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4.28 14:35
수정 : 2019.04.28 21:20
동학농민혁명 다룬 SBS 금토드라마
‘민중사극’ 내세운 민초 중심 사극 눈길
시청자들 “횃불봉기서 촛불혁명 떠올라”
조정석 연기는 명불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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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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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관오리의 가렴주구에 시달리던 민초들이 횃불을 든다. 1회(쪼개기 편성 1·2회) 마지막 장면은 이 드라마가 나아가는 바를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시청자들은 민초들이 스스로 희망을 찾아 횃불을 드는 125년 전 모습에서 이 시대의 촛불을 떠올리며 반문한다. 실패인 줄 알았던 그 혁명은 미완으로 이어져 온 현재진행형 과제일까.
1894년 동학농민혁명을 조명한 드라마 <녹두꽃-사람, 하늘이 되다>(에스비에스 금토 밤 10시)가 26일 첫 방송부터 깊은 울림을 선사했다. 1~2회(쪼개기 편성 1~4회) 시청률은 8.8%. 외피는 농민군과 토벌대로 갈라져 싸워야 했던 이복형제 이야기이지만, 1·2회에서 이미 동학농민혁명의 시발점인 고부 봉기가 시작되고 민란 이후 탐욕의 화신인 이방 백가(박혁권)의 복귀까지 빠르게 진행되며 혁명을 세밀하게 다룰 것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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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비에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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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방 평가단’들도 바로 이 혁명 자체가 현실과 오버랩되는 점을 높이 샀다. 윤석진 대중문화평론가는 동학농민혁명을 지금 이 시대에 소환한 것 자체가 의미 있다고 봤다. “결말을 알고 있는 비극의 역사이기에 극적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운신의 폭이 넓지 않음에도 <녹두꽃>이 갑오년의 동학혁명을 신자유주의의 무한 생존경쟁이 고착된 기해년에 소환한 이유는 분명하다. 잡아먹지 않으면 잡아먹히는 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고, 그래서 갑오년에 꺼진 횃불을 기해년의 촛불로 되살려 ‘국민이 주인 되는 세상’을 빚는 동력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역사의 당위 때문이다.”
그래서 드라마는 ‘민중사극’을 표방하며 대놓고 민초를 중심에 세운다. 최근 ‘을’의 입장을 대변하는 작품이 많아지는데 <녹두꽃> 역시 민초 중심 이야기가 몰입도를 높인다. 김효실 기자는 “기존 사극이 주로 왕실-사대부 중심이고 평민이나 중인, 천민 등은 감초처럼 등장한 것과 비교해서 빈민 출신 아전, 서자도 아닌 얼자 등이 비중 있는 캐릭터로 다양하게 등장하며 역사적 상황이 더 입체적으로 표현됐다”고 말했다. 이런 의미를 내포한 듯 <녹두꽃>은 민란을 일으키는 이름 모를 민중들의 얼굴을 크게 잡는 연출을 곳곳에서 선보인다. 시청자들은 <미스터 션샤인>이 소환한 의병에 그러했듯이 당시의 민초에 나를 투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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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봉준 역의 최무성. 에스비에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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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두꽃>은 보통의 사극이 주인공에 감정 이입시키려고 1~2회를 어린 시절로 채우는 것과 달리 본론으로 바로 들어가는 위험 부담을 감수했다. 그래서 전개는 빠르고 메시지 전달에 충실하지만, 이야기가 다소 불친절하여 시청자들이 등장 인물의 심적 변화를 따라가는 데 시간이 걸리는 점은 장애물로 보인다. 그럼에도 표정, 눈빛 연기만으로도 단순한 악인이 아닌 ‘내포된 짠함’을 드러낸 조정석(백이강)의 연기는 명불허전이다. 정현민 작가는 <에스비에스>를 통해 “조정석 배우 본연의 익살맞고 능청스러운 모습 때문에, 주인공 백이강의 캐릭터가 한층 더 다채로워졌다”고 말했다. <미스터 션샤인>의 의병에 이어 <녹두꽃>에서도 시대의 고뇌를 온몸으로 껴안고 혁명의 선봉에 선 전봉준을 연기하는 최무성은 묵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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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금토드라마 <녹두꽃-사람, 하늘이 되다>, S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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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많은 캐릭터가 정형화된 점은 ‘첫방 평가단’의 공통된 아쉬움이다. “동학혁명이라는 거대 서사의 주인공들이 지나치게 정형화되어 극적 매력이 떨어지는 한계에 노출된 점은 아쉽다”(윤석진 평론가) “많은 메시지를 지닌 남성 캐릭터에 견줘 여성 캐릭터가 평면적이다.”(김효실 기자) 역사가 스포일러라는 점에서 <미스터 션샤인>처럼 극적 재미를 어떻게 표출해낼 것인가도 숙제다. <녹두꽃>은 1894년 동학농민혁명을 시작으로 홍계훈의 등장, 황토현 첫 전투, 우금치 사태 등 혁명을 둘러싼 전 과정이 치열하게 담길 예정이라고 한다. 이 드라마에 출연하는 한 배우는 <한겨레>에 “앞부분은 전개가 빠르다 보니 조금 불친절 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4회(쪼개기 편성 8회)부터 이야기가 더 재미있어진다”고 귀띔했다. 조정석은 최근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기존 드라마에서 잘 다루지 않았던 동학농민혁명이라는 시대적 사실을 배경으로 그 속에서 살아가는 형제, 가족, 사람들의 이야기가 매력적으로 다가갈 것이다”고 말했다.
■ 윤석진 평론가 비극의 역사를 극적 상상력으로 재해석하여 밑으로부터의 변화의 중요성을 제기하는 것만으로도 의미는 충분. 극적 매력까지 담보한다면 금상첨화가 아닐 수 없으리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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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효실 기자 실패인가 미완으로 이어져온 현재진행형 과제인가? ‘사극 장인’들이 만드는 동학혁명의 해석이 궁금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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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지은 기자 <미스터 션샤인>의 의병들처럼, 불꽃처럼 살다간 농민들을 조명하는 것만으로도 다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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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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