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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8.01 18:26 수정 : 2016.08.01 21:38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개막식 리허설이 열린 1일(한국시각) 마라카낭 스타디움에서 불꽃놀이가 펼쳐지고 있다. 리우데자네이루/AP 연합뉴스
“브라질이 국제 무대에서 그 위상을 인정받았다.”

7년 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리우데자네이루가 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되던 순간 당시 룰라 대통령이 밝혔던 소회다. 리우 시민들은 2016년 올림픽 개최지 선정에 환호하며 코파카바나 해변으로 몰려나와 축제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다. 1896년 근대 올림픽이 시작된 이래 120년 만에 최초로 남아메리카 대륙에서 개최되는 대회이자 브라질 최초의 올림픽인 만큼 리우올림픽에 거는 브라질인들의 기대는 남달랐다. 남아메리카 최대의 맹주임을 재확인하는 데 이어, 명실공히 세계 무대의 중심에 서게 될 절호의 기회라 여겼던 것이다. 실제로 이후 브라질은 유엔 상임이사국 진출을 노릴 정도로 대국으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브라질은 거대한 영토와 인구, 풍부한 지하자원 등 경제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는 좋은 조건을 모두 갖추고 있지만 부정부패, 빈곤, 열악한 보건 및 위생 상태, 불안한 치안 등 사회적 문제가 산적해 있어 늘 “미래의 나라”로만 인식되어 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2003년 이후 장기간 지속됐던 국제 원자재 시장의 호황을 누리며 브라질 경제는 룰라 대통령 집권 기간에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이러한 성장세에 힘입어, 지우마 호세프 정부 집권 1기 동안 브라질은 세계 6위의 경제 규모를 자랑하는 대국이 되었다. 룰라 정부에 이어 호세프 정부 역시 성장 중심의 시장경제 정책과 함께 강력한 사회복지 프로그램을 추진해나가면서 브라질의 실업률은 역대 최저치인 5.4%로 떨어졌고, 전체 인구 중 20%에 해당하는 4000만명 정도가 극빈층에서 중산층으로 진입했다. 이들의 소득은 생애 처음으로 냉장고와 티브이(TV), 중고차를 구매할 여력이 생길 정도로 과거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 이에 더해 브라질의 대학생 인구 역시 10년 전에 비해 두 배 이상 급증한 650만명으로 늘어났다. 요컨대 양질의 일자리와 더 높은 소득을 보장받고 극빈층의 수까지 줄어들면서, 브라질 국민들의 살림살이는 과거 그 어느 때보다 크게 나아졌다.

하지만 7년이 지나고 올림픽 개막일이 1년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상황은 순식간에 역전됐다. 원자재 시장 폭락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브라질의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3.8%로 2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고, 기업의 매출 둔화가 가계소득 부진으로 이어져 소비가 감소하고 물가는 가파르게 오르기 시작했다. 게다가 경기 불황으로 국민들의 불만이 팽배해질 대로 팽배해진 가운데 대규모 부패 사건까지 터지면서 올림픽 유치에 환호하던 인파는 점차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대로 돌변해갔다. 결국 지난 5월, 상원이 대통령 탄핵심판을 가결하고 대통령 직무정지 상태에 들어가면서 브라질은 민주화 이후 30년 만에 최대의 정치적 위기와 함께 100년 만의 최악의 경제위기까지 감내해가며 올림픽을 치러야 하는 처지가 됐다.

위기의 여파는 당장 현실로 나타났다. 경기침체에 따른 재정난 악화로 리우 주정부가 사실상 파산 상태에 이르면서 올림픽을 앞두고 야심차게 계획했던 지하철 노선 연장공사와 요트와 윈드서핑 경기가 열릴 과나바라만의 수질 개선 등 도시 인프라 및 환경 개선 프로젝트의 상당수는 애초 계획보다 추진이 지연되거나 사업규모가 축소되었다. 공무원 월급조차 제대로 지급하지 못해 경찰과 소방관들이 리우 국제공항에서 “지옥에 오신 걸 환영한다”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까지 내걸고 시위를 벌이면서 치안 부재에 대한 우려도 높다. 여기에 지카 바이러스와 신종플루 발병, IS 테러 위협 등 예상치 못한 악재까지 겹치면서 전 세계 언론은 “올림픽을 앞둔 브라질의 모든 것이 잘못되어 가고 있다”며 연일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브라질 내부에서도 리우올림픽을 더 이상 “선진국 진입의 견인차”가 아닌 등골만 휘게 하는 “독이 든 성배”로 비유하며 올림픽 반대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이처럼 악재가 겹겹이 쌓여 있지만 브라질 당국은 조심스럽게 올림픽의 성공을 점치고 있다. 실제로, 지난 5월19일부터 6월1일 사이 2400명의 리우데자네이루주 거주민을 대상으로 리우 상공사회서비스(SESC RJ)와 제툴리우바르가스재단(FGV)이 공동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리우시 거주자의 61%, 리우주 거주자의 63%가 올림픽의 성공을 확신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올림픽의 성공을 저해하는 요소로는 치안 불안이 각각 85%와 81%로 여전히 높은 수치를 나타내고 있지만, 브라질 당국은 올림픽 기간 동안 치안과 테러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군경 8만5000명을 동원할 방침이다. 오히려 전문가들은 올림픽 기간 동안의 치안보다는 대회 폐막 뒤 군경이 철수한 이후의 치안 부재 상황을 더욱 염려하고 있다.

올림픽 성공에 대한 리우 시민들과 주민들의 조심스러운 낙관은 올림픽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잠재적인 실익에서 기인한다. 도시 인프라 사업은 더디지만 계속해서 진행되고 있고, 언젠가는 완료될 것이기 때문이다. 리우데자네이루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세계 3대 미항으로, 남반구 최대의 관광도시이자 인구 645만명의 브라질 제2의 도시임에도 그동안 부분적이고 무분별한 개발로 인해 기반시설 부지를 확보하지 못해 빈부의 차이가 극심한 불균형한 모습으로 발전해왔다.

임소라(한국외국어대학교 포르투갈어과 교수)
올림픽을 유치하며 브라질 정부는 1992 바르셀로나올림픽을 모델 삼아 리우 시민들이 올림픽 개최의 장기적 이득을 누릴 수 있도록 도시 인프라 개선에 주력하겠다고 약속했다. 1992년 올림픽을 치르면서 바르셀로나시는 예산의 80%를 도시 인프라 향상에 투자했고, 이를 계기로 도시를 찾는 관광객 수가 연간 170만명에서 790만명으로 5배 가까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연간 150만명의 관광객이 찾는 리우시는 재정난에도 불구하고 올림픽에 투입되는 예산의 64%에 해당하는 400억헤알(약 123억달러)을 인프라 개선 사업에 투자했다. 유례없는 악재가 겹친 올림픽이지만, 이번 올림픽을 통해 브라질이 지금까지의 악재들을 훌훌 털어낼 수 있는 성과를 거두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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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2016 리우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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