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생각] 한미화의 어린이책 스테디셀러
이현 지음, 오윤화 그림/창비(2015) 인간에게 신년의례는 각별하다. 새해는 어제와 같은 오늘이 아니라 특별한 시작이다. 그러니 새해가 되면 판에 박힌 일상을 벗어나게 할 의미 있는 책을 찾기 마련이다. <푸른 사자 와니니>는 그런 책이다. 시작을 준비하는 이들이 읽기에 부족함이 없는 이야기다. <푸른 사자 와니니>는 어린 암사자의 성장기이다. 모든 약하고 어린 생명들이 어떻게 성장하는지를 그 본질에 가장 가깝게 들려준다. 현대사회에서 가장 빠르게 사라지는 게 성인의례다. 성인의례가 용도 폐기된 자리에 남는 건 무엇인가. 유아기적 불안과 고통에 신음하는 덜 자란 어른들이다. 와니니는 초원에 사는 어린 암사자다. 우두머리 마디바 할머니는 어려서 무리를 잃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살아남아 새끼를 낳고 무리를 이루고 영토를 차지한 전설 같은 존재다. 와니니는 자신이 마디바 무리의 사자라는 것이 자랑스럽다. 그러나 자연의 세계는 냉혹한 법. 건기가 찾아와 먹잇감을 찾기 어렵게 되자 암사자 마디바는 입을 줄이려고 수사자들을 무리에서 내보낸다. 암사자 무리는 수사자를 거두지 않는 법이니까. 무리에서 쫓겨나는 건 무서운 일이지만 어엿한 수사자가 되기 위해서는 당연히 거쳐야 할 일이다. 암사자라고 예외가 아니다. 마디바 할머니는 제대로 된 사냥꾼으로 자라지 못한다면 비록 암사자라 해도 거둘 생각이 없다. 그러니 몸집이 작고 약한 와니니는 불안하다. 그러던 참에 와니니가 영토를 침입한 떠돌이 수사자를 제 마음대로 살려 보내주자 마디바 할머니는 와니니를 무리에서 쫓아낸다. 무리를 지어 생활하는 사자에게 가장 무서운, 혼자가 되는 벌을 받은 것이다. 무리를 떠난 와니니는 어른이 되어야 했다. 비록 벌 때문이었지만 남보다 조금 더 빨리 어른이 될 수 있었다. 초원에서 혼자 살아가는 법을 스스로 깨우치고, 떠돌이 신세인 아산테와 잠보라는 친구도 만난다. 스스로 사냥꾼 암사자로서의 본성도 일깨운다. 한편 우기가 다시 찾아오자 수사자 무투 무리는 영토 확장에 혈안이 된다. 와니니는 이들이 마디바 할머니의 영토까지 노린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이를 알린다. 마디바 할머니는 오랜만에 와니니와 마주한다. 보잘 것 없었던 와니니가 몰라보게 성장한 모습을 보고 놀란다. 심지어 무리로 돌아오라고 회유한다. 하지만 와니니는 더 이상 마디바 무리의 사자가 아니었다. 와니니는 와니니다. 동물을 의인화한 어린이문학은 때로 놀랄 만큼 깊은 이야기를 담을 때가 있다. 동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덕에 어린이 독자를 대상으로 한다는 제약을 훌쩍 뛰어넘어 먹고 먹히는, 살고 죽는 생명의 본질을 가감 없이 들려주기 때문이다. 와니니를 포함한 모든 동물은 그러므로 곧 우리들의 모습이기도 하다. 사자 와니니만이 아니다. 누구나 스스로의 왕이 되어야 한다. 초원에 쓸모없는 존재란 없고 시련 없는 성장은 없다. 이것이 초원의 법칙이자 성장의 불문율이다. 초등 5~6학년. 한미화 출판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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