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01.12 01:01
수정 : 2017.02.08 11:38
정관에 적합성 심사 뒤 차기 회장 후보 추천 조항 없어
내부서 “정관에도 없는 절차 만들어 회장 선임” 비판 제기
KT 경영진 “CEO추천위 운영규정에 근거 조항 있다” 주장
“다만, 인사 관련 규정은 회사 비밀이라 공개 불가”
“지금대로 하려면 정관 개정부터”…“아니면 정관대로”
케이티(KT) 이사회가 꾸린 ‘시이오(CEO) 추천위원회’가 연임 도전 의사를 밝힌 황창규 회장에 대한 심사에 착수했다. 케이티는 결격사유가 없다면 황 회장을 바로 차기 후보로 추천하고, 부적합하다는 판단이 내려지면 새 후보를 찾게 된다고 설명했다.
케이티 경영진은 “경영의 연속성과 안정성을 위해서라도 연임이 최선”이라고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 “황 회장 취임 뒤 흑자로 돌아서 지난해에는 1조원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경영 능력이 검증됐다고 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편다. 정치적 격변기라 다른 후보를 찾는 게 쉽지 않다는 이유도 앞세운다.
하지만 추천위가 현 회장의 연임 적합성을 심사한 뒤 차기 회장 후보로 추천할 수 있게 하는 조항이 케이티 정관에 없는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꼼수’ 내지 ‘밀실 추천’이란 지적까지 나온다. 권오준 회장을 대상으로 같은 절차를 밟고 있는 포스코 정관에는 ‘사내이사 후보가 대표이사 회장 후보가 되는 경우 이사회는 시이오추천위의 자격심사를 거쳐 해당 후보 1인을 주총에 추천한다’는 조항이 있다.
케이티는 “추천위 운영규정에 ‘법령과 정관 및 이사회 규정에서 정해지지 않은 부분은 이 규정에 따른다’와 ‘회장이 연임 도전 의사를 밝히면 단독 심사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인사 관련 건은 회사 비밀이라 운영규정 자체를 공개할 수는 없다고 했다. 케이티 누리집에도 이사회의 다른 소위원회 운영규정은 모두 공개돼 있으나 시이오추천위 운영규정은 찾아볼 수 없다.
하지만 케이티의 설명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정관에 회장 후보 추천·심사 절차를 시이오추천위 운영규정에 위임한다는 조항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없다. 케이티의 한 임원은 “케이티에서 회장 선임은 다른 어떤 것보다 중요하다. 선임 절차를 주주들에게 공개하고 승인을 받아야 한다. 지금 행태는 법이 위임하지 않은 내용을 시행규칙이나 고시로 만들어 집행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케이티 일각에서는 추천위의 행태로 볼 때 심사가 제대로 이뤄질지도 의문이란 지적까지 나온다. 황 회장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연루자’다. 차은택씨의 지인을 고위 임원으로 임명했고, 최씨 소유 회사를 광고대행사로 선정해 대규모 물량을 밀어줬다. 최씨와 조카 장시호씨 요구로 스키단 창단 검토를 지시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케이티는 “대통령의 부탁을 어찌 거절하냐. 황 회장도 피해자”라고 주장한다.
경영 성과로 꼽히는 ‘실적 개선’ 역시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케이티 관계자들 말을 들어보면, 케이티는 황 회장 취임 전 부실이 우려되는 사업들을 당겨서 털어내(빅 배스) 이석채 전 회장 실적으로 돌렸다. 이로 인해 황 회장 취임 직전 해인 2013년 사상 처음으로 영업적자(1494억원)를 기록했다. 또 황 회장은 취임 직후 임직원 8300여명을 내보냈다. 지금의 영업이익은 ‘경영 능력’만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추천위가 논란을 무시한 채 ‘시간이 촉박하다’거나 ‘다른 후보를 찾기 힘들다’는 이유로 황 회장을 후보로 추천하는 절차를 강행하면 시비가 일 수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지금처럼 하려면 정관부터 개정하든지 아니면 정관대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케이티 정관에는 현 회장을 단독 심사해 차기 회장 후보로 추천할 수 있다는 조항이 없다.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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