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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8.09 19:15 수정 : 2018.08.09 19:59

[책과 생각] 한미화의 어린이책 스테디셀러

이상하게 파란 여름
케이트 디카밀로 지음, 김경미 옮김/비룡소(2016)

가끔 현실이 더 비현실 같은 순간이 있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까 싶은 불행, 믿었던 사람의 믿을 수 없는 행동, 그러나 이것이야말로 현실이다. 케이트 디카밀로의 <이상하게 파란 여름>은 비현실보다 더 가혹한 현실에 처한 세 명의 여자아이들이 주인공이다. 소설이든 동화든 대개의 서사에서 여자들의 우정은 남자들의 그것에 비해 만나기 힘들다. 어울릴 법하지 않던 아이들의 만남이 가능했던 건 역설적으로 불행했기 때문이다. 동화는 상실과 우정에 관한 이야기다.

레이미는 여름방학이 시작되자 금속봉을 이용한 스포츠인 ‘배턴 트윌링’을 배우기 시작한다. 이유는 단 한가지다. 아버지가 얼마 전 다른 여자와 도망을 치며 가족을 버렸기 때문이다. 레이미는 자신이 배턴 트윌링 스포츠 대회에서 우승하면 지역 신문에 기사가 날 거고 그걸 아버지가 보면 마음이 바뀌고 집으로 돌아올 거라고 믿는다. “모든 게 바뀌었어. 우리 딸이 이제 유명해졌어”라고 아버지가 말하는 장면을 상상하며 모든 걸 제자리로 돌리려 안간힘을 쓴다.

배턴 트윌링 수업에는 두 명의 소녀가 더 있다. 한명은 루이지애나. 부모가 배에 탔다가 물에 빠져 죽어 지역 보육원에 보내졌다. 하지만 거기서 빠져나와 할머니와 함께 도망 중이다. 루이지애나는 다시 보육원에 가지 않기 위해 우승 상금이 필요하다. 다른 한명은 베벌리. 아빠는 뉴욕에서 경찰관으로 일하는데, 엄마한테서 도망쳐 아빠에게 가려고 두 번이나 가출했다. 과거 배턴 트윌링 챔피언이었던 엄마 때문에 억지로 수업을 듣지만 대회를 망쳐버리고 싶어 한다.

이야기는 레이미가 대회 신청서에 써넣을 만한 좋은 일을 하려고 양로원에 가며 급진전한다. 레이미는 할머니들에게 책을 읽어드리기는커녕 학교도서관에서 빌린 책을 잃어버린다. 결국 아무것도 겁내지 않는 베벌리에게 도움을 청한다. 전혀 삼총사가 될 것 같지 않은 소녀들이 모이게 된 것이다. 한술 더 떠 루이지애나가 보육원에 가느라 버린 고양이 아치를 구해야 한다고 고집을 피우며 소녀들의 일은 자꾸 커진다. 늘 부풀었다 쪼그라드는 마음을 걱정하는 레이미는 과연 아빠를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아이들은 슬픔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세 명의 소녀들은 아이들이 슬픔을 받아들이는 상징과도 같다. 어떤 아이는 베벌리처럼 너무 슬퍼서 화를 낸다. 모든 걸 부숴버리거나 집을 뛰쳐나가려 든다. 또 어떤 아이는 루이지애나처럼 현실을 피해 공상으로 빠져든다. 레이미 같은 아이는 겁을 먹고 두려워 어쩔 줄 모르면서 애써 참기만 한다. 이 복잡한 마음의 이야기를 작가는 더없이 명료한 단문으로 그려낸다. 현실은 깊은 물과도 같아 물에 빠지는 일은 늘 일어난다. 그러니 레이미가 호수에 빠진 루이지애나를 구했듯 우리는 서로를 도와야 한다. 이 사실을 알고 난 후 현실은 바뀌지 않았지만 현실을 보는 레이미의 마음은 바뀌었다. 이것이 슬픔을 극복하는 법이다. 초등 5학년부터.

한미화 출판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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