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6.08.17 10:21 수정 : 2016.08.17 19:44

올림픽 기수의 품격
지구온난화 경각심 일깨운 카토아타우
“장애에 굴복하지 말라”는 메시지 던진 네마티
“전쟁 겪은 나라도 할 수 있다” 보여준 켈멘디

이란의 기수로 나선 자라 네마티가 여자양궁 개인전 64강 경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리우올림픽 개막식 각국 기수들은 어떤 경기를 펼치고 있을까.

남태평양의 섬나라 키리바시의 기수인 데이비드 카토아타우(32)는 16일(한국시각) 남자 역도 105㎏급 결승전에 출전해 용상과 인상 합계 349㎏을 들어 전체 14위를 차지했다. 비록 메달 획득은 실패했으나 카토아타우는 이날 관객들로부터 엄청난 환호를 받았다. 비결은 춤이었다. 카토아타우는 경기 중에는 아주 진지한 표정을 지었지만 역기를 내려놓고는 환하게 웃으며 두 팔을 휘젓고, 리듬을 타며 육중한 몸을 흔들었다.

그가 춤을 춘 이유는 지구온난화의 피해를 직접적으로 받고 있는 키리바시의 상황을 알리기 위해서다. 인구 10만명의 키리바시는 해수면의 상승으로 국토가 점점 바다에 잠기고 있고, 사이클론이나 지진해일(쓰나미) 등 재해의 피해도 적지 않다. 카토아타우는 “우리에게는 스스로를 지킬 자원이 부족하고, 대부분의 사람은 키리바시가 어디 있는지도 모른다. 사람들에게 키리바시를 더 알리기 위해 나는 역도를 하고 춤을 춘다”고 설명했다.

남태평양의 작은 섬나라 키리바시 출신의 데이비드 카토아타우가 역기를 내려놓고 춤을 추고 있다. 유튜브 갈무리

올림픽 역사상 최초로 휠체어를 탄 기수였던 자라 네마티(31)는 지난 5일 여자양궁 개인전에 출전해 첫 경기(64강)에서 탈락했다. 하지만 관중들은 네마티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대회를 마치고 “장애가 당신을 굴복하게 놔두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한 네마티는 9월7일부터 시작될 리우패럴림픽에 출전한다.

메달을 휩쓴 기수들도 적잖다. 미국의 기수 마이클 펠프스(31)는 수영 5관왕에 오르는 등 역대 23번째 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했다. 영국의 기수 앤디 머리(29)는 올림픽 테니스 사상 최초로 단식 2연패를 달성했고, 프랑스의 테디 리네르(27)는 남자 유도 100㎏ 이상급에서 금메달을 차지했다. 펜싱 강국 헝가리의 아론 실라지는 남자 펜싱 사브르 종목의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올림픽 역사를 새로 쓴 기수들도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웨이드 판니케르크(24)는 남자 육상 400m에서 43초03의 세계신기록을 달성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깜짝 스타로 부상한 판니케르크는 남자 육상 200m에서 우사인 볼트와 맞붙는다. 피지 럭비대표팀의 주장 오세아 콜리니사우(31)는 고국에 올림픽 첫 금메달을 안겼다. 피지 정부는 럭비대표팀이 귀국하는 다음날인 오는 22일을 국경일로 지정하며 감격적인 금메달에 화답했다.

코소보의 여자 유도선수 마일린다 켈멘디(26)는 여자 유도 52㎏급에서 우승하면서 고국의 올림픽 첫 메달을 금빛으로 장식했다. 오랜 기간 내전에 시달린 코소보는 처음 출전한 올림픽이 이번 리우 대회다. 켈멘디는 “지금 코소보에는 부모의 생사를 모르고 학교도 가지 못하는 굶주린 어린이들이 너무 많다. 전쟁을 겪은 가난한 나라지만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해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반면 불미스러운 일을 저지른 기수도 있었다. 나미비아의 기수였던 복싱 선수 조너스 주니어스(23)는 선수촌에서 청소부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현지 경찰에 체포됐다. 주니어스는 지난 12일 조건부 석방돼 경기에 나섰으나 1회전에서 판정패했다.

어렵게 올림픽에 출전한 기수들은 아직 경기를 앞두고 있다. 이번 올림픽에서 처음으로 구성된 난민팀의 기수 로즈 나티케 로코녠(21)은 18일(한국시각)부터 여자 육상 800m 경기에 나서고, 내전으로 가족 학살과 납치, 강제노역으로 점철된 삶을 살았던 남수단의 구오르 마리알(32)은 22일 남자마라톤에 출전한다.

윤형중 기자 hjyoon@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2016 리우올림픽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