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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12.13 15:45 수정 : 2017.02.08 11:42

사적 목적으로 ‘최순실 게이트’ 연루돼 회사에 피해
“연임 위해 권력의 부당한 요구에도 눈감았다”
“이사회가 결격사유로 꼽아 악순환 고리 끊어야”
“정권 교체 때마다 전리품 취급 벗어날 기회”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연루 의혹으로 검찰 조사까지 받아 연임 도전 여부에 관심이 모아졌던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최근 이사회에 연임 의사를 밝혔다. “‘포스코 더 그레이트’라는 가치를 재창조하기 위해 전 임직원과 함께 개혁을 추진했다.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절반의 성공은 거둔 것으로 생각한다. 남은 과제를 완수하기를 원한다”는 이유를 댔다.

청와대 요구로 최순실 측근인 차은택 감독 쪽 사람을 광고 책임자에 앉히고 최순실 소유 회사를 광고대행사로 선정해 물량을 몰아주기까지 한 것으로 드러난 황창규 케이티(KT) 회장은 아직 연임 도전 여부를 밝히지 않았다. 회사 내부에선 ‘황 회장이 이사회에 연임 포기 의사를 밝혔지만, 이사회가 후보를 찾아보다가 적임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연임을 시키고, 국회 국정조사나 특별검사 조사에서 새로운 사실이 불거지는 등 상황이 나빠지면 내부 인사를 후임으로 선임하기로 했다’는 얘기가 돌고 있으나, 회사 쪽은 “루머”라고 일축했다.

이번 게이트에는 주요 재벌들도 대부분 연루됐다. 그런데 케이티·포스코를 콕 찍어 회장 연임 문제를 거론하는 이유는, 권력의 부당한 요구를 거부하지 못하고 게이트에 발을 담근 게 연임이란 회장의 개인적 목적 때문이 아니냐는 지적이 많아서다. 두 회사는 1990년대에 민영화됐지만 여전히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전리품’ 취급을 당한다. ‘낙하산 인사’로 회장이 임기와 상관없이 바뀌고, 이번처럼 정권 측근들의 ‘빨대’가 꽂히기도 한다. 거부하면 사정 대상이 되고, 그 과정에서 회사는 망가지기를 반복해왔다. 이런 상황은 벌써 20여년 가까이 반복되고 있다.

케이티·포스코 경영진은 한결같이 “우리도 피해자다” 내지 “이전에 비하면 선방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어떻게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을까. 권력의 부당한 요구를 차단하지 않아 회사를 망가트린 것으로 확인될 경우, 이를 결격사유로 꼽아 회장의 연임을 막으면 된다. 사외이사로 구성되는 ‘사장(CEO)후보추천위원회’가 사실 여부를 따져 심사 대상에서 제외시키면 된다. 권력에 아부하거나 권력의 부당한 요구를 수용해 회사에 누를 끼치면 연임이 어렵다는 점을 분명히 해두는 것이다.

이계철 전 케이티 사장(1996~2000)은 재임 때 권력의 부당한 요구를 받을 때마다 사표 준비를 지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를 보좌한 전 케이티 임원은 “이 사장도 권력의 요구를 대놓고 거부하지는 못했다. 대신 ‘그럼 저는 물러나겠다’고 하는 것으로 막았다. 사표를 세 번이나 준비하라고 했고, 한 번은 주머니에 넣고 나갔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윤종규 케이비(KB)금융지주 회장 겸 케이비국민은행장도 이 방식으로 청와대 수석 출신 인사의 낙하산 인사를 막은 것으로 알려졌다. 자리를 내줬으면 좋겠다는 말이 들려 ‘대신 내가 물러나겠다’고 하자, 상대가 ‘없었던 일로 하자’고 했다는 것이다. 국민은행 역시 케이티·포스코와 비슷한 시기에 민영화됐다.

케이티와 포스코는 오너가 없다. 모범적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노동조합과 이사회가 경영진을 감시·견제하는 구실을 못하면서 이런 지배구조의 효과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 낙하산 인사가 횡행하고, 최고경영자가 전횡을 휘두르는 경우가 많다. 노조는 ‘어용’, 이사회는 ‘거수기’로 불린 지 오래됐다. 케이티·포스코 노조와 이사회도 이번에는 단호한 모습을 보여 정권 교체 때마다 전리품 취급을 당하는 ‘비정상’에서 벗어나기를 기대해본다.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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