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생각] 한미화의 어린이책 스테디셀러
남찬숙 지음, 정지혜 그림/미세기(2015) 남찬숙 작가의 <혼자 되었을 때 보이는 것>은 제목만으로도 읽고 싶은 동화다. 내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는 천여명이 넘는 친구가 있고, 구글 캘린더는 일정으로 빼곡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잠시 혼자 있는 시간이다. 일상의 경험과 감정을 심리적 공간에 묻어두는 시간을 마련하지 않으면 얼마나 공허한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어른도 디지털 기기에 포로가 되어 집중은커녕 주의산만에 시달리는 시절이다. 하물며 어린이가 그런 시간을 마련할 수 있을까. 작가는 그래서 타의에 의해 이런 시간이 주어진다면 하는 가정으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많은 아이 가운데 혼자 밥을 먹고, 혼자 도서관에 가고, 혼자 화장실에 가고, 쉬는 시간에도 함께 수다를 떨 아이가 한 명도 없어 혼자 지내야 한다면! 세상에 그것처럼 끔찍한 일이 또 있을까?” 초등학교 5학년 시원이는 이런 말로 자신에게 닥친 불행을 고백한다. 시원이는 전염성 눈병 때문에 학교를 여러 날 쉬게 되었다. 처음에는 단짝친구인 혜진이가 전화를 하며 살뜰하게 챙겨주었다. 한데 얼마 지나지도 않아 혜진이는 시원이를 ‘배신’한다. 그 사이를 못 참고 민경이와 친구가 된 것이다. 홧김에 절교 선언을 했지만 학교로 돌아가면 다시 사이좋게 지낼 수 있으리라고 믿었다. 물론 현실은 달랐다. 혜진이와 민경이는 나 보란 듯 손을 꼭 잡고 붙어 다녔다. 외톨이가 된 시원이는 어떻게든 다른 여자애들 그룹에 끼려고 노력한다. 공부 잘하는 혜준이네 그룹에는 들어갈 수 없고, 지현이네 그룹은 호락호락하지 않으며, 윤지네 그룹에는 끼고 싶지 않다. 결국 완전히 혼자가 된 시원이는 영어캠프도 포기하고 학교에 남는다. 그러자 민지가 눈에 들어왔다. 시원이는 처음으로 민지가 궁금해졌다. 민지가 임대아파트에 할머니와 단둘이 산다는 것도, 민지 옆집에 사는 지적장애 성현이의 사정도 비로소 알게 되었다. 많은 동화에서 친구와 우정은 단골 소재다. 초등학생이 되면 아이들은 서서히 부모에서 친구의 세계로 넘어간다. 고학년은 특히 친구가 세상의 전부다. 아이들이 겪어내야 하는 친구와의 갈등, 우정의 여러 국면은 어린이문학의 중요한 이야깃거리가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혼자 되었을 때 보이는 것>은 좀 다른 방식으로 친구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십대는 친구가 중요하기 때문에 더더욱 혼자가 되는 시간을 견딜 수 없는 법이다. 외톨이가 되지 않으려면 어느 그룹에라도 속해야 하고 억지로 친구와 어울려야 할 때도 있다. 그러나 작가는 친구 없이 잠시 혼자 있어도 괜찮다고 말해준다. 잠시 친구가 없이 혼자 있다고 불쌍한 것도, 뒤처지는 것도 아니다. 친구들과 무리를 지어 가던 길을 내 속도로 가보는 것뿐이다. 그 길에서 나처럼 혼자 걸어가는 친구를 만날 수도 있다. 혼자가 아니었다면 시원이는 민지를 만나지 못했고, 성현이의 고통도 모른 척했을 테다. 전에는 보이지 않았지만 혼자 있을 때 보이는 것이 있다. 초등 5~6학년. 한미화 출판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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