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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11.09 10:23 수정 : 2016.11.09 11:23

[2016 아시아미래포럼]
다큐 ‘행복의 경제학’ 제작한 노르베리 호지 인터뷰

다큐 제작 5년, 세계화는 가속화
“세계화가 초래한 불평등·양극화
점점 많은 국민들 불행에 빠뜨려”

초국적 기업이 장악한 지구촌
“상호 호혜적 무역협정 필요
‘큰 그림 행동주의’ 실천할 때”

서울지 주도 ‘사회적경제협의체’
지역화 지향 ‘로컬푸드 운동’ 등
“세계화 맞선 사회경제 활동 늘어”

우리는 세계 어느 곳을 가도 아이폰을 쓰고 맥도날드 햄버거를 사먹으며 에이치앤엠(H&M) 옷을 사입을 수 있는 세계화 시대에 살고 있다. 이런 세계화 흐름 속에서 우리는 정말 행복해졌을까? 이 흐름은 정말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일까? <오래된 미래>의 저자 헬레나 노르베리호지(70)는 ‘아니’라고 답한다. 호지처럼 생각하는 지식인과 운동가, 청년도 늘어나고 있다. 쇠락하거나 폐허가 된 도시에서 농부를 꿈꾸고 로컬푸드를 공급하거나 다양한 지역기반 경제활동을 벌이는 이들이다.

<오래된 미래>, <행복의 경제학> 저자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가 지난 10월 19일 오후 서울 종로의 한 카페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오는 23일 개막하는 2016 한겨레 아시아미래포럼 첫날 점심시간에는 흥미로운 영화가 상영된다. 히말라야 고원에 자리잡은 작은 마을 ‘라다크’의 경험을 통해 세계화의 위험성을 알린 책 <오래된 미래>의 저자 헬레나 노르베리호지가 만든 다큐멘터리 <행복의 경제학>(2011)이다. 언어학자로 출발해 생태학자로, 반세계화 운동가로 보폭을 넓혀온 스웨덴 출신의 노르베리호지는 이 영화를 통해 라다크가 겪고 있는 불행으로 대변되는, 세계인들의 고통을 들여다본다. 그는 지역사회에 기반을 둔 경제활동으로, 고통에서 벗어나 잃어버린 삶의 활력을 되찾자며 ‘행복의 경제학’을 제안하고 있다. 지난 10월13일 전주에서 열린 제2회 ‘행복의 경제학 국제회의 전주’ 기조연설자로 한국을 방문한 그를 지난달 19일 서울에서 만났다.

<행복의 경제학>을 제작한 지 5년이 지난 지금 지구적으로 세계화 물결은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물론 반세계화 요구도 그만큼 커지고 있다. “세계화가 초래하는 불평등과 양극화가 점점 많은 저개발국가와 국민들을 불행에 빠뜨리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화에 저항하고 지역으로 되돌아가자는 더 많은 지역화 움직임이 명백하게 나타나고 있다.” 거대한 세계화 흐름과 지구촌 행복에 대한 노르베리호지의 상황 진단이다.

“10년 전부터 한국을 여러 차례 방문하고 있다. 세계화에 저항하는 사회경제적 활동이 늘어나고 있는 것을 뚜렷하게 느낀다. 서울시가 주도하는 국제사회적경제협의체가 국제적 연대기구로 그 위상과 역할이 커지고 있는 것이 좋은 예다.” 서울시가 2014년에 창립한 국제사회적경제협의체(GSEF)는 세계 각 도시의 지도자와 사회적 경제 활동가들이 모여 지역경제 활성화 방안을 논의하는 모임이다. 지난 9월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2차 총회에는 62개국 330개 도시 1800여명의 참가자가 모여 사회적 경제 확산을 위한 국제 연대를 선언했다. 유엔 산하 사회적 경제 태스크포스에 옵서버로 초대받는 등 세계 단위의 기구로 빠르게 자리잡아가고 있다. 사회적 기업과 협동조합 등으로 대표되는 사회적 경제는, 이윤추구 논리가 지배하는 시장경제활동과 달리 고용과 참여 등 사회적 목적을 표방하는 공동체 및 지역에 기반한 경제활동이다. 이런 지역 차원의 사회경제활동에서 무너진 커뮤니티를 복원하고 인간적인 관계맺기를 통해 진정한 행복을 발견하고 누릴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러한 지역화 움직임은 아직은 작은 흐름에 불과하다. 세계화의 물결은 여전히 거세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나 대서양 양안 간 무역투자파트너십(TTIP)처럼 전문가가 아니면 알기 힘든 새로운 무역조약들이 더욱더 촘촘히 세계를 단일시장으로 얽어매고 있다는 게 그의 우려다. 그는 “국가와 지역 간 경계를 허무는 무역협정들은 처음의 좋은 취지와는 반대로 초국적 기업과 금융의 이익이 강화되는 방향으로만 진행되고 있다”며 “이런 협정들은 ‘투자자-국가 분쟁해결’(ISDS) 제도까지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국민을 보호하려는 국내 정책마저 기업 이윤에 위배되면 제동을 걸 수 있게 하는 쪽으로 금융세계화가 질주하고 있다는 얘기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탈원전을 결정한 독일 정부에 스웨덴 전력회사가 47억유로 규모의 소송을 제기하고, 담뱃갑에 흡연 경고를 강화하려는 법을 제정한 오스트레일리아 정부를 필립모리스가 고소한 게 그 예다.

그는 한 발짝 뒤로 물러서 큰 그림을 보고 ‘큰 그림 행동주의’(Big Picture Activism)를 실천해야 한다고 말한다. 거부할 수 없는 흐름인 것처럼 포장되고 미디어를 통해 재생산되며 정부뿐 아니라 시민운동까지 휘둘리게 만드는 세계화 파고에 묻히지 않으려면 그림을 크게 그려낼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초국적 기업들이 장악하는 세계 정부가 일국의 정부 위에서 군림하고 있는 본질을 제대로 깨닫지 못하면 개인의 반세계화 실천들은 무기력할 수밖에 없다. 시민사회뿐 아니라 정부 차원에서도 함께 머리를 맞대고 초국적 기업에 ‘노’라고 말할 수 있는, 상호 호혜적 무역협정을 만들어내기 위해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요즘 우리나라 대도시에서 발생하고 있는 젠트리피케이션(쇠락한 구도심이 이윤 논리에 따라 개발되면서 임대료가 오르고 원주민들이 내몰리는 현상)은 세계적인 현상이다. 하지만 그는 도시농업과 생산자와 소비지를 직접 연결하는 로컬푸드 운동이 샌프란시스코나 런던 같은 대도시에서 활성화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화에도 나오듯이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라다크에서조차 이제는 ‘공부 못하면 아버지처럼 돼지를 쳐야 하거나 가난한 이웃처럼 농사꾼이 될 수밖에 없다’고 가르치고 있다. 수백년 동안 가장 보편적인 직업이던 농업이 불과 백년도 안 되는 사이에 시대에 뒤처진 직업으로 전락했다.” 하지만 조용한 가운데 흐름은 조금씩 바뀌고 있다. 노르베리호지는 “지역화 운동이 일어나는 곳에서 청년 농부들은 농업이 얼마나 멋지고 할 만한 일인지 깨닫고 있다”며 “영화를 한 편 더 제작한다면 우리의 삶에 무엇보다 중요한 농업 문제를 깊이 다뤄보고 싶다”고 말했다.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행복의 경제학’ 어떤 다큐?

가난한 집 없다던
히말라야 라다크

10년 뒤 가난, 왜?
세계화 폐해 경고
지역화 운동 제시

다큐멘터리 <행복의 경제학>은 헬레나 노르베리호지가 주장해온 세계화의 폐해와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서 ‘지역화 운동’을 68분짜리 영상에 압축 요약한 작품이다. 노르베리호지뿐 아니라 미국 환경운동가 빌 매키번, 일본 슬로라이프 운동가 쓰지 신이치, 인도의 핵물리학자 겸 환경운동가 반다나 시바 등 전세계의 지식인과 정치인, 활동가들이 영화 속 인터뷰에 참여했다. 아시아미래포럼 첫날인 23일 점심시간에, 포럼 행사장에서 이 영화가 상영된다.

영화는 지구 행성의 현재를 환경과 경제, 그리고 인간 정신의 위기로 진단하면서 ‘왜?’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으로 시작한다. 내레이터로 등장하는 노르베리호지는 그의 책 <오래된 미래>에 등장하는 유명한 에피소드를 인용한다. 30여년 전 처음 히말라야 기슭에 있는 라다크 마을에 갔을 때 노르베리호지가 “이 동네에서 가장 가난한 집을 보여달라”고 부탁하자 “여긴 가난한 집이 없어요”라고 대답했던 청년이 10년 뒤 관광객들에게 가난을 호소하며 도움을 구걸하는 모습을 본 것이다. 그사이 세계화의 물결이 평화롭고 한적하던 라다크까지 집어삼킨 것이다. 실업자가 늘고 공동체는 붕괴했으며 범죄가 증가하고 자연은 파괴됐다.

다큐멘터리 <행복의 경제학>의 한 장면 캡쳐
라다크뿐 아니라 모든 국가와 국민이 공통으로 겪는 이 세계화의 문제를 영화는 8개의 항목으로 나눠 안내한다. 그 모든 문제의 맨 위에는 국가·정부 위에 군림하는 거대 초국적 기업들이 있다. 전문가들은 세계를 단일 시장으로 통합하고 문화도 획일화하려는 글로벌 기업들의 파괴력에 맞서기 위해서 지역 단위의 소규모 경제활동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자동차 산업이 빠져나가며 폐허가 되다시피 한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그 이후 불고 있는 도시농사의 물결, 그리고 이 농사일을 통한 사람들의 새로운 관계 맺기는 그 좋은 예다. 영화는 마지막에 우리가 알고 있던 ‘상식’에 반하는 제언을 한다. “경제를 전문가에게 맡기지 말라.” 우리 스스로가 나서지 않으면 지금의 경제적 불안과 불행감은 결코 끝날 수 없다는 경고다. 2012년 같은 제목의 책으로도 출간됐다.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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