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8.19 17:50
수정 : 2016.08.19 21:27
선수 10명 성적 관계없이 최선
관객들 아낌없는 박수로 격려
“내 가족이 어딨는지 모르지만
티비로 나를 봤을거라고 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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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팀 수영 대표 유스라 마르디니가 6일 오후(현지시각)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바하 올림픽 수영장에서 열린 2016 리우올림픽 여자 접영 100m 예선에 출전해 역영한 뒤 기록을 확인하고 있다.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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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올해 3월 올림픽 역사상 처음으로 난민팀(Refugee Olympic Team·ROT)을 출전시킨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올림픽 개막을 불과 5개월 앞둔 시점이었고, 훈련비를 포함한 팀 운영비로 200만달러(약 22억원)가 책정됐다. 제대로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을지조차 의문이었다.
2016 리우올림픽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19일(한국시각) 브라질 현지에서는 난민팀이 올림픽 정신을 제대로 구현했다는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난민팀 10명 중 9명이 경기를 마친 19일까지 선수들은 성적과 관계없이 경기에 최선을 다했고, 관객들은 뜨거운 환호로 이들을 맞았다.
시리아 출신인 난민팀의 유스라 마르디니(18)는 지난 11일 여자 자유형 100m 예선에서 1분4초66으로 전체 46명 가운데 45위를 기록했다. 시리아 내전을 피해 지중해를 건넌 마르디니는 “반년밖에 훈련하지 못해 조금 실망스럽게 끝났지만, 앞으로 더 열심히 훈련해 2020 도쿄올림픽에도 출전하겠다. 스포츠는 내 인생의 큰 의미이고, 친구가 없을 때도 언제나 물은 내 친구가 되어줬다”고 말했다.
시리아 출신 라미 아니스(25)도 지난 10일 남자 자유형 100m에서 59명 가운데 56위에 그쳤고, 12일 남자 접영 100m에서도 43명 중 40위를 차지했다. 메달권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이 두 선수는 올림픽 수영장에 모인 관객들의 아낌없는 박수를 받았고, 이들도 환한 미소로 자신을 응원해준 관객들에게 화답했다. 아니스는 “이번 올림픽에서 희망을 보았다. 전쟁이 끝나면 시리아 국기를 달고 올림픽에 다시 나서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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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리우올림픽 개막 직전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난민 대표팀.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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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고 출신의 두 난민은 유도에 출전했다. 남자 유도 90㎏급에 출전한 포폴레 미셍가(24)는 난민팀에 첫 승리를 안기기도 했다. 32강전에서 인도 선수를 이기고 16강전에서 곽동한과 상대한 미셍가는 “내 가족들이 어디에 있는지는 모르지만, 텔레비전으로 나를 봤을 거라 확신한다. 세계 최고의 선수와 겨뤘다는 것에 만족하지만, 다음에는 곽동한에게 지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미셍가는 6살인 1998년에 내전 중인 콩고에서 어머니가 살해당한 직후 일주일간 밀림에 혼자 남겨졌다가 구조됐다. 또다른 콩고 출신인 욜란데 마비카(28)는 여자 유도 70㎏급에서 이스라엘의 린다 볼데르와 맞붙었지만, 16강 진출에는 실패했다. 마비카 역시 전쟁 중에 가족을 잃었다. 유엔난민기구(UNHCR)는 미셍가와 마비카의 가족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 찾지 못한 상태다. 이들에게 운동은 자신을 증명하는 수단인 동시에 가족을 찾기 위한 방법이기도 하다.
남수단 출신 5명의 난민팀 선수들은 육상 중장거리 종목에 출전했다. 남자 육상 400m에 출전한 제임스 냥 치엥지에크(24)는 출전한 선수 가운데 최하위인 52초89를 기록했다. 7살에 군인이었던 아버지가 사망하고, 소년병으로 징집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단신으로 케냐의 난민캠프로 가서 무려 11년을 지낸 치엥지에크는 불과 2년 전부터 육상을 시작했다. 케냐 난민캠프에서 10년을 보낸 이에크 퍼 비엘(21)은 남자 육상 800m에서 1분54초67로 최하위를 기록했다. 파울로 로코로(24)는 남자 육상 1500m에서 40명 중에 39위를 차지했다. 난민팀의 개막식 기수였던 로즈 나티케 로코녠(21)도 여자 800m에서 2분16초64로 예선에 참가한 64명 가운데 61위를 기록했다. 여자 1500m에 출전한 안젤리나 로할리트(21)도 전체 41명 중에 최하위로 결승점을 통과하며 예선 탈락했다. 아직 경기에 출전하지 않은 에티오피아 출신의 요나스 킨데는 21일 남자 마라톤 경기를 앞두고 있다.
난민팀 선수들이 올림픽에 참가한 2016년은 유엔 추산 전세계 난민이 2100만명으로 세계 2차대전 이후로 가장 많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는 해다. 올림픽 난민팀에 대한 뜨거운 환대와는 달리 유럽 각국에선 난민에 대한 반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영국, 덴마크, 핀란드, 프랑스에서 진행된 선거에서는 반이민 정서를 부추긴 극우정당이 득세했고 헝가리 국영방송은 아예 올림픽 난민팀에 대해 일절 보도하지 않았다. 난민팀이 올림픽 정신을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실제 난민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윤형중 기자
hj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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