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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4.12 19:26 수정 : 2018.04.12 19:48

한미화의 어린이책 스테디셀러

언제나 칭찬
류호선 글, 박정섭 그림/사계절(2017)

어릴 때 수영, 미술, 피아노 등을 떼고 고학년이 되면 입시의 세계로 가야 한다고 믿듯, 책읽기도 어릴 때 끝내야 하는 대상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정말 그래야 하는 것일까.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아이들은 3학년 이후에도 성장한다. 아이들의 발달은 하루가 다르다. “오뉴월 병아리 하룻볕 쬐기가 무섭다”는 속담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부모가 바라듯 아이들이 책을 읽고 무엇을 느꼈는지를 논리적으로 말하고 쓰려면 시간이 걸린다. 훈련도 필수다. 남자아이라면 중학생은 되어야 한다. 한데 기다리질 않는다. 아이들은 스마트폰과 게임과 유튜브로, 부모는 학원으로 눈을 돌린다. 백만번 말하지만 아이들이 저학년 때 읽을 수 있는 책과 고학년 때 읽을 수 있는 책은 다르다. 결코 저학년에 읽기를 뗄 수 없다. 하지만 세상은 웅변으로 변하지는 않는 법. 차라리 저학년 아이들이 즐길 재미난 책을 권하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른다. 흥미로운 책을 읽은 경험만큼 좋은 독서 지도는 없기 때문이다.

<언제나 칭찬>의 주인공 토리는 초등학교 일학년이다. 아직 솔직하고 궁금한 게 많은 어린아이다. 선생님이 내준 칭찬 숙제 때문에 고민하던 토리는 외할머니에게 무조건 칭찬만 해달라고 부탁한다. 평소 손자의 말이라면 꼼짝도 못하는 할머니는 그러마 하고 약속을 한다. 어차피 할머니가 칭찬을 할 테니 토리는 평소보다 더 게으름을 피운다. 결국 토리는 이상한 칭찬을 받게 된다. 밥 먹기 전에 과자부터 먹은 걸 칭찬받고, 채소를 먹지 않은 걸 칭찬받고, 휴대전화를 보면서 밥 먹는 것까지 칭찬받았다. 과연 토리가 어떻게 될까.

소설은 인과관계가 분명하고, 다층적인 내면을 지닌 인물과 복잡한 갈등이 얽혀있는 이야기다. 때문에 하루아침에 읽어낼 수 없다. ‘고급한’ 문학을 즐기려면 처음에는 단순한 이야기부터 시작해야 한다. 길이도 짧고 한가지 사건과 한가지 갈등을 지닌 이야기가 맞춤하다. 아이들은 이런 동화를 통해 기승전결의 구성에 익숙해지고, 어려움을 극복하는 절정의 쾌감을 맛본다. 이야기가 전개되는 패턴을 익혀가는 것이다. 그래야 읽는 사람이 된다. 사람들이 대중소설을 좋아하는 건 새롭지 않아서다. 다시 말해 로맨스, 무협, 추리 소설이 지닌 익숙한 패턴을 즐기는 것이다.

<언제나 칭찬>은 이런 단순한 구성과 함께 일곱, 여덟 살 아이들이 느낄 법한 감정과 말투와 생각을 담아낸 동화다. 저학년은 어른에게 할 말과 안 할 말을 가리고 선생님과 할머니의 눈치를 보느라 마음이 복잡한 십대가 아니다. 흔히 순진무구하다고 말하는 독특한 어린이의 세계를 지닌 아이들이다. 마치 토리처럼 말이다. 그래서 산전수전 다 겪은 어른들에게 저학년 동화는 때로 어렵다. 나도 토리처럼 아이들에게 정말 재미있는 책을 추천했다는 칭찬을 받고 싶다. 7~8살.

한미화 출판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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