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티이미지뱅크
|
[위미노믹스] 기업 이사회 성별 다양성 요구, 왜?
|
게티이미지뱅크
|
|
“동질적 남성으로만 구성된 이사회
아이디어 결여돼 집단토의 취약”
보잉고, 논란끝 첫 여성이사 선임
회사 주가 10개월만에 65%나 뛰어 “여성임원 많은 기업이 성과 높다”
통계상으로도 이미 수차례 입증
개인 경영능력 아닌 다양성 효과
이사들의 국적.세대 등도 중요
동질성 깨 부패방지.독립성 기여 아이즈의 공동 창업자인 여성 펀드매니저 다이앤 매키버는 ‘이사회의 동질성’이 왜 문제가 될 수 있는지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그는 지난해 10월 <뉴욕타임스>와 한 인터뷰에서 “어떤 회사의 임원들은 주가가 내려가도 평일에 정기적으로 골프를 쳤다. 이사회의 감독 부족 탓이었다. 회사 경영진은 모두 남자였고, 여성 이사가 한 명 있었지만, 임원들은 가까운 친구 사이였다. 이사회의 끈끈함과 배타성은 (골프를 줄이고 경영에 집중하라는) 필요한 결정을 내리는 데 장애물이었다”고 짚었다. 실제 국내 기업 문화에서도 남성 관리자·임원 집단의 지나친 동질성이 부패와 비리, 수직적 의사결정 구조 등 폐해를 낳으며, 여성 임원 확대가 이를 완화하고 해소하는 구실을 할 것이란 주장이 나온다. 서지희 삼정케이피엠지(KPMG) 전무는 “여성 임원 모임에 나가면 ‘멘토’를 해주는 데 적극적이지만, 일 관계로 직접 얽히는 것은 피하려는 경향이 있다. 모임이 사업상 네트워크로 기능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밀어주고 끌어주는 남성들의 네트워크와는 다른 방식이다. 남성은 사회화 과정에서 이미 형성된 남성 인맥과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법을 배우지만, 여성은 그럴 수 없기 때문으로 짐작된다”고 말했다. 이어 “(여성 임원) 한두 명으로는 (기업 문화에) 의미 있는 변화를 가져올 수 없고, 여성 임원이 20% 정도는 되어야 다양성 측면에서 이사회와 기업 투명성이 더 개선되리라 본다”고 덧붙였다. 또 임희정 한양사이버대 교수(경영학)는 “최근 입사하는 젊은 세대는 일뿐만 아니라 가정과 개인도 중시하고, 접대나 군대식 문화를 선호하지 않는다. 조직 내 세대 갈등이 커지면서 기업도 문화를 바꿔야 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하지만 기존 문화에 익숙한 남성 임원들이 문제를 해결하기 쉽지 않다. 그래서 글로벌 기업에선 여성 관리자 비율을 끌어올리려 한다”고 짚었다. 앞서 국내에서도 행동주의 헤지펀드가 우리 기업에 이사회의 다양성을 요구한 사례가 있다. 삼성전자 주주인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지난해 배당 확대와 회사 분할 등을 요구하고 나섰을 때 크게 주목받진 못했지만 이사회 다양성 문제도 함께 제기했다. 엘리엇은 지난해 10월 공개 서신을 통해 삼성전자 이사회의 다국적 경험과 성별 다양성이 애플 등 경쟁사보다 뒤떨어져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삼성전자도 이사회 다양성을 높일 뜻을 밝혔다. 성별 다양성에 대한 해법을 내놓지는 않았지만 추후 글로벌기업 최고경영자(CEO) 출신 사외이사를 추천하겠다고 지난해 11월 발표한 것이다. 이 사례는 글로벌 행동주의 헤지펀드가 한국 이사회의 내부 동질성을 눈여겨보고 있음을 드러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를 보면, 한국의 2014년 기준 여직원 수 대비 여성 임원 비율은 0.4%로 자료가 있는 오이시디 31개 회원국 가운데 꼴찌다. 적극적 주주권 행사를 앞세운 행동주의 펀드가 한국 기업에 개입하는 비중은 아직 낮은 편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차츰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최순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해 9월 내놓은 보고서에서 “외국인 투자자의 높은 국내 기업 지분율, 대기업의 사내 유보금 증가,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기업의 배당 증대 요구 등 행동주의 헤지펀드가 활동하기에 우호적인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11월 라임자산운용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행동주의 헤지펀드를 내놓기도 했다. 물론 국내외 행동주의 헤지펀드의 기업 개입이 늘어난다고 해서 이사회 다양성이 최우선 이슈로 부각될 것이란 얘기는 아니다. 배당 확대 요구 등 더 쉽게 수익을 올릴 기회가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
현대자동차 그룹 본사가 위치한 서울 서초구 헌릉로 본사 건물.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
김효진 기자 july@hani.co.kr ◎ 페이스북 바로가기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