을 상시적으로 감시·감찰하는 독립 기관은 필요하다.” (검찰 고위직 출신 변호사)

실제로, 국회 계류 중인 공수처 법안은 “고위 공직자 범죄 등의 수사”를 직무 범위로 삼고 있다. 방점은 당연히 ‘범죄’에 찍혀 있다. 반면 현행 특별감찰관법은 “친인척 등 대통령과 특수한 관계에 있는 사람의 비위 행위에 대한 감찰”을 직무로 한다. 그러면서 ‘비위 행위’를 다섯 가지로 명시(제2조)해뒀다.

1. 실명(實名)이 아닌 명의로 계약을 하거나 알선·중개하는 등으로 개입하는 행위

2. 공기업이나 공직 유관 단체와 수의계약하거나 알선·중개하는 등으로 개입하는 행위

3. 인사 관련 등 부정한 청탁을 하는 행위

4. 부당하게 금품·향응을 주고받는 행위

5. 공금을 횡령·유용하는 행위

지금 특감의 역할은 이런 ‘비위 행위’를 밝혀내 검찰에 고발 또는 수사 의뢰하는 것이다. 그런데 조 수석의 말대로 특감이 공수처에 흡수 통합되면 어떻게 될까.

‘공수처+특감=감시 공백’이 불가피

“수사기관인 공수처가 특감처럼 고위 공직자와 그 가족을 일상적으로 감시하는 것은 설치 목적이나 직무 범위에 맞지 않는다. 대번에 ‘공수처가 사찰 기관이냐’는 말이 나올 것이다. 예를 들어 비위 의혹이 있는 대통령의 조카 주변을 공수처 직원들이 탐문하고 다니면 어떤 반응이 나오겠나. 반대로 공수처가 특감을 흡수 통합해 수사 업무만 하게 되면 기존 특감이 갖고 있던 ‘독립적인 감찰’ 업무는 사실상 없어진다고 봐야 한다. 공수처의 잠정적 수사 대상자가 수천 명이라고 하니, 물리적으로도 불가능한 얘기다. 공수처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 (과거 정부에서 민정수석실 근무 경험이 있는 변호사 ㄱ)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월15일 ‘국가정보원·검찰·경찰 개혁 전략회의’에서 공수처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하면서, 첫손에 대통령과 그 주변의 부패 감시를 꼽았다. “원래 공수처는 그것(검찰 개혁방안의 하나)이 아니고, 특히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최고 고위층 권력자들에 대한 특별사정기관이다. (…) 기존 사정기관들이 대통령 친인척, 대통령 주변의 비리, 이런 것에 제 기능을 못 했기 때문에, 그래서 제일 첫 번째 대상은 대통령과 대통령의 친인척 특수 관계자, 그다음에 청와대 이런 권력자들이다.”

그러면서 김영삼 정부 이후 역대 정권에서 무슨 법칙과도 같이 반복됐던 대통령 아들들의 비리 사건을 거론했다. 이 대목을 되풀이해 읽어 보면, 대통령의 강조점은 ‘일상적 감시를 통한 예방’에 찍혀 있는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 대통령 친인척 비리는 일단 터지면 대통령과 정권에 치명상을 입히곤 했다. 의혹이 점점 커져 수사 단계로 넘어가면 이미 수습 난망이었다. 기왕이면 미리 막는 게 정권의 안위나 국정의 계속성을 위해서도 바람직하다. 그래서 다시 의문이 든다. 수사 기관인 공수처만으로 권력형 비리의 ‘예방’이 가능할까.

대통령과 그 주변의 ‘오염’ 가능성을 극도로 경계하면서도, 문재인 정부는 이상하리만치 특감 임명에 별 관심과 열의를 보이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2017년 취임 직후인 5월24일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특별감찰관 임명 절차의 진행과 기능 회복” 의사를 밝혔다. 박근혜 정부가 임명한 초대 이석수 특감이 2016년 9월 사실상 해임된 뒤 계속 비어 있던 자리를 채우겠다고 한 것이다. 민주당도 그 즉시 “6월에 가동할 수 있도록 포청천 같은 후보를 추천하겠다”고 화답했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그 뒤론 특감 후보 추천을 둘러싼 여야 이견을 이유로 청와대도 민주당도 침묵하거나 방치했다. 공수처 입법에 들인 정성의 반의반도 기울이지 않았다. 그리고 1년여가 지난 2018년 6월, 지방선거가 여당의 압승으로 끝난 뒤 문 대통령은 더는 국회에 특감 임명을 요청하지 않았다. 대신 조국 민정수석에게 특감 역할을 대신해 달라고 당부했다. “민정수석이 중심이 돼 청와대와 정부 감찰에서 악역을 맡아 달라. 대통령 친인척 등 특수관계인에 대해서도 열심히 감시해 달라.” (문 대통령의 6월18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 발언) ‘셀프감시’로 충분하다고 본 것일까.

민정수석의 팔은 안으로 굽는다

아이러니한 것은 이 당부 뒤로 청와대 직원들의 일탈 행위가 연이어 발생했다는 사실이다. 드러난 것만 해도 △일자리수석실 정한모 행정관의 ‘전화 갑질’ 의혹(2018년 8월) △경호처 직원의 민간인 음주 폭행 및 경찰 직무수행 방해(2018년 11월) △김종천 의전비서관 음주운전(혈중알코올농도 0.12%) 적발(〃)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원들의 비위(〃)가 잇따랐다. 더욱이 특별감찰반원들의 비위는 경찰이 문의하기 전까지 청와대가 몰랐다고 했다. ‘어두운 등잔 밑’의 전형적인 사례다.

게다가 지난 25일엔 신미숙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이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직권남용과 강요 혐의로 기소되기에 이르렀다.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된 환경부 산하 기관 대표 10여명에게 사표를 내도록 강요하고, 이를 거부한 사람에 대해서는 표적 감사를 벌인 혐의 등이다. 또 그 자리엔 자신들이 미리 ‘낙점’한 사람들을 앉혔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검찰이 직전 정권 인사들을 직권남용 혐의로 단죄하고 있을 때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었던 셈인데, ‘셀프감시’ 기능은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 김태우 전 특감반원의 폭로가 없었다면 영영 묻혔을지도 모를 일이다.

과거에도 민정수석실은 대통령 주변 감시에 실패했다. 굳이 멀리까지 거슬러 올라갈 필요도 없다. 문 대통령은 참여정부 초반 1년을 포함해 노무현 대통령 임기의 절반에 가까운 2년 4개월 동안 민정수석을 지냈지만, 대통령 형님(노건평씨) 비리 등을 미리 막지 못했다. 이명박 정부 당시 검찰 출신인 이종찬, 정동기, 권재진 수석 등도 ‘엠비 비리’에는 속수무책이었다. 집요한 수사 검사로 이름을 떨쳤던 우병우 전 민정수석도 ‘최순실 비리’는 묵과했다. 그는 이 부분 직무유기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유죄가 인정됐다.

게다가 강제조사권이 없기는 민정수석실도 특감과 마찬가지다. “(민정수석실 산하) 감찰반의 감찰 업무는 법령에 위반되거나 강제 처분에 의하지 않는 방법으로 비리 첩보를 수집하거나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것에 한정”(‘대통령비서실 직제’ 제7조2항)된다. 특감의 한계에 대한 조 수석의 지적은 민정수석실에도 그대로 들어맞는다.

“모두 외부 감시자가 없는 상태에서 벌어진 일이다. 청와대 민정은 대통령을 보좌하는 자리다. 안에서 내부 비위를 적발해도 사안 자체로 판단하는 게 아니라 정치적 파급 효과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혹시 외부에 알려지면 대통령에게 누가 되지 않을까,’ ‘정권에 부담되는 것은 아닐까,’ 그런 것을 고심하게 돼 있다. 청와대 민정에 독립적인 워치 독(감시견) 역할을 기대하는 건 팔이 밖으로 굽길 바라는 것과 같다. 특감과 같은 외부 감시자는 존재만으로도 상당한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 과거 정부에서 민정수석실 근무 경험이 있는 변호사 ㄴ)

‘반쪽’ 공수처, “특감 강화” 보완론도

청와대는 애초 ‘온전한’ 공수처를 바랐겠지만, 국회에서 ‘반쪽’ 짜리가 돼버렸다. 여야가 검사와 판사, 고위 경찰 간부 등을 수사할 때만 공수처에 기소권을 주기로 합의하면서다. 문 대통령이 공수처의 1번 수사 대상으로 언급한 “대통령과 대통령의 친인척 특수 관계자, 청와대 권력자들”은 공수처의 기소권 행사 대상에서 제외됐다. 공수처가 이런 사람들의 비리를 수사하더라도 기소 여부는 전적으로 기존 검찰이 하라는 대로 따라야 한다.

“여야 합의대로 공수처가 만들어지면, 애초 공약의 반쪽밖에 안 된다. ‘청와대 권력’에 관한 한 사법경찰 조직이 하나 더 생기는 셈이다. 검찰이 정권에 휘둘려 특권층 수사가 안 된다며 공수처 반드시 만들어야 한다고 했는데, 결국 사건의 최종 판단은 다시 불신받는 검찰에 맡기게 되는 역설적인 상황이 됐다. 기존 시스템과 뭐가 달라진 것인지 모르겠다.” (검찰 중견 간부)

5월10일이면 문재인 정부 출범 2년이 된다. 공수처만 외치며 특감을 뒷전으로 미뤄둔 사이 2년이 흘렀다. ‘반쪽 공수처’로는 특감의 역할을 완전히 흡수하고 대체하기 어렵다. ‘내부자’인 민정수석실만으로는 대통령 주변 권력에 대한 감시가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

“패스트트랙에 태운다 해도 공수처법이 통과되고 실제로 설치되기까지는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다. ‘외부 감시자’의 공백이 이미 2년인데, 3년으로 길어질 수도 있다. 그러니 우선은 특감을 임명하는 게 맞다. 특감을 강화해 공수처와 나란히 둘지, 공수처의 한 부서로 흡수통합을 할지는 공수처 설치가 구체화하는 시점에 다시 논의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청와대의 애초 구상과 달리 ‘반쪽 공수처’가 만들어지는 상황이면 오히려 특감 강화가 바람직할 수 있다. 특감의 한계로 지적됐던 조사권을 보강하고, 감찰 대상 범위도 공수처에 맞춰 청와대 3급 이상으로 확대하는 게 어떨까. 이미 있는 조직인 데다 청와대와 대통령 주변 감시를 위해 권한 강화하겠다고 하면 국회가 반대하겠나.” (검찰 고위직 출신 변호사)

현재 국회에는 특감의 권한과 감찰 범위를 강화·확대하는 내용의 특감법 개정안 5건이 올라 있다. 이 중 4개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겪은 뒤 발의됐다.

강희철 선임기자 hck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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