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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3.22 15:53 수정 : 2017.03.22 16:54

Weconomy | 김재섭 기자의 뒤집어보기

한겨레 선임기자
“모바일게임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기대되네요.”

“우리는 차별당하는 꼴이잖아.”

이동통신 업계 맏이인 에스케이텔레콤(SKT)이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증강현실(AR) 모바일게임 ‘포켓몬고’ 서비스를 맡고 있는 나이언틱과 전략적 제휴를 맺은 것과 관련해 “커다란 논란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많아 주목된다. 에스케이텔레콤이 가입자점율이 50%에 육박하는 시장지배적 사업자인 데다 이동통신 3사 가운데 홀로 손잡은 것이어서 모바일게임 시장의 경쟁질서 질서 왜곡과 고객 차별 등의 논란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에스케이텔레콤은 지난 20일 나이언틱과 전략적 제휴를 맺고, 전국 대리점 4천여곳을 ‘포켓스탑’과 ‘체육관’으로 쓰게 해주는 대신 가입자들이 포켓몬고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데이터 통화료를 나이언틱이 전액 부담하기로 했다. 포켓스탑은 몬스터볼(몬스터를 잡을 때 쓰는 도구) 등 게임 이용에 필요한 아이템을 얻는 장소이고, 체육관은 이용자들이 모여 ‘대전’을 치르는 곳을 말한다. 위성 위치정보 바탕의 증강현실 게임이라 실제 장소와 일치한다.

SKT와 나이언틱의 전략적 제휴 반응 주목
게임업계 “게임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 호재”
고객 차별·경쟁질서 왜곡 논란 화두 될 수도
SKT가 이동통신 시장지배적사업자라는게 화근?

앞으로는 포켓몬고 이용자들이 아이템을 얻거나 다른 이용자와 대전을 벌이기 위해 에스케이텔레콤 대리점 가까이로 몰려드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에스케이텔레콤 쪽에서는 그만큼 브랜드 노출과 마케팅 기회가 많아지는 셈이다. 에스케이텔레콤은 “그동안 대도시 이외 지역에는 포켓스탑과 체육관이 많지 않아 이용자들이 게임을 제대로 즐기기 못했던 문제를 해결하고, 나이언틱의 증강현실 기술을 활용할 길을 열었다”고 설명했다.

모바일게임 업체들은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한 게임업체 임원은 “여론 주도 능력을 갖고 있는 1위 이동통신 사업자가 나서서 청소년 가입자들에게 모바일 게임을 즐기라고 권하는 꼴 아니냐.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 개선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업체 관계자는 “에스케이텔레콤이 주요 광고주인 만큼, 언론도 모바일게임 이용에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꼼꼼히 들여다보면 논란거리도 많아 보인다. 우선 나이언틱의 이용자 차별 논란이 예상된다. 에스케이텔레콤은 데이터 통화료 부담 주체와 관련해 “전액 나이언틱 쪽이 부담한다”고 못박았다. 목이 좋은 위치에 자리잡은 에스케이텔레콤 대리점을 포켓스탑과 체육관으로 쓰는 대신 데이터 통화료를 부담하기로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문제는 이 때문에 케이티(KT)와 엘지유플러스(LGU+)의 가입자와 알뜰폰 이용자들은 나이언틱으로부터 차별을 당하게 됐다는 점이다. 에스케이텔레콤은 이에 대해 “나이언틱은 외국에서도 특정 이통통신 사업자와만 손잡았다. 그리고 가입자들의 포켓몬고 이용 데이터 통화료 면제는 6월까지다. 프로모션 프로그램이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후 상황을 묻는 질문에는 “그때 가서 결정할 사안”이라고 했다.

만약 에스케이텔레콤이 가입자들의 포켓몬고 이용 데이터통화료 면제를 6월까지만 한다면 “가입자들을 나이언틱에 제물로 제공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포켓몬고도 다른 모바일게임처럼 아이템 판매가 수익원이다. 아이템에 대한 투자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데이터 통화료를 물며 포켓몬고를 계속 이용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게다가 이번 제휴의 타깃은 청소년 이용자들이다.

에스케이텔레콤이 다른 증강현실 모바일게임 업체들을 동등하게 대할 것인지도 관심거리다. 나이언틱이 국내에서 포켓몬고의 인기가 시들해질 즈음에 에스케이텔레콤과 전략적 제휴를 맺어 재기의 발판을 갖게 된 것처럼, 다른 업체들도 에스케이텔레콤과의 제휴가 절실할 수 있다. 증강현실 게임은 엠게임이 오는 30일 ‘캐치몬’을 내놓기로 하는 등 줄줄이 쏟아질 예정이다. 대부분 시장에서 포켓몬고와 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다.

에스케이텔레콤이 선별적으로 손을 잡을 경우 자칫 “이동통신 시장지배력을 남용해 모바일게임 시장을 왜곡시킨다”거나 “외산 편을 들어 토종 게임을 고사시킨다”는 등의 논란을 빚을 수도 있다. 또한 망중립성 위반 논란에 휘말 수 있다. 망중립성이란 통신망을 가진 사업자는 모든 콘텐츠를 동등하게 취급하고, 인터넷 사업자들에게 어떤 차별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원칙을 말한다.

사안의 특성상 일단 논란이 불거지면 걷잡을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되는데도, 에스케이텔레콤의 설명은 간단하다. 미래창조과학부에 나이언틱과 제휴 내용을 상세히 설명했고, 문제 없다는 답도 들었단다. 모든 예상되는 논란의 책임을 정부에 떠넘기는 꼴이어서 이 또한 주목된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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