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10.16 22:50
수정 : 2016.11.04 11:03
[2016 아시아미래포럼]
한국 행복지수 58위, 행복편차 96위
내달 23∼24일 ‘더불어 행복’ 대토론
지난 수십년간 경제성장에 몰두하는 동안 우리에게 사회경제정책의 궁극적 목표에 대한 관심은 희박해졌다. 모두가 국내총생산(GDP)과 국민소득지표에 기를 쓰고 매달려 왔지만 우리들 삶은 그다지 나아지지 않았다. 우리에게 빠져 있는 가장 큰 공백이자 동시에 갈망, 바로 ‘행복’에 대한 얘기다.
유엔이 올해 초에 발표한 ‘2016년 세계행복보고서’를 보면, 한국인의 ‘삶의 만족도’(행복 지수)는 평균 5.8점(최저 0점, 최고 10점)으로 조사 대상 157개국 가운데 58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 회원국만 보면 최하위권(29위)이다. 2015년 한국의 국내총생산 규모(세계 11위)와 1인당 국민소득(세계 28위)을 생각해보면, 한국은 ‘행복 없는 저성장’에 빠져 있음을 한눈에 알 수 있다.
게다가 ‘국민행복 시대’를 표방했던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한국의 행복순위는 올라가기는커녕 계속 떨어지는 추세다. 유엔 세계행복보고서에 국가별 순위가 처음 등장한 건 2013년이다. 한국은 2013~2014년 두 해 연속 41위였다가 2015년 47위, 2016년에는 58위로 떨어졌다. 지난 3년 동안 17단계나 순위가 밀린 셈이다. 유엔은 객관적 주요 경제·사회 지표에다 나라별로 3천여명의 응답자에게 주관적 ‘삶의 만족감’을 물어 매긴 점수를 합산해 세계행복조사 보고서를 내고 있다.
행복 결핍뿐만이 아니다. ‘행복불평등’의 골도 깊어지고 있다. 이 보고서에서 한국 응답자의 행복감 표준편차는 2.15점으로, 조사 대상 157개국 중 96번째로 높다. 각 응답치들이 전체 평균에서 떨어져 있는 정도를 보여주는 표준편차는 그 값이 클수록 불평등도가 높다. 오이시디 회원국 안에서 보면, 한국의 표준편차는 평균치(1.86)보다 훨씬 커 행복불평등이 5번째로 높다.
행복불평등 지표는 소득불평등 지표보다 일반적으로 낮다. 이는 행복 관련 여러 실증연구에서 나타나는 일반적인 현상이다. 소득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추가적인 소득 증가분이 행복감을 높이는 효과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사실 한국의 소득불평등 지표(가처분소득 지니계수 2012년 0.307)는 경제력이 비슷한 오이시디 다른 나라에 견줘 나쁘지 않은 수준이다. 그런데도 한국에서는 국민이 느끼는 행복불평등이 소득불평등보다 더 큰, 사뭇 ‘기이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왜 그럴까? 물론 행복불평등에는 소득불평등뿐 아니라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각종 국제 행복조사들은 한국에 특유한 두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고 꼽는다. 하나는 ‘기회 불평등’이다. 교육·고용·기업 등 사회경제 여러 방면에 걸쳐 양극화가 광범위하게 진행되면서 한쪽의 승자독식과 다른 쪽의 열패감이 행복불평등을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사회적 관계의 빈곤’이다. 오이시디의 ‘더 나은 삶 지표’(2015)를 보면, 한국은 일상 삶에서 다른 사람과 깊은 인간적 신뢰 관계를 맺고 서로 지원하는 사회적 관계가 35개 회원국 중 가장 취약하다.
11월23~24일 열리는 ‘2016 아시아미래포럼’에서는 행복불평등을 줄이고 모두가 ‘더불어 행복한’ 사회로 이행하려면 어떤 정책 방향과 과제가 필요한지를 놓고 대토론이 펼쳐진다.
조계완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동향분석센터장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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