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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10.17 09:44 수정 : 2016.11.04 11:01

[2016 아시아미래포럼]
OECD 보고서로 본 ‘행복과 사회관계’
사회적 신뢰·강한 공공재, 행복 ‘핵심변수’

인간의 행복을 사전적으로 풀이하면 ‘살면서 만족과 기쁨, 흐뭇함 같은 것들을 느끼는 심리적 상태’이다. 행복은 개인적인 ‘마음의 풍요’라는 말도 있다. 사람의 마음은 제각각 다르듯이 행복은 상대적이고 주관적인 속성을 지닐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세계 각국은 국민행복 수준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행복 증진을 위한 학계와 전문가 집단의 이론적 연구도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루이지노 브루니 교수(로마 룸사대, 시민경제학)

행복에 대한 이론적 논의의 초점은 개인의 심리적, 경제적 차원을 넘어 사회적 관계로 이동하고 있다. 인간의 행복은 단순한 생존 기반이나 물질적 욕망의 충족보다 사회적 관계에 더 큰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오는 11월23일 제7회 아시아미래포럼(AFF)의 개막식에서 기조강연에 나서는 루이지노 브루니 교수(로마 룸사대)는 행복과 사회적 관계의 함수를 이렇게 설명한다. “다른 이들 없이 홀로, 심지어는 다른 이들과 척을 지며 ‘부유해지는’ 것은 가능하지만, 행복하려면 두 사람 이상이 함께 있어야 한다. 이런 이유로 공공의, 다른 이들과의 관계 속의 행복이라는 개념이 특별히 중요하다.”(공저 <21세기 시민경제학의 탄생> 중에서) 브루니 교수의 주장에 따르면, 행복이란 건전한 사회적 관계에서 발생하는 시민적 에너지이다.

사회적 관계로 바라본 한국인의 행복 기상도는 어떤 상태일까? 불행히도 우울한 모습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 5일 발표한 <한눈에 보는 사회상>(Society at a Glance) 2016년판 보고서를 보면, 한국은 다른 사람과 공적기구에 대한 신뢰 지수가 아주 낮은 나라로 분류된다. ‘타인을 믿을 수 있느냐’는 질문을 바탕으로 산출하는 신뢰도가 26%로, 회원국 평균치(36%)보다 10%포인트나 낮다. 타인에 대한 신뢰도가 75%에 이르는 덴마크를 비롯해 노르웨이, 네덜란드, 스웨덴 등 신뢰도 상위권의 나라들은 공통적으로 삶의 질, 즉 행복지수도 높다. 그만큼 사회적 신뢰와 국민행복은 밀접한 비례관계에 있음을 알 수 있다.

구성원 간 신뢰가 낮은 사회에서는 집단과 개인 간 갈등이 유발될 위험이 크다. 그런데 한국은 이런 위험을 사전에 예방하고 해소해야 할 책임이 있는 공적기구의 능력마저 매우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정부에 대한 국민 신뢰도 순위에서 한국은 바닥권이다. 갤럽 조사 결과를 이용해 작성된 이 오이시디 보고서에서 한국의 정부 신뢰도는 0.28(최하 0, 최고 1.0 기준)로 나와 있다. 조사 대상 35개국 가운데 29위로 최하위권이다. 특히 청년층(15~25살)의 정부 신뢰도는 0.17로, 슬로베니아를 빼면 꼴찌를 기록했다. 사회와 정부를 믿을 수 없다는 인식과 태도는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갤럽 조사에서 ‘미래에 대한 심각한 불안감을 가지고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한국의 청년 응답자들은 무려 79.7%가 ‘그렇다’고 답했다.

헌법에 따르면 국민행복은 국가의 책임이다. 헌법 전문은 ‘…우리들과 우리들 자손까지의 행복을 영원히 확보할 것을 다짐’하고 있으며, 10조에는 ‘모든 국민은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지며 국가는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지고 있다’고 되어 있다. 그런데 지금 우리 국민 다수는, 불신이 팽배한 사회적 환경에서 국가와 사회의 도움 없이 각자도생으로 살아가야 하는 처지에 놓여 있다고 여긴다. 경제적 성장을 넘어 ‘더불어 행복’으로 가는 길을 적극 찾아야 할 때이다.

박영삼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 이민영 선임연구원 ys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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