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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7.11 11:37 수정 : 2016.10.11 09:52

듀나의 영화불평

영화 <내부자들>.

데이비드 린치가 <멀홀랜드 드라이브>의 디브이디를 처음 냈을 때 영화 중간에 나오는 로라 헤링의 음모 부분을 블러로 흐리게 처리했다. 린치의 이 선택은 순수주의자들을 분노하게 했는데, 솔직히 난 잘 모르겠다. 이 영화를 여러 번 보았지만 그 장면은 비교적 어둡고 빨리 지나간다. 맨눈으로 헤링의 음모 부위를 구별할 수 있는 사람은 그냥 없다고 봐도 된다. 그래도 린치가 그런 선택을 했던 건 기어코 그 장면을 캡쳐해서 화면처리를 해 인터넷에 올릴지도 모르는 변태들 때문이었다고 한다. 이번에 새로 나온 크라이테리언 블루레이엔 그 블러가 사라졌다고 하는데, 여기에 대해 린치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잘 모르겠다.

<한공주> 이야기를 하고 싶다. 논란의 여지가 많은 영화인데, 고통스러워서 잘 보지는 않지만 여전히 나는 이 작품을 옹호하는 편이다. 심지어 집중적으로 비난이 되는 '선풍기 시점'의 강간신에 대해서도 그렇다. 난 그 장면에 긍정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예술적 의도가 개입되었다고 믿는다. 하지만 내 옹호는 인터넷에서 '<한공주>의 엑기스' 클립들이 돌아다니는 것을 보고 위축되고 만다. 성폭행을 당한 소녀가 겪는 고통을 보여주는 영화를 만들었는데, 그 영화의 강간 장면만 떨어져 나가 포르노로 소비된다면 이걸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저들에게 처음부터 쾌락적으로 소비될 가능성이 있는 장면을 주지 않는 것이 답이 아닐까.

예술가들은 자신의 예술이 어떻게 소비되는지 통제할 수 없다. 소비자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이를 재해석하고 그 중 일부는 어떤 방향으로건 극단적이 된다. 여기에 대해서는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도 무죄는 아니다. 판타지의 세계에서 우리가 완벽하게 윤리적이 되는 건 불가능한 것 같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제는 가능하고 어느 경우엔 그것이 의무이기도 하다. 나는 지금 여성 혐오 시체음란증 포르노로 사용되고 있는 <서든 어택 2> 게임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거기엔 그 정도의 변명의 여지가 없다. <한공주>처럼 감독의 예술적 의도가 소비자의 음란한 욕구와 충돌하는 정도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 게임은 처음부터 그런 의도로 만들어졌다.

<내부자들>의 예가 보다 적절할 것이다. 이 영화는 대한민국의 기업, 정치, 언론이 얼마나 썩어있는지를 보여주기 위한 의도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과연 이 영화가 그런 의도로 소비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점점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 이 영화가 상영중에 감독판을 낼 정도로 인기를 끈 이유가 과연 그 주제 때문일까. 관객들 중 상당수는 이 고정된 세계의 묘사 자체를 아무런 비판 없이 그냥 대리만족 포르노로 봤던 게 아닐까? 그런 관객들에게 이 영화는 원래의 의도를 제대로 전달할 수 있을까?

물론 그보다 더 답이 없는 관객들도 있다. 얼마 전 기자들 앞에서 "민중은 개·돼지로 취급하면 된다"라는 <내부자들>의 대사를 인용했다가 지금 동네북이 된 나향욱 교육부 정책기획관 같은 사람이 그렇다. 대놓고 악역인 인물이 읊은 대놓고 악역스러운 대사를 어떤 아이러니도 없이 받아들고 자기 주장의 근거로 써먹은 바보가 이 나라 청소년의 미래를 책임진 교육부 간부다. 이 정도면 이 나라엔 미래가 없다고 봐도 되지 않을까.

듀나 영화컬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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