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8.19 17:45
수정 : 2016.08.19 18:06
특유의 성실성, 연구로 최강 복식조 육성
여자복식 마쓰토모-다카하시 사상 첫 금
“2020 도쿄올림픽에선 더 많은 메달 기대”
‘배드민턴 전설’ 박주봉(52) 감독이 일본 배드민턴에 사상 첫 금메달을 안겼다. 꽉 막힌 한일관계에서 민간 스포츠 외교관 역할을 톡톡히 했다.
박주봉 감독이 이끄는 일본 대표팀은 19일(한국시각)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리우센트루 4관에서 열린 올림픽 배드민턴 여자복식 결승에서 금메달을 캤다. 박주봉 감독이 육성한 세계 1위 마쓰토모 미사키(24)-다카하시 아야카(26)가 세계 6위인 덴마크의 크리스티나 페데르센-카밀라 뤼테르 율 짝을 2-1(18:21/21:9/21:19)로 제압했다. 막판 19점째를 내줬으나 뒤집기를 해냈다. 박주봉 감독은 선수들이 마지막 21점을 따는 순간 코트로 달려 나와 껴안으며 기쁨을 나눴다.
2004년 말부터 일본 대표팀을 맡은 박주봉 감독은 성실파의 대명사. 권승택 전 삼성전기 감독은 “일본 대표팀이 경험해보지 못한 강도 높은 체력훈련과 집중력 요구로 선수들을 단련시켰다. 선수 시절 세계 최고의 네트 플레이 전문 노하우를 일본 선수들한테 전수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1992 바르셀로나 남자복식 금메달, 1996 애틀랜타 혼합복식 은메달을 땄던 박 감독은 배드민턴의 천재. 은퇴 뒤 영국 대표팀 코치, 말레이시아 대표팀 감독을 거쳐 일본팀에 부임해 12년간 체질을 개선했다. 2008 베이징올림픽 4강 진출, 2012 런던올림픽 여자복식 은메달로 성과를 냈고, 이번에 금맥을 캤다. 영어와 일본어에 능숙한 연구파로 개별팀 중심의 일본 배드민턴 문화를 대표팀 중심으로 개편했다. 일본배드민턴협회에서도 박 감독을 밀어줬다.
민감한 한일관계 때문에 한국과의 경기를 펼치는 것은 부담스럽다. 박 감독은 대회 전 “한국팀과는 만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하지만 4강전에서 정경은-신승찬 짝을 만나 이겼다. 과거 한국팀과의 경기 때는 “죽겠다”며 벤치에 앉기를 꺼려했지만 팀의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 프로라는 쪽으로 생각이 바뀌었다.
박 감독은 4년 뒤에 열리는 2020 도쿄올림픽을 준비하고 있다. 1970년대까지 최강권이었다가 80~90년대 침체한 일본 배드민턴도 부활 채비를 갖췄다. 박주봉 감독은 “4년 후 도쿄올림픽에서나 금메달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선수들이 잘해줬다. 이제 시작일 뿐”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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