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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5.10 06:02 수정 : 2019.05.10 19:52

[책과 생각] 한미화의 어린이책 스테디셀러

삼백이의 칠일장(전 2권)
천효정 지음, 최미란 그림/ 문학동네(2014)

‘저학년 어린이들의 읽기는 어떤 방식으로 능숙해질까’는 나의 오랜 궁금증 가운데 하나다. 이 무렵 읽기에 재미를 느껴야 장편의 세계로 수월하게 넘어가고 책의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손쉬운 방법은 아이들이 흥미진진한 동화를 읽고 재미를 느끼는 것이다. 그러나 저학년 아이들은 아직 서사 구조에 익숙하지 않아 동화 읽기를 어려워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모든 이야기란 주인공이 집을 떠나 뜻하지 않은 사건에 휘말려 위험을 겪지만 용감하게 맞서 싸우고 결국 집으로 돌아오는 구조다. 이 구조에 익숙해지는 가장 좋은 방법은 어릴 때부터 이런 이야기를 많이 듣는 것이다. 예로부터 전해 내려온 옛이야기도 좋고 현대 작가들이 새로 쓴 옛이야기 방식의 동화도 좋다. 절로 어깨가 들썩이는 리듬과 흥겨움이 담긴 옛이야기를 꾸준히 읽어주는 일은 평생 독자를 만드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우리 작가 중에는 김리리와 천효정의 동화가 읽어주기에 맞춤하다.

천효정의 <삼백이의 칠일장>은 이른바 새로 쓴 옛이야기다. 어린이에게는 이야기의 재미를 전하고 어른 독자에게는 일곱 편의 이야기를 꿰어가는 형식과 이야기의 본질을 넌지시 암시해 흥미롭다.

옛날 옛날에 이름 없이 그냥 “얘야, 이놈아, 거시기야”로 불린 아이가 살았다. 저승사자도 아이를 부를 이름이 없어 삼백년이나 이승에서 살게 된다. 그러다 꼬임에 빠져 삼백년을 살았으니 자신의 이름은 삼백이라고 뻐기는 실수를 한다. 그러자 저승사자가 삼백이의 이름을 불렀고 결국 저승에 가게 된다. 여기까지가 맨 처음 실린 삼백이 이야기다. 한데 이제부터 시작이다. 장례를 치르러 온 여섯 동물이 매일 밤 삼백이와 얽힌 사연을 하나씩 풀어낸다. 대번에 <천일야화>가 떠오르는 구성이다. 이처럼 삼백이는 물론 여섯 동물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어디선가 들었음 직한 옛이야기에서 모티브를 가져왔다.

또 본디 이야기란 지혜를 담는 그릇이다. <삼백이의 칠일장>은 이 점 또한 잊지 않고 있다. 아이는 아이답게 자라야 한다고 말하는 멍 도령이란 개 이야기에도, 욕심 많은 안져할멈이 늘 양보하는 먼저할멈을 당하지 못한다는 이야기에도, 지키고 싶은 게 많을수록 무섭고 두려운 법이라는 담 큰 총각의 이야기에도 보편타당한 메시지가 숨어 있다.

물론 형식이나 메시지보다 더 중요한 것이 동화에 있다. 일곱 편의 이야기에 나오는 주인공들이 대체 어찌 될까 싶은 흥미진진함이 하나요, 입에 착착 달라붙는 구수한 입말이 둘이요, 아무렇지도 않게 독자를 쥐락펴락하는 능청스러움이 셋이다. 저학년 아이들에게 어떤 책으로 재미를 전할까를 고민한다면 이 동화부터 찰지게 읽어주자. 초등 1~2학년.

한미화 출판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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