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아시아미래포럼]
한겨레 ‘행복일터’ 선정…24일 시상
현대인에게 일자리는 생존의 발판이자 존재 가치를 느끼고 궁극적으로 삶의 의미를 실현할 수 있는 기반이다. 삶의 행복에 일터가 차지하는 비중도 그만큼 커지고 있다. 제7회 아시아미래포럼에서 행복일터 시상식을 계획한 이유도 크게 다르지 않다. 구성원의 자부심과 상호신뢰, 성취감이 지속성장의 발판이 된다는 인식 아래 직원의 행복을 중심 가치에 두는 기업 경영 철학을 확산시키기 위해서다. 카카오, 유한킴벌리, 한국콜마 등 2016 한겨레 행복일터 시상식에 오르는 기업들은 소속 구성원의 삶 전반에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개인적 성취는 물론 조직 전체의 역량 강화를 동시에 꾀하는 곳들이다.
최근 들어 ‘돈’과 ‘명예’를 위해 ‘경쟁’과 ‘효율’을 강조하던 구태를 벗고 구성원 상호간에 서로 존중하고 즐거움이 샘솟는 사회를 만들어가려는 노력이 확산되고 있다. 최고의 직장을 다니다가 갑자기 그만두고 자신의 세상과 꿈을 향해 나가는 청년도 많아지고 있다. 남들과 같은 행복의 기준에서 벗어나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는 ‘행복기업’도 늘어나고 있다.
성취감, 자부심 높은 일터 선정
지금까지 ‘좋은 일자리’라고 하면 주로 고용 안정, 높은 급여와 복리후생이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간주돼왔다. 하지만 이번 한겨레 행복일터 심사에서는 일에서 자부심을 느끼고 성취감을 갖도록 지원하는 일터 찾기에 골몰했다. 자부심과 성취감을 통해 조직 구성원들은 풍부한 삶을 누리게 되고, 더 나아가서는 삶 전반에서 행복을 느끼게 된다. 한겨레 행복일터 시상식의 목적은 이러한 조직을 찾아내 널리 알리고 확산시켜 직원들이 행복한 일터, 더 나아가 삶터를 조성해 가도록 하는 데 있었다.
이번 한겨레 행복일터 시상식에서 심사위원들은 일을 통한 자부심과 성취감을 가능케 하는 열쇳말로 ‘희망’, ‘배려’, ‘보람’, ‘혁신’, ‘신바람’ 5가지를 선정했다. 직원 간 상호 존중과 협력을 위해 필요한 배려, 성취감과 자부심을 가져다주는 희망과 혁신, 그리고 자유로운 조직문화의 토대가 되는 혁신과 신바람이 한겨레 행복일터를 상징하는 낱말로 꼽혔다. 한겨레 행복일터 시상식 심사위원들은 약 100여개 기업 사례 가운데 5가지 행복일터 특성에 부합하는 기업 3곳씩 모두 15개 기업을 선정했다.
희망일터, 삶터와 일터 간극 없애
먼저, 심사위원들은 희망일터로 신세계, 엘지유플러스, 한국콜마를 선정했다. 신세계는 임산부의 단축근무와 난임 여성 직원 추가 휴직 등 적극적인 모성지원제도, 임직원의 배우자 및 직계존속에 대한 추가의료비 부담 등이 돋보였다. 엘지유플러스는 사내 명상실과 심리상담실을 운영하여 힐링을 강조하는 한편, 매주 50여 가족에게 캠핑장비 지원, 회의 중엔 상사라도 직원의 말을 자를 수 없는 제도 등을 도입하고 있다. 한국콜마는 효도수당, 파격적인 출산장려금 등 삶터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지원들이 인상적이었다.
배려일터, 상호 존중 속 차별은 노!
배려일터로 꼽힌 신한은행은 은행권 최초로 유연근무제를 도입해 직원들의 출퇴근시간 조정을 가능하게 했고, 5월 한달 동안 매주 금요일엔 ‘스마트 캐주얼 데이’를 신설해 자유 복장으로 출근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유한킴벌리는 2011년 스마트워크 제도를 도입하여 출퇴근시간을 자율화하고 재택근무를 확대 시행하고 있다. 성별 간 차별 철폐를 제도화한 덕분에 임원의 18.9%가 여성이고, 은퇴 후 삶터를 체계적으로 준비할 수 있도록 퇴직 예정자를 대상으로 이모작 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은 서로 다른 직종을 이해하기 위해 역지사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의사와 간호사 그리고 병원 내 직원이 서로 역할을 바꿔 상대방의 처지를 헤아리도록 하고 있다. 또한 학부모인 직원들에게는 상담사가 병원으로 찾아와 상담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신뢰와 협력이 영그는 보람일터
보람일터로 선정된 해피브릿지협동조합, 아름다운가게, 주식회사 보듬 3곳은 모두 사회적 경제 기업이었다. 해피브릿지협동조합은 협동조합형 프랜차이즈 기업으로 행복, 사람, 협동, 상생을 핵심가치로 두고 사람중심 기업을 만들어가고 있다. 전국에 외식 프랜차이즈 490여개 가맹점을 운영하고 있을 정도로 큰 규모를 자랑하지만 여전히 1인 1표제를 통해 조합원이 회사 경영 및 의사결정에 직접 참여하고 있다. 아름다운가게는 400여명의 간사 주도로 월 1회 ‘옥상달빛’이라는 모임을 통해 조직문화를 유연하게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 보듬은 또래보다 발달이 늦은 아동들의 치료를 위해서라도 일터가 먼저 행복해야 한다는 경영철학이 돋보였다.
자유는 있고, 경계는 없는 혁신일터
혁신일터로 선정된 구글코리아는 국내에 직원이 200여명 있는 인터넷 비즈니스 회사로 사내에서 모든 직원은 서로 ‘님’자 호칭을 사용하는 등 상호존중을 바탕으로 한 협력과 혁신이 돋보였다. 카카오는 수평적 소통을 위해 전직원이 영어이름을 호칭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직원 30%에게는 서서 일할 수 있는 스탠딩 책상을 제공하고 있다. 항공기나 우주선의 보조 장치를 생산하는 쎄트렉아이는 구성원이 168명인 연구중심 중소기업이지만, 직원의 행복이 가장 중요한 기업이다. 출퇴근시간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고, 10년 근속하면 1년간 무급휴가를 사용할 수 있다.
재밌고 즐거운 일터, 신바람 나는 직원
마지막으로 신바람일터로 선정된 씨제이(CJ)제일제당은 직장어린이집을 아침 7시 반부터 저녁 9시까지 운영하고, 출산한 직원에게는 1년 동안 출퇴근시간을 조정할 수 있도록 할 뿐만 아니라, 다양한 신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국내 최초로 직위나 직책이 아닌 ‘님’이란 호칭을 사용하고 있다. 여행박사는 구성원이 330명인 회사인데 팀장급 이상 임원은 직선제를 통해 일하고 싶은 상사와 일하도록 하고 있으며, 수익과 비용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비용을 제외한 순이익은 직원들에게 돌려주고 있다. 이노레드는 마케팅 대행사로 구성원이 65명인 작은 회사이지만, 매일 아침 모두 모여서 재미있는 단체사진을 찍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이밖에도 한달에 한번은 늦게 출근할 수 있는 지각데이가 있으며, 결혼기념일에도 1시간 일찍 퇴근할 수 있을 정도로 즐겁고 재미있는 일터에 관심을 갖고 있다.
무한경쟁 시대 필수품, 직원행복
전반적으로 어려운 경제 환경에서도 많은 기업들은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었다. 대기업들은 대기업대로, 중소기업이나 비영리조직들도 스스로의 환경에 맞춰 기존의 틀에 박힌 경쟁과 효율에서 벗어나고 있었다. 이번 한겨레의 행복일터 시상 과정을 통해 고용안정성과 높은 임금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더 먼저 자부심과 성취감을 가질 수 있는 일터를 만들어 가려는 많은 기업들을 살펴볼 수 있었다. 이런 기업들이 우리의 미래이며, 대한민국의 미래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많은 기업들은 아직도 기존의 고성장 시대의 틀인 무한경쟁과 양적인 접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다가오는 새로운 시대에 저임금과 장시간 근로, 계약직이나 비정규직을 활용하는 양적인 유연성 확보는 더 이상 우리에게 행복한 일터를 가져다줄 수 없으며, 기업의 경쟁력도 확보해줄 수 없다. 오늘보다는 내일, 내일보다는 모레, 우리나라의 더 많은 기업과 조직들이 행복한 일터를 제공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이영면 동국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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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일터는 업무 효율은 물론, 임직원의 삶의 질과 만족감도 높인다. 사진은 지난 10월26일 서울아산병원 임직원들의 ‘비타민D 데이’ 단체 행사(위)와 디지털 전문 광고업체 이노레드의 사내동아리 ‘이노밴드’가 공연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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