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화의 어린이책 스테디셀러
루이스 새커 지음, 김영선 옮김/창비(2015) 창문이 바람에 덜컥거리는 추운 겨울밤이면 한사코 옛날이야기를 해달라고 졸랐다. 그때마다 할머니는 “이야기를 좋아하면 가난해진다”고 타박을 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서사 중독자’로 살고 있어서인지 종종 이 말이 생각난다. 인류는 왜 이야기를 좋아할까. 이 이유를 들려주는 <스토리텔링 애니멀>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문학은 공짜로 감정을 선사한다. 일상에서는 사랑하고 비난하고 용서하고 소망하고 두려워하고 미워하는 감정에 대가가 따르지만 문학에서는 그런 위험 없이 이 감정들을 느낄 수 있다.” 특히 뛰어난 소설가들은 의식의 과잉이나 설교 없이 살며 겪어야 할 감정과 잊지 말아야 할 위대한 가치를 들려준다. 루이스 새커도 그런 작가다. 흥미진진한 이야기 속에 생각거리를 담아둔다. <수상한 진흙>은 두 가지 사건이 인과관계로 엮여 들어가며 급박하게 전개된다. 하나는 타마야와 마셜의 학교생활과 숲에서의 사고이며, 다른 하나는 유전자조작 미생물을 통해 에너지를 만든 연구소에 대한 청문회 기록이다. 언뜻 관련이 없어 보이는 두 이야기가 맞물리며 소설은 긴장감 넘치게 펼쳐진다. 주인공은 우드리지 사립학교에 다니는 5학년 여학생 타마야와 7학년 남학생 마셜이다. 마셜은 열정이 많은 아이였다. 한데 소년원 대신 우드리지로 전학을 온 말썽쟁이 채드가 등장하며 모든 걸 바꿔버렸다. 채드는 틈만 나면 마셜을 괴롭혔고 심지어 오늘은 학교가 끝나고 따로 보자고까지 했다. 마셜은 채드를 피하려고 숲을 통과해 집으로 가려 한다. 지난 삼년 동안 마셜과 등하교를 같이한 타마야는 그동안 범생이라는 핀잔을 들어왔던 터라, 용기를 내어 마셜을 따라간다. 하지만 숲에서 길을 헤매는 사이 채드가 나타났고, 타마야는 이상한 진흙 한 뭉치를 채드의 얼굴에 처바르고 도망치는 데 성공한다. 둘은 무사히 집으로 돌아갔지만, 그날 저녁 진흙을 만진 타마야의 오른손이 따끔거렸다. 소설은 여기까지 이야기를 전개하고 뜬금없이 구구단을 보여준다. ‘2×1=2, 2×2=4, 2×4=8’ 몇 페이지를 더 넘겨 이 수식의 의미를 깨닫고는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불쌍한 타마야!” 하지만 너무 걱정 마시라. 십대를 위한 문학은 아이들을 안전하게 귀가시킨다. 또한 깨달음도 전한다. 모범생은 희생과 배려를 배우고, 겁쟁이는 용기를 내고, 문제아는 사랑을 배운다. 이렇듯 문학을 통해 마음에 새겨진 가치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인류가 이야기를 버리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방학이다. 아무리 바빠도 아이들이 기억에 남을 흥미로운 문학책 몇 권은 읽었으면 좋겠다. 중2부터. 한미화 출판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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