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10.02 18:56
수정 : 2016.10.02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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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논현동 케이스포츠 현판. 9월19일 촬영.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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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이었죠. 아주 우연. 추석 직전이었어요. 케이(K)스포츠재단 이사회 명단 앞에서 막막했어요.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나. 이사장부터 추적하기로 했어요. 정동춘, 아주 낯선 이름. 이력은 딱 한 줄, CRC운동기능회복센터 원장. 일단 직원이라도 찾아보자 맘먹었죠. 인터넷 서핑 하다 메일주소 하나 건졌어요. 직원(운동사) 모집한다고 올린 거였죠. 그 메일주소 검색하니 이름 하나 떴어요. 바로 첫 기사 주인공 이아무개씨.
다시 이분 이름 구글링했죠. 011로 시작하는 옛 전화번호 나왔어요. 이걸 단서로 최신 번호 찾아냈죠. 그런 프로그램 있어요. 저는 직원이겠거니 생각하고 전화 걸었어요. 친절하게도, 자기는 공동창업자래요. 제 질문엔, 있는 그대로 답변해 주셨죠. ‘최순실님은 고객으로 알게 됐다’고요. 이튿날 다시 전화드렸는데, 자신도 함께 케이스포츠재단 일을 하자는 제안을 최순실님으로부터 받았다는 말씀을…. 정동춘 원장에게도 제안했을 거라고도 했고. 아, 최순실이 케이스포츠재단 일에 발 벗고 뛰었다는 놀라운 사실 확인하는 순간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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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논현동 케이스포츠가 입주해 있는 건물 전경.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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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할 따름입니다. 이아무개씨는 좋은 분 같았어요. 자신의 일상 속 관계들이 상처받지 않기 바라셨어요. 그분은 저에게 ‘그게 뭐가 중요하길래 취재까지 하냐’고 하셨죠. 그분에겐 사적인 문제일 뿐일 테니까.
맞아요. 최순실이 뻗어놓은 가지들은 사적 관계에서 출발해요. 그것이 공적 부분으로 확장되고, 공과 사가 마구 뒤섞여 문제지요. 최순실, 그 한 사람 취재하느라 공연히 주변 분들을 들쑤셔 놓은 듯해 마음 불편해요.
언론계 용어로 ‘꼭지를 딴다’는 말이 있다. 밀봉된 팩트의 병마개를 자기 손으로 직접 따는 희열. 최순실이 개입한 케이스포츠재단이라는 비늘의 꼭지는 이렇게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상, 취재팀의 일원인 방준호 기자였다.
고경태 신문부문장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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