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나의 영화 불평
얼마 전 시사회에서 <캐롤>을 본 뒤로 나는 루니 마라의 아카데미상 수상을 간절히 바라게 되었다. 하지만 여기엔 걸리는 것이 하나 있었으니, 지금 루니 마라는 여우주연상이 아닌 여우조연상 후보이다. 타이틀롤이 아닌 것만 빼면, 누가 봐도 주인공인 캐릭터를 연기한 배우가 조연으로 밀려난 것이다. 대신 상대적으로 비중이 낮지만 타이틀롤인 캐릭터를 연기했고 더 유명한 배우인 케이트 블란쳇이 주연으로 올라갔다. 이해하기 어려운 일은 아니다. 한 영화에서 두 동성 배우가 동등한 수준의 연기를 보여주어 동시에 아카데미상 후보에 오른다면 표가 분산된다. 한 명을 여우조연으로 빼돌리는 건 나쁘지 않은 대안이다. 원래 조연상이란 흐릿하기 짝이 없는 영역으로, 조연상을 받거나 후보에 오른 수많은 배우들이 사실은 주연이었다. <페이퍼문>의 테이텀 오닐, <킬링 필드>의 행 응고르가 그렇다. 하지만 이들에겐 대부분 핑계가 있다. 전자는 아역 배우이다. 후자는 비전문 배우이다. 이들의 연기를 예찬하고 성인 전문 배우와 직접 경쟁을 피하려면 조연상으로 돌리는 것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루니 마라의 경우는 아직도 모르겠다. 둘 중 한 명을 굳이 조연상으로 뺄 생각이었다면 이미 이 영화로 칸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마라 대신 블란쳇을 보내는 게 더 그럴싸했다. 루니 마라는 어느 기준으로 보더라도 전문배우이며 연기한 캐릭터는 누가 봐도 주인공이다. 만약 하이스미스의 원작 그대로 영화를 찍었다면 심지어 단독주연이었을 것이다. 그 때문에 마라의 수상 가능성이 높아졌으니 회사 입장에선 영리한 선택이지만 이 때문에 당연히 조연상 후보에 올랐어야 할 진짜 조연들이 누락된 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클라우드 오브 실스마리아>로 세자르 조연상을 받은 크리스틴 스튜어트 같은 배우들 말이다. 하지만 일반론으로 넘어갔을 때 더 신경이 쓰이는 건 반대의 경우이다. 주연이 아닌데 주연상을 받거나 후보에 오르는 경우. 이런 경우가 있느냐고 물으실지 모르겠는데, 의외로 많다. 대부분 여우주연상에서 발견된다.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의 헬렌 헌트는 사실 조연이다. 이 영화에선 잭 니콜슨을 제외한 모든 배우들이 조연이니까. <셰익스피어 인 러브>의 기네스 팰트로에 대해 말할 것 같으면, 사실 이 캐릭터는 주인공이 아니라 ‘상대역’이다. 영화 속 ‘여자주인공’ 상당수가 사실은 남자주인공의 아내나 연인인 ‘상대역’이다. 거울을 뒤집어 남우주연상 수상자들 중 여자주인공의 ‘상대역’으로 주연상 후보에 오르고 상을 탄 사람이 몇이나 되는지 생각해보라. 딱 한 명이 떠오른다. <양들의 침묵>의 안소니 홉킨즈가 그 드문 예외인데, 그는 실질적인 시리즈의 주인공이다.
|
듀나 영화컬럼니스트
|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