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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10.01 17:43 수정 : 2018.10.02 12:15

박주희
‘반갑다 친구야!’ 사무국장

지난 추석 연휴, 평소 들러보고 싶었던 한옥 카페를 찾았다. 경북 문경시 현리에 자리한 고택의 방과 마루는 손님들로 그득했다. 넓은 마당에 드문드문 놓인 테이블에도 빈자리가 없다. 앞치마를 두른 청년들이 밀려드는 주문을 소화하느라 종종걸음을 친다. 마루에 걸터앉아 한참을 기다려서야 주문한 차가 나왔다. 200년 된 고택과 지역 특산물인 오미자로 만든 차가 잘 어우러졌다.

어디를 가나 돌아서면 카페고, 한옥 카페도 드물지 않은데 굳이 문경까지 찾아간 특별한 이유가 있다. 이 카페는 부산 청년 5명이 이곳에 옮겨와 살기로 작정하고 꾸려가는 곳이다. 밑천이 없는 20대 청년들이 연고도 없는 시골 고택에 어떻게 카페를 차릴 수 있었을까? ‘도시청년 시골파견제’가 배경이다. 경북도는 참신한 아이디어를 가진 도시 청년들이 도내에 창업을 하면 활동비와 사업 자금으로 해마다 3천만원을 3년 동안 지원해준다. 지난해 공모를 통해 3개 팀 10명을 뽑아 사업을 시작했다.

이 제도는 출발부터 청년일자리를 만드는 동시에 지역경제에도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가 컸다. 사업 진행이 한창인 요즘 실제로 어떻게 돼가고 있는지 궁금했다. 문경으로 이주한 청년들은 한옥 카페와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면서 인근의 적산가옥을 다듬어 소품가게 겸 카페를 하나 더 열었다. 고택에 청년들을 위한 커뮤니티 공간도 만들고, 지역 특산품을 상품화해 온라인 판매도 기획하고 있다. 함께 일하는 청년도 다섯에서 여섯으로 늘었고, 곧 한명 더 합류한다.

어르신들만 살던 동네에 카페가 들어서고 젊은 손님들이 드나들면서 여느 농촌과는 다른 활기가 돌았다. 처음부터 이들의 문경살이는 어떻게 지역 공동체에 잘 녹아드느냐가 관건이었다. 동네 어르신들에게 살갑게 다가가고, 카페 식재료는 가능하면 지역 농산물을 쓰려고 애썼다. 주차 문제가 고민거리였는데 어르신들이 마을회의를 열어 논의 끝에 주차장을 마련해주었다. 청년들은 정을 나누는 이웃을 넘어 지역민들과 경제적으로 상생할 수 있는 길을 더 열심히 찾고 있다고 했다.

올해 들어 이 사업은 정부의 지역주도형 청년일자리 사업에 선정돼 국비 12억원을 지원받게 됐다. 하반기에 청년 100명을 뽑아 지원하기로 하고, 지난달 말까지 경북 시·군 23곳이 사업 참여 신청을 받았다. 얼마나 많은 도시 청년이 어떤 신선한 아이디어로 도전했을지 궁금하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고령자 통계를 보면, 올해 전체 인구 가운데 65살 이상 인구 비중이 14.4%로 처음으로 ‘고령사회’ 기준을 넘어섰다. 경북은 고령인구 비중이 19.1%로 전남(21.%)에 이어 전국 시·도 가운데 두번째로 높다. 지난해 신생아가 한명도 태어나지 않은 읍·면·동이 4곳에 이른다. 이런 경북 곳곳에 젊은이 100명이 들어와 새로운 일을 벌여보겠다니, 팔 걷어붙이고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다.

이 사업은 일본이 2009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지역부흥협력대’를 본보기로 삼았다. 도시에 사는 젊은이들을 인구가 줄어든 지역으로 이주시키려는 목적으로 시작됐고, 성공적으로 자리 잡았다. 첫해 참여자 89명으로 시작해 지난해 5천여명으로 늘었다. 참여 지자체만 1천여개에 이른다고 한다. 무엇보다 지역으로 간 청년 10명 가운데 6명이 그곳에 정착한다는 통계가 눈에 띈다.

물론 이렇게 안정적으로 제도가 자리 잡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 걸림돌도 한둘이 아니다. 당장 도시의 치솟는 집값과 치열한 일자리 경쟁에 지쳐 지역으로 이주를 꿈꿀 수 있지만, 시골이라고 현실이 녹록하지는 않다. 일부는 정착에 실패해 다시 도시로 돌아갈지도 모른다. 앞서 시행했던 귀농 정책의 실패 사례도 부지기수다. 그렇지만 청년들에게도 지역에도 충분히 가치 있는 도전이 될 것이다. 젊은이들이 잠시 들렀다 가는 곳이 아니라, 뿌리내리고 사는 지역을 만드는 다부진 실험이 성공하길 기대한다. 내년 이맘때쯤엔 경북 시골 마을에 새 터전을 마련해 지역민들과 어울려 사는 청년들의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듣고 싶다. 웰컴 투 경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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