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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11.22 11:26 수정 : 2018.11.22 12:09

지난 9월12일 미국 캘리포니아 쿠퍼티노에 있는 애플 본사의 스티브잡스홀에서 필 쉴러 애플 부사장이 아이폰 신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Weconomy_김재섭의 뒤집어보기
겉으로는 “비용부담 감당 어려워서”
속내는 “갑질 감내하며 아이폰에 목 맬 이유 없다”
아이폰 인기 떨어진 사실 보여주는 또다른 장면
공정위 애플 시연폰 강매 갑질 조사 나설지 주목

지난 9월12일 미국 캘리포니아 쿠퍼티노에 있는 애플 본사의 스티브잡스홀에서 필 쉴러 애플 부사장이 아이폰 신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이하 협회)가 21일 애플이 이동통신 유통점을 상대로 홍보용 ‘시연폰’(데모폰) 강매하고 1년 가까이 판매하지도 못하게 하는 ‘갑질’을 해왔다고 밝힌 가운데, 전격 폭로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애플의 이런 행태가 2008년 아이폰 첫 출시 때부터 시작됐다면서 왜 지금에서야 폭로하느냐고 되묻는 이들도 있다.

협회는 이날 내놓은 보도자료에서 폭로 배경에 대해 “그동안은 아이폰 인기 탓에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강매를 받아들여 왔지만, 최근 애플이 많은 종류의 새 모델을 한꺼번에 출시한 데다가, 단말기 가격 역시 기존 제품에 비해 크게 오르면서 더는 감당하기 힘들게 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애플의 갑질은 애플이 국내 시장에 처음 등장한 이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관례화된 대표적 유통 적폐다. 유통점들이 수년간 데모폰을 강매당하면서 누적된 피해액은 심각한 수준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겉으로는 아이폰 출고가 상승에 따른 비용부담 증가를 이유로 들고 있다. 하지만 속내를 들어보면 아이폰 인기가 시들해져 더는 애플의 갑질을 받아줄 이유가 없어졌다는 점을 강조하는 측면이 더 커 보인다. 국내 이동통신 사업자나 유통점 쪽에서 보면, 그동안 아이폰은 기존 가입자를 유지하거나 신규 가입자를 유치하는 데 없어서는 안될 존재였다. 이른바 ‘애플빠’나 ‘아이폰빠’(아이폰 사용을 고집하는 소비자들을 지칭하는 말) 가입자들의 이탈을 막고, 경쟁업체 가입자를 빼오기 위해서는 아이폰을 충분히 확보해야 했다. 더욱이 애플은 아이폰 공급을 늘 따름 따름 한 수준으로 유지해, 이통사와 유통점 쪽에서는 목을 맬 수밖에 없었다.

협회와 유통점 관계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애플의 갑질은 애초 이동통신 사업자들이 막아내거나 감당해야 했다. 하지만 사업자들은 이를 ‘패스’시켜 일선 유통점들이 받아내게 하면서 ‘리베이트 정책’ 등으로 유통점들의 반발을 무마해왔다. 이통사들의 애플에 대한 이런 저자세는, 유통점 뿐만 아니라 사업자와 소비자들까지도 애플의 갑질에 시달리게 했다. 사업자들은 사실상 애플 아이폰 광고비까지 떠안아야 했고, 이용자들은 기기 고장 시 수리 대신 ‘리퍼폰’을 교체해주는 애플 방식의 유지보수를 군소리 없이 수용해야 했다. 유통점들은 애플이 정해주는 위치에 아이폰 선전물을 부착하거나 배치하고, 아이폰 진열대도 애플이 설계해준 대로 설치하면서 비용까지 부담해야 했다고 협회는 밝혔다.

하지만 아이폰의 혁신이 한계에 달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데다 가격이 100만원 후반대까지 치솟아 수요가 줄면서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이통사와 유통점 쪽에서 보면, 애플의 갑질을 감내하면서 아이폰에 목맬 이유가 점차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협회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이통사들이 하지 말라고 하는데도 우리가 일방적으로 폭로할 수 있었을 것 같냐. 이통사들의 묵시적인 동의가 있었다고 봐야지”라고 말했다.

아이폰의 인기가 시들해진 모습은 이미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지난 9월 나온 새 아이폰 3종 판매량이 직전 모델의 60% 수준에 그치고 있다. 가격이 높게 책정되면서 수요가 갈수록 주는 모습”이라고 밝혔다. 외신 등을 보면, 아이폰 신제품들이 모두 판매 부진을 겪고 있고, 보급형 모델인 아이폰텐아르(XS)의 경우에는 애플이 글로벌 부품 주문량을 3분의 1로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2008년 케이티(KT)가 이석채 회장의 지시에 따라 선제적으로 아이폰을 도입하면서 만들어졌던 ‘비정상’ 상황이 아이폰의 인기가 시들해지면서 ‘정상’으로 바로잡힐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제 공정거래위원회가 나설 때라는 지적도 나온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미 광고비와 기기 수리비 등을 떠넘긴 혐의로 애플을 조사해 제재를 앞두고 있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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