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화의 어린이책 스테디셀러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글, 일론 비클란트 그림, 김서정 옮김/우리교육(2002) 한순간 우리가 느끼는 감정이 한가지는 아니다. 너무 기쁜데 울고, 슬픈데 묘하게 달콤하다.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미오, 나의 미오> 역시 기쁘지만 슬픈 이야기다. 아주 오랜만에 아빠를 만난 미오가 말했듯 더없이 행복하지만 ‘마치 너무 슬플 때 드는 기분’이 동화를 관통하고 있다. <미오, 나의 미오>는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이 1954년 발표한 첫번째 환상소설이다. <사자왕 형제의 모험>이나 <산적의 딸 로냐> 등 후기작이 보여주는 묵직한 주제의식이 시작되는 작품이기도 하다. 아홉살 남자아이 보쎄는 고아로 에들라 아줌마와 함께 산다. 아줌마는 보쎄가 집에 온 날부터 불행이 시작되었다며 늘 잔소리를 해댔다. 그날 저녁 부모도 친구도 없는 보쎄는 공원에 홀로 앉아 있었다. 다른 아이들은 모두 행복한데 보쎄만 돌아갈 집이 없는 불행한 아이였다. 그때 거인이 나타나 보쎄를 머나먼 나라로 데려갔다. 그곳에서 보쎄는 진짜 아빠를 만났다. 보쎄의 이름은 미오였고, 아빠는 머나먼 나라의 임금님이었다. 아빠는 보쎄를 버린 것이 아니었다. 지난 9년 동안 보쎄를 애타게 찾았고 더없이 사랑했다. 머나먼 나라에서 미오가 바라던 모든 일이 이루어졌다. 장미정원과 친구와 말이 생겼고 더 이상 미움받는 아이가 아니라 누구에게나 환영받는 미오가 되었다. 하지만 바깥쪽 나라에는 잔인한 기사 카토가 살고 있었다. 그가 아이들을 잡아간다는 사실을 알고 미오는 자신의 사명을 깨닫는다. 미오는 황금빛 갈기를 지닌 말을 타고 카토의 성을 향해 떠난다. 미오의 모험 이야기이지만 작가는 미오를 영웅으로 그리지 않는다. 대신 수없이 망설이고 두려움에 떠는 미오의 모습을 거듭 보여준다. 위험에 처할 때마다 미오는 울며 길을 떠난 걸 후회한다. 그때마다 미오를 일으켜 세우는 소리가 있다. “미오, 나의 미오!” 하고 부르는 아빠의 목소리다. 멀리 길을 떠나왔으니 아빠가 곁에 있을 리 없다. 미오의 마음속에서 들리는 소리일 뿐이다. 하지만 미오는 아빠의 목소리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자신이 결코 혼자가 아니라는 걸 믿을 수 있었다. 자신이 얼마나 사랑받는 아이인지 확신할 수 있었다. 이 믿음이 있기에 미오는 모험을 마칠 수 있었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바로 이 믿음이라고 린드그렌은 말한다. 동화가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지만 미오의 이야기는 보쎄가 만들어낸 꿈이다. 현실의 보쎄는 여전히 외롭고 미움받는 아이일 뿐이다. 동화를 감싸 도는 정조는 그래서 슬픔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오를 꿈꾸는 한 보쎄는 용기를 낼 수 있다. 그것이 이야기가 현실의 우리에게 주는 힘이다. 초등 4학년부터. 한미화 출판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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