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5.02 20:18
수정 : 2018.05.02 20:55
[ESC] 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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귓바퀴 위에 있는 작은 구멍.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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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구멍 뭐야? 여기에도 피어싱 한 거야?”
내 귓바퀴 위에는 남들과 달리 작은 구멍 하나가 뚫려 있다. 친구들은 본인들에게는 없는 이 구멍의 존재에 대해 궁금해했다. 이런 친구의 물음에 담담하게 냄새를 맡아보라고 한마디만 하면 간단하다. 냄새를 맡은 직후 친구는 끔찍한 표정을 짓고 도망갔다. 항상 고름이 차 있어 딱지가 앉고, 거기에다 가렵고 냄새까지 나는 이놈은 대체 뭘까.
지금이야 검색만 하면 의료 정보가 간단하게 나오지만 어릴 때는 ‘녹색 지식인’ 같은 것이 없어 정보 검색이 쉽지 않은 시절이었다. 컴퓨터조차 잘 다루지 못했기에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다. 너무 궁금한 나머지 병원까지 가보았다. 의사 선생님조차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으며 이래저래 고름도 짜보고 들춰도 보고 검사란 이름 아래 고문에 가까운 조사가 이뤄졌을 뿐이다. “아, 그냥 똑똑한 놈들한테 생기는 표지 같은 거라고 치자!” 궁금증을 해결할 길은 없었다. 스멀스멀 올라오는 스트레스를 자기 위안으로 누르고 만족하면서 그 구멍이란 놈을 그렇게 잊어갔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만나기 시작한 내 남자친구에게도 귀에 나와 똑같은 구멍이 있음을 알았다. 내가 아닌 남의 귀에도 있는 걸 본 건 처음이었다. 너무 신기한 나머지 장난기가 발동했다. 냄새를 맡아보자 100% 그 녀석이었다! 남자친구도 놀라워하며 서로서로 그 녀석의 냄새를 맡아보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왠지 모를 반가움부터 들고, 서로가 멀고 먼 친인척 관계 아니냐는 헛소리까지 나올 정도로 동질감이 꽤 느껴졌다. 그리고 함께 이놈의 정체가 무엇인지 알아보았다. 바로 ‘귓바퀴 앞 샛길’이라는 선천성 기형의 일종이었다. 임신 6주께에 귓바퀴 형성 과정에서 붙어야 할 귓바퀴들이 제대로 붙지 않아 구멍이 생긴 것이다.
그렇다. 우리는 같은 선천성 기형을 가진 기형 아닌 기형 커플이다. 그래도 뭐 딱히 불편하거나 고생은 하지 않는다. 우리나라 인구의 1.9%만 가지고 있다는 이 구멍을 통해 우리가 천생연분이라며 단결하게 되었으니까! “크하하하하~”
이경희 기자 modaki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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