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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한겨레 정치BAR가 운영하는 팟캐스트 ‘언니가 보고 있다’의 언니, 이유주현입니다.
애초 얼굴 보기 힘들었던 ‘박 언니’를 겨냥해 이름 지었던 ‘언니가 보고 있다’가 문재인 정부의 출범을 계기로 ‘시즌 1’을 마치고 당분간 개편을 위해 쉼표를 찍기로 했습니다. 그동안 63차례의 방송을 쭉 살펴보니, 어느 때보다도 숨 가빴던 지난 1년여간의 ‘롤러코스터 한국 정치’가 머릿속을 쓰윽~ 빗자루질하는 기분입니다.
2015년 12월10일 첫 방송 ‘안철수는 왜 그래?’는 1만2560명의 ‘소수정예 청취자’로 걸음마를 시작했습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하기 사흘 전이었죠. 새정치연합은 둘로 쪼개지고, 박근혜 정권의 오만은 하늘을 찌를 무렵이었습니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발표 기자회견을 하면서 “혹시 질문 있냐”고 말해 ‘화제’가 됐었죠. 지난해만 해도 ‘불통 대통령’의 ‘각본 기자회견’ 때문에 청와대 출입기자들은 “대통령 앞에서 질문 한마디 못하는 기레기”로 취급받았습니다. 2016년 1월21일 ‘대통령의 기자회견의 비밀’은 청와대 출입기자의 ‘살신성인 출연’으로 인해 처음으로 다운로드 숫자 2만명을 훌쩍 넘겼습니다.
이후엔 총선 시즌이었습니다. 300석을 놓고 각 정당의 질주 또는 폭주가 시작됐습니다. 제3당을 표방하며 호남 표밭을 파고든 국민의당, 비상대권을 쥔 김종인이 지휘하는 더불어민주당, 막장공천에도 패배는 꿈도 꾸지 않았던 새누리당…. 당시에도 솔직히 고백했습니다만, 저희 정치부 기자들 역시 새누리당 지도부의 막가파 행태에 혀를 끌끌 차면서도 ‘야권분열’ 때문에 ‘새누리당 승리’는 수순이라고 봤습니다. 결국, 4·13총선 뒤, ‘언니가 보고 있다’ 기자들은 ‘대청취자 사죄방송’을 해야 했죠. ‘국민의당, 새누리당 잠식하다’(2016년 4월15일)에 이어 정두언 의원이 출연해 새누리당의 패배 원인을 진단한 ‘새누리당 이래서 졌다’(2016년 4월22일)는 청취자들의 많은 관심을 모았습니다. 당시 정 의원은 “친박티케이 패권을 무너뜨리지 못하면 새누리당은 영남지역당으로 소멸할 수도 있다”고 진단했는데, 지금 자유한국당의 상황을 보면 그의 ‘예언’이 어느 정도 적중한 셈이네요.
새누리당의 총선 패배 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최측근(이제 우리는 누구였는지 잘 압니다만)으로부터 좀 달라진 모습을 보이라는 주문을 받았었나 봅니다. ‘여론 수렴’을 위해 박근혜 전 대통령은 언론사 편집국장·보도국장 초청 청와대 오찬을 마련합니다. 당시 오찬에 참여했던 백기철 편집국장은 당시 오간 얘기(4월29일)들을 소상히 들려줬습니다. 이때 박 전 대통령은 총선 결과를 놓고 여당에 대한 심판이 아니라 ‘국회 심판이었다’라고 말하는 안드로메다 화법을 구사해 참석자들을 경악게 했다죠.
‘8만7949명 대박’을 터뜨린 ‘우리가 안철수를 너무 몰랐다’(2016년 7월1일) 편은 편집국장을 포함해 정치부 기자들이 한꺼번에 안철수 전 대표에게 ‘물 먹은’ 경위가 밝혀진 ‘안타까운’ 방송이었습니다. 안철수 전 대표는 6월29일 ‘총선 리베이트’ 사건의 책임을 지고 대표직을 사퇴했는데, 편집국장·정치부 기자들은 전날 저녁 식사를 함께하면서도 전혀 낌새를 눈치채지 못했었다네요. 참고로, 몇달 뒤 안철수 전 의원은 <한겨레> 기자들에게 “저를 그리도 모르십니까?”라고 한마디 던졌지요.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기 직전, 박근혜 정권 몰락의 전조는 ‘우병우 살리기’와 ‘이석수 죽이기’로 요약될 수 있겠습니다. 이석수 당시 특별감찰관이 우병우 민정수석의 비위를 감찰하다가 ‘국기 문란 사범’으로 몰려 사퇴를 한 사건이었죠. 금태섭 민주당 의원이 출연한 ‘우병우와 이석수의 미래’(2017년 8월19일)에선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도 ‘집에 가지 않는’ 우병우와 “보수적이지만 사사롭게 수사하지 않는 이석수”를 적나라하게 대비시켰습니다. 당시 13만283명이 금태섭 의원에게 귀를 쫑긋 세웠습니다. <한겨레>의 최순실 국정농단 보도는 ‘언니가 보고 있다’의 기도 살려줬습니다. 최순실이 케이스포츠재단 이사장에 자신의 측근을 앉혔다는 보도가 나온 지 3일 만에 방송을 탄 ‘친구 없는 사람의 동네 친구 최순실’(9월23일) , ‘도망자 최순실, 턱밑까지 추격했다’(10월21일), ‘최순실·박근혜 공동정권이 부른 집단 멘붕(10월28일) 등은 최고 15만대 다운로드 횟수를 기록하며 사랑을 받았습니다.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로 조기 대선 가능성이 열린 때, 대선판의 최대 변수는 반기문이었습니다. 올해 1월12일 귀국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에 대한 유권자들의 관심은 지대했습니다. ‘억세게 운 좋은 사나이, 반기문 운빨의 모든 것’(1월13일·17만2511명 청취)에선 참여정부 때 ‘귀인’(노무현 전 대통령)을 만나 ‘전 세계의 VIP’가 된 과정을 훑으며 반 전 총장의 정치적 미래를 점쳤습니다. 당시 박찬수 논설위원은 “반기문은 설 지나서 지지율이 안 나오면 접을 것”이라고 말해 한달 뒤 ‘족집게 도사’임을 인정받게 됩니다.
반기문이 간 자리엔 민주당 경선 흥행이 있었습니다. 대선 후보군 2~3위 자리를 바꿔치기한 안희정 충남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 그리고 ‘대세론’을 굳혀간 문재인 대통령의 이야기가 캠프 출입기자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타고 전달됐습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의 ‘반짝 상승’도 ‘언니가 보고 있다’에선 화제가 됐습니다. “승리할 자 누구입니꽈아아아~”라고 외치는 안스트롱 창법을 출입기자가 직접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이번 대선을 흥미롭게 만들었던 토론회도 빠질 수 없었습니다. ‘문재인이 볼펜 한 자루만 들고 토론회에 간 이유는?’(4월14일) 편에선 토론회 관전기를 주고받으면서, 문 대통령이 볼펜 한 자루만 챙기고 아무 자료도 토론장에 들고 가지 않을 만큼 자신에 차 있었다는 에피소드를 전했습니다.
짧은 기간 동안 후보들의 지지율 곡선이 격렬하게 춤췄던 이번 대선. 마지막으로 판세를 흔든 건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였습니다. 홍 후보가 2위였던 안철수 후보를 누르는 ‘실버 크로스’ 현상이 일어날 것이냐를 놓고 한창 논란이 뜨거웠었죠. ‘실버크로스는 실버층 크로스?’(5월5일) 방송에선 여론조사 전문가 한귀영 박사와 함께 막판 판세를 점쳤습니다.
지난 17개월, ‘언니가 보고 있다’는 발로 현장을 뛰는 기자들의 숨소리까지 담아 한국 정치의 변곡점을 가능한 한 생생히 전달해보려고 했습니다. 물론 부족한 점도 많았습니다. 기자들의 수다가 때로는 귀에 거슬릴 때도 있었을 테고요. 사실, 마음을 콕콕 찌르는 청취자들의 댓글도 참 많았습니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이제 ‘언니가 보고 있다’는 물러갑니다. 국민들의 높은 열망만큼 새 정부가 성공하길, 그리고 우리 정치가 한 단계 도약하길 바라면서. 그리고 감사의 마음을 전하면서요.
그동안 공동 진행했던 ‘짝꿍’ 김남일 기자 고맙습니다. 그리고 출연해주셨던 김원철 기자, 김의겸 선임기자, 김태규·박승헌·방준호 기자, 박찬수·백기철 논설위원, 서보미·석진환·성연철·송경화·윤형중·이경미·이세영·이승준 기자, 이제훈 편집국장, 엄지원·정유경·최혜정·하어영·황준범 기자(가나다순) 모두 모두 감사합니다. 그동안 ‘언니가 보고 있다’에 출연해주셨던 금태섭·김광진·김종대·김한정·민병두·박용진·이상민·이정미·이철희·정두언·황영철 의원님, 한귀영 한겨레경제사회연구소 여론과데이터센터장께 깊은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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