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8.19 10:17
수정 : 2016.08.19 10:41
브라질 경찰 “선수들 술 취해 오히려 기물 파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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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강도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했던 미국 올림픽 대표 수영선수들. 제임스 페이건(위 왼쪽), 라이언 록티(위 오른쪽), 군나르 벤츠(아래 왼쪽), 잭 콩커(아래 오른쪽)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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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경찰이 강도 피해를 당했다는 미국 올림픽 대표 수영 선수들의 주장이 거짓말이라는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브라질은 리우올림픽 동안 치안 불안 우려에 시달리고 있는 데 미국 수영선수들까지 강도를 당했다고 주장해 파장이 일었다. 하지만, 브라질 경찰 수사결과에 따르면 미국 수영 선수들은 강도를 당한 게 아니라 오히려 술에 취해 화장실 기물을 파손한 자들이었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경찰서장인 페르난도 벨로소는 18일(현지시각) 미국 수영선수 4명이 주유소 화장실 기물을 파손하자 주유소 경비가 수영선수들을 총으로 위협하기는 했지만, 선수들이 강도 피해를 당하지는 않았다고 발표했다. 벨로소 서장은 “우리 도시는 (미국 선수들이) 환상 속에 꾸며낸 이야기로 얼룩이 졌다”며 미국 선수들은 거짓 진술을 한 혐의로 기소될 수 있다고 밝혔다고 <뉴욕 타임스> 등이 전했다.
라이언 록티(32), 제임스 페이건(27), 잭 콩거(22), 군나르 벤츠(20) 등 미국 올림픽 대표 수영선수 4명은 지난 14일 프랑스 대표팀 주최 파티에 참석했다가 택시를 타고 선수촌으로 돌아가는데, 중간에 무장강도가 자신들을 택시에 끌어내리고 돈을 빼앗아갔다고 주장했다. 선임 격인 록티는 미국 <엔비시>(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경찰이라고 밝힌 남성이 우리들 이마에 총을 들이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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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올림픽 수영 선수들이 강도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한 14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주유소 현장의 폐회로텔레비전 영상 중 일부. 오른쪽 두번째 남성이 라이언 록티 선수.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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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브라질 경찰이 현장 폐회로텔레비전(CCTV) 영상을 분석하고 목격자 증언을 종합해 보니, 실제 상황은 달랐다. 프랑스 대표팀 파티에 새벽까지 있었던 미국 선수들은 택시를 타고 숙소로 돌아가다가 새벽 6시에 주유소에 들렀다. 주유소 주인은 “선수들이 술에 취해 있었다”며 “(용변을 보기 위해 화장실에 들어가서는) 문과 비누 분사기, 표지판을 부쉈다”고 말했다.
브라질 경찰은 미국 선수들이 기물을 파손하자 경비가 선수 일부에게 총을 휘둘렀다고 밝혔다. 미국 선수들의 말을 통역했던 통역자 등 목격자들은 선수들이 주유소 관리자에게 돈을 내고 돌아갔다고 말했다. 주유소에서 소란이 일자 누군가 경찰에 신고는 했지만, 경찰이 도착했을 때 미국 선수들은 이미 현장을 떠난 뒤였다. 브라질 경찰은 주유소 경비의 강압이나 강탈이 있었는지 여부도 배제하지는 않지만, 이번 사건을 기본적으로 강도 사건이 아니라 기물 파손자들이 일으킨 소란으로 보고 있다.
미국 선수들의 진술도 일관되지 않았다. 경찰이라고 주장한 남자가 택시를 멈춰 세웠다고 주장했던 록티는 나중에 자신들이 용변을 보기 위해서 주유소에서 택시를 세웠다고 말을 바꿨다. 브라질 경찰은 수사를 벌이다가 강도 사건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미국 선수들을 출국 금지 조처했으나, 출국 금지 조처 이전에 록티는 혼자 미국으로 떠났다. 록티와 함께 거짓 진술을 한 혐의를 받고 있는 벤츠와 콩거는 비행기에 탔지만, 출발 전 브라질 당국이 이들을 끌어내렸다.
브라질 경찰은 미국 선수들의 거짓 진술이 확인되면 이들은 비정부기구(NGO)에 기부금 형식으로 벌금을 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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