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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5.05.28 19:38 수정 : 2016.12.30 11:31

한미화의 어린이책 스테디셀러

벤저민 프랫, 학교를 지켜라(전 5권)
앤드루 클레먼츠 글, 애덤 스토어 그림, 홍연미 옮김/열린어린이 펴냄(2013)

앤드루 클레먼츠의 <학교를 지켜라>를 읽으며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책이 재미나다는 걸 알게 된 건 학급문고로 꽂혀 있던 추리소설을 읽은 후였다. 셜록 홈스와 괴도 루팡이 어찌나 멋지던지 커서 꼭 탐정이 되겠다는 결심을 했더랬다. 이처럼 자랄 때 읽은 한 권의 책이 평생 독서를 견인하는 경우가 많다. 주인공이 무사할까 싶어 가슴이 콩닥거리고 다음 권이 읽고 싶어 조바심이 났던 적이 있다면 평생 책과 친하게 지낼 수 있다.

그러니까 독서 습관은 책 자체가 아니라 즐거움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책에 재미를 느끼지 못한 남자아이라면 먼저 이야기성이 강한 동화부터 읽으면 좋다. 이런 남자 아이들을 위한 최고의 작가는 단연 앤드루 클레먼츠다. 작가가 펼쳐놓은 흥미진진한 모험에 뛰어들어 문제를 해결해 가는 과정에 빠져들면 짜릿한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

<학교를 지켜라>는 숨겨진 비밀을 찾는 탐정 소설의 얼개 속에 자본과 이익의 편에 선 어른들과의 대결구도가 팽팽한 동화다. 그야말로 다음 장면이 어찌 될지 몰라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박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벤저민은 세워진 지 200년이 넘은 오크스 초등학교에 다닌다. 한데 바다를 마주보고 있는 아름다운 학교는 곧 헐리고 대규모 테마파크가 세워질 예정이다. 이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던 벤저민은 학교 수위인 킨 아저씨로부터 낡은 금화 하나를 받으며 학교의 수호자가 된다.

사연은 이렇다. 미국 독립 전쟁의 주역이자 학교 설립자인 던컨 오크스 선장은 영국과 싸운 배로 학교를 지으며 이 학교가 영원히 아이들의 것으로 남기를 바랐다. 그래서 믿을 만한 사람에게 그 임무를 대대로 맡겼다. 금화는 학교 수호자의 표식이었던 것. 벤저민은 조만간 학교가 헐릴 긴박한 시기에 이 중차대한 일을 맡아 친구들과 함께 학교를 지키는 모험에 뛰어든다. 여기에 산업 스파이로 파견된 새로운 수위 라이먼 아저씨와 벌이는 아슬아슬한 경쟁 그리고 오크스 선장이 남긴 다섯 가지 해결책의 수수께끼를 풀어가는 머리싸움이 더해져 좀처럼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다.

한미화 출판평론가
로알드 달이나 앤드루 클레먼츠의 작품이 인기가 있는 건 모든 일의 중심에 어린이가 있기 때문이다. 동화 속 아이들은 자신의 세계를 창조할 뿐 아니라 어려움과 고난 역시 스스로 해결해간다. 이 세계에서 어른은 조력자일 뿐이다. 로알드 달이 판타지적 시공간에서 이런 세계를 창조했다면, 앤드루 클레먼츠는 현실에서 아이들에게 이런 기회를 준다. 작가는 늘 법률, 비즈니스, 언어, 미디어, 지도, 항해 등 전문 영역 안에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하지만 어린이는 한 사람으로 이 속에서 제 할 일을 하고 대접을 받는다. 그의 동화를 읽을 때마다 “어린애가 뭘 안다고, 그런 건 커서 해도 충분해”라고 무시하지 않는, 독립된 인격으로 어린이를 존중하는 작가의 마음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어 큰 감동을 받는다.

거두절미하고 아직까지 시간가는 줄 모르고 책을 읽은 경험이 없는 어린이가 있다면 더 늦기 전에 만나야 할 흥미진진한 동화다. 초등 4학년부터.

한미화 출판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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