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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3.31 05:01 수정 : 2018.03.31 09:47

[토요판] 이재익의 아재음악 열전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

마이클 잭슨의 ‘디스 이즈 잇’ 공연. <한겨레> 자료사진
팝 역사상 가장 높은 곳까지 날아올랐던 아티스트 마이클 잭슨은 단숨에 추락했다. 에번 챈들러라는 남자가 민사소송을 걸었다. 마이클 잭슨이 자신의 아들 조던 챈들러를 성추행했다는 것이다. 세계 최고의 스타가 13살 아이를 성추행한 ‘변태’로 전락하는 순간이었다.

한 편의 스릴러 영화와도 같은 사건의 개요는 이렇다. 에번은 이혼한 전부인과의 사이에서 아들 조던을 두었다. 그의 전부인은 재혼을 했고 새 남편과 함께 조던을 키우던 중 우연한 기회에 마이클 잭슨과 인연이 닿았다. 조던은 물론 조던 가족에게 친밀감을 느낀 마이클 잭슨은 바쁜 스케줄 중에도 함께 시간을 보내는 등 호의를 베풀었다. 전부인과 아들이 슈퍼스타 마이클 잭슨과 친구가 된 사실을 안 에번은 악덕 변호사로 유명한 배리 로스먼에게 찾아갔다. 둘이서 계략을 꾸민 것이 마이클 잭슨 성추행 사건이었다.

이들은 어린 조던이 육성으로 마이클 잭슨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진술하는 녹음 내용을 갖고 있었고 이를 빌미로 마이클 잭슨에게 2000만달러의 합의금을 제시했다. 경찰이 마이클 잭슨의 왕국 네버랜드로 들이닥쳤고, 언론에서는 연일 기사를 쏟아냈다. 극심한 스트레스와 진통제 중독으로 심신이 피폐해진 마이클 잭슨은 변호사들의 설득으로 결국 1500만달러에 합의한다.

합의 끝에 소송은 취하되었지만 이 사건으로 마이클 잭슨이 입은 정신적 고통은 상상을 초월했다. 심각한 불안 증세와 불면증이 찾아왔고 약물에 의존하기 시작했다. 이즈음 결혼한 리사 프레슬리(엘비스 프레슬리의 딸)의 증언에 따르면 마이클 잭슨은 약물 없이는 하루도 잠이 들지 못할 정도로 사건의 후유증이 컸다고 한다.

그런데 합의 뒤에 결정적인 진실이 밝혀졌다. 소송을 제기했던 에번이 아들 조던의 진술을 녹음하기 전에 최면 진정제를 투여했다는 것이다. 해당 약품을 투여하면 의식이 몽롱해지고 상대방의 말에 거역할 수 없는 상태가 되며 심한 경우 거짓 기억이 심어지기도 한다. 진실이 알려질까봐 두려워서였을까? 에번 챈들러는 아들 조던을 실명시키려다가 실패하고, 질식해 죽이려고까지 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진 뒤 마이클 잭슨의 아동성추행 의혹은 무혐의로 결론 났다.

누명은 벗었지만 상처 입은 영혼은 좀처럼 치유되지 않았다. 한 번 망가진 이미지도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다. 여전히 마이클 잭슨에 대해 자극적이고 선동적인 기사들이 끊이지 않았고 대중도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거두지 않았다. 음악적으로도 내리막만이 남아 있었고 21세기에 들어와서는 또 다른 아동성추행 사건에 휘말렸다. 이 사건 역시 합의금을 노린 ‘작전’으로 밝혀졌지만, 이미 정신적으로 피폐해 있던 마이클 잭슨에게는 결정타가 된 듯하다. 그는 은둔에 들어갔고 사람들은 사라진 그를 조롱거리로 삼았다. 심지어 아직까지도 마이클 잭슨이 아동성애자라고 믿고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2009년 6월25일이었다. 마이클 잭슨은 자기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되었다. 향년 51. 사인은 급성 프로포폴 중독으로 인한 심장마비였다. 자살이나 사고사가 아닌, 주치의가 치사량의 프로포폴을 주사한 범죄였고 당연히 주치의는 실형을 선고받았다. 그로부터 몇 달 뒤, 마이클 잭슨에게 처음으로 아동성추행 누명을 씌웠던 에번 챈들러가 권총으로 자살했다. 에프비아이(FBI)는 마이클 잭슨에게 제기되었던 모든 아동성추행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는 최종 결론을 거듭 밝혔다.

수십년 동안 팝음악을 파온 필자의 사견으로 볼 때, 그가 아티스트로서 또 한 번의 야심찬 전환점을 준비하던 시점에서 몰락당했다는 사실에 더 마음이 아프다. 그런데 안타까운 나의 스타를 또 한번 짓밟는 것처럼 보이는 일들이 최근 일어나고 있다. 자신이 마치 기획성 스캔들에 휘말린 것처럼 피해자 코스프레를 해대는 그들 때문에 화가 난다. 증거가 나와도 ‘기억은 나지 않지만 증거는 나왔네’라는 식의 뻔뻔한 거짓말은 실제 그런 일들로 평온한 삶을 빼앗긴 이들을 두번 짓밟는 잔인한 짓이다. 미투 운동은 이제 첫발을 내디뎠다. 정부에서도 사법, 입법 기관에서도 아직은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종종 보이고 있지만, 앞으로 더 나아질 것이라고 믿는다. 피해자의 고백을 접수하고, 검증하고, 억울한 피해자가 없도록 합리적인 절차를 진행하는 시스템이 점점 견고하게 갖춰지리라 본다. 부당한 성폭력의 피해자는 물론이고 마이클 잭슨 같은 무고의 피해자를 위해서라도 미투 운동은 더욱 널리 많은 분야로 퍼져야 한다. 반드시 그래야 한다. 자고로 햇빛 아래에선 감히 곰팡이가 피기 어려운 법. 성추행도, 무고도 마찬가지다.

독자님들께 무슨 노래를 추천해볼까? 13곡의 빌보드 1위 곡과 197개의 트로피(그래미, 아메리칸 뮤직어워드, MTV 어워드 등등), 10개가 넘는 부문의 기네스북 기록을 갖고 있는 가수의 노래를 단 한 곡만 꼽기란 너무 어려운 일이다. 봄이라는 계절만 생각하기로 한다. 넘실댄다는 말을 노래로 표현하면 바로 이럴 것이다. ‘더 웨이 유 메이크 미 필’. 사랑해요 마이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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