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중 종합병원 / 백내장
“처음에는 눈을 수술한다고 하니 매우 불안했습니다. 하지만 심해지면 실명까지 될 수 있다니 수술을 받지 않을 수 없었고, 막상 수술은 시작부터 끝까지 30분도 걸리지 않아서 괜한 걱정을 했다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경기도에 살고 있는 이아무개(64·여)씨는 지난해 9월 왼쪽 눈에 백내장 수술을 받았습니다. 2016년 봄부터 왼쪽 눈이 침침하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피곤하면 나타나는 증상이라고 생각하고 말았습니다. 그는 또 젊었을 때부터 안경을 끼고 있어서 종종 눈이 침침했기 때문에 며칠 지나면 없어지는 증상으로 생각했습니다. 거의 한달이 지나도 증상은 사라지지 않았지만 병원을 찾을 정도로 불편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산책을 함께 다니는 동네 주민에게서 백내장 얘기를 듣게 됐습니다. 그 역시 5년 전쯤 눈이 침침하고 시야가 약간 뿌옇게 보이는 것 같아서 안과를 찾았더니 백내장을 진단받아 결국 수술까지 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수술로 뿌옇게 혼탁해진 수정체를 제거하고 그 자리에 인공 수정체를 넣었다는 설명이었습니다. 이씨는 “수술 얘기를 들으니 더 겁이 났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계속 내버려두면 나중에는 혼탁이 더 심해져 실명에도 이를 수 있다는 설명을 듣고서는 안과를 찾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왼쪽 눈 침침해진 60대 여성증상 지속돼 병원 찾으니 ‘백내장’
약 먹고 3개월 지나도 안 없어져
‘실명될라…’ 인공수정체 교체 수술 어지럼증·눈부심 며칠 겪었지만
심각한 부작용 없이 정상생활
“오른쪽 눈은 제발 안 걸렸으면…
스마트폰 보는 시간도 줄였죠” 그가 방문한 종합병원의 안과 전문의는 눈 검사를 하더니 초기 백내장이라고 진단했습니다. 김병엽 건양의대 김안과병원 백내장센터장은 “백내장의 진단은 안과의사가 외래 진료에서 세극등(틈새등)현미경을 이용해 진찰하는 것만으로도 쉽게 진단할 수 있다”며 “약물을 눈에 넣어 눈동자를 키우는 산동검사를 하면 백내장의 상태를 좀 더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박종운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안과 교수는 “사실 백내장 초기에는 해당되는 눈의 시력이 떨어지더라도 다른 쪽 눈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스스로 깨닫기는 쉽지 않다”며 “40대 이상에서 갑자기 눈이 침침해지거나 시야가 뿌옇고 답답한 느낌 등이 들면 안과를 방문해 검사를 해 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습니다. 백내장은 이 밖에도 안경이나 돋보기를 착용해도 글씨 등이 잘 보이지 않거나 사물이 겹쳐 보이는 증상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백내장은 또 초기에 수정체 주변부에 생긴 경우에는 시력장애가 전혀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으며, 부분적인 혼탁이 있을 때에는 한쪽 눈으로 볼 때 사물이 여러 개로 보이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눈부심이 증상으로 발현되기도 합니다. 이씨는 안과 전문의에게 수술이 꼭 필요한지 물어봤습니다. 안과 전문의는 진찰 당시는 백내장 초기이니 관찰을 좀 더 해 보고 증상이 심해지면 수술을 하는 방법도 있지만 결국은 수술을 해야 한다고 답을 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안과 전문의들은 안경을 써도 시력이 0.5 이하이거나 일상생활 등에 지장이 나타나면 수술을 권장합니다. 이씨는 50년 동안 안경을 써서 이런 질환이 생긴 것은 아닌지도 궁금했습니다. 아직까지는 근시 때문에 백내장이 더 나타나는지에 대한 의학적인 근거는 없습니다. 박 교수는 “백내장의 원인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져 있는 것은 없다”며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즉 노화 현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국민건강보험의 백내장 통계자료를 보면 백내장 환자의 거의 대부분은 50대 이상이며, 드물게 40대 이하는 물론 소아에게서 발생하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백내장이 과거보다 더 젊을 때 생기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김 센터장은 “백내장으로 수술받는 나이대가 점점 낮아지는 것은 예전보다 서구화된 식습관이나 백내장 위험을 높이는 다른 질환이 많아졌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즉 당뇨나 고혈압 등이 늘어나면서 그 합병증으로 백내장이 생기는데, 고혈압 등이 더 이른 나이대에 생기다 보니 백내장도 40대에 나타나는 경우가 더 많아졌다는 설명입니다. 또 명확히 밝혀져 있는 것은 아니지만 컴퓨터나 스마트폰 등 각종 디지털 모니터 기계를 쳐다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눈을 혹사하는 것도 백내장이 젊은 나이대에 나타나는 원인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일부 약물도 백내장의 발병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대표적인 약이 고지혈증 치료제, 스테로이드 제제 등입니다. 이씨는 동네 주민과 안과 전문의 둘 다에게 백내장 수술이 간단하다고는 들었지만 관찰을 하다가 수술을 하거나 약을 써서 백내장의 진행 속도를 늦추는 경우도 있다고 해서 일단 약을 써 보기로 했습니다. 김 센터장은 “수정체 중심에 초기 백내장이 있어 강한 빛에 순간적으로 심한 시력감소가 나타나는 경우라면 50살 고속버스 기사는 당장 수술이 필요하지만, 75살이라도 특별히 직업이 없으면 수술을 서두르지 않고 상태를 관찰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씨는 3~4개월 뒤에 다시 안과 전문의를 찾기로 했습니다. 약을 먹어도 왼쪽 눈이 침침해지는 증상은 여전했고, 때에 따라서는 눈앞이 흐릿해 보이는 것도 같아 결국 석달 만에 다시 안과 전문의를 찾아 수술을 받기로 했습니다. 이씨는 “백내장 진단을 받고 나니 눈앞이 더 흐릿해 보이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고, 이러다가 실명까지 간다는 불안감도 있어서 결국은 수술을 결정했다”고 말했습니다. 백내장은 대부분 수술이 가능하나, 드물게 하지 못하거나 수술이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미 실명 단계에 이르러 수술 뒤에도 시력 회복 가능성이 없는 경우이거나 수술을 받을 때 가해지는 충격을 눈이 버틸 수 없는 경우에는 수술이 권유되지 않습니다. 수술이 다소 어려운 경우도 있는데, 눈의 염증, 녹내장과 같은 안과 질환이 있거나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이 있을 때에도 합병증의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에 주의해서 수술해야 합니다. 이씨의 경우에는 백내장이 초기 단계였고, 과거에 눈에 다른 질환이 있었던 것도 아니어서 전신마취는 필요 없었고 국소마취만 하고 수술을 받기로 했습니다. 이씨는 “안과 선생님 설명이 과거보다 눈을 절개하는 길이가 짧아져 시력 회복이 빨라졌다고 했다”며 “수술비가 미리 결정돼 있어 특수한 재료를 쓰지 않는 한 병원마다 수술비가 거의 같다는 설명도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백내장 수술은 수술비가 병원 규모 등에 따라 정해져 있는 이른바 정찰제 수술비라고 부르는 포괄수가제 적용을 받고 있습니다. 특수한 재료는 특수 인공수정체를 말하는데, 이는 노안을 교정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인공수정체입니다. 흔히 다초점 인공수정체라고도 부르는데, 백내장 수술 뒤 노안이 발생해 가까이 있는 물체를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것을 막기 위해 쓰입니다. 또는 평소 난시가 있었으면 난시 교정용 인공수정체를 쓰기도 합니다. 다초점 인공수정체 등은 일반 인공수정체보다 값이 2배쯤 비쌉니다. 이씨는 오랫동안 근시로 노안이 그리 심하지 않았고 난시 역시 없어 일반 인공수정체를 쓰기로 했습니다. 일반 인공수정체라고 해도 안경처럼 도수를 조정하므로 백내장 자체로 인한 시력 저하는 회복할 수 있습니다. 백내장 수술은 다른 수술에 견줘 합병증이나 부작용이 적은 편입니다. 이씨는 수술 뒤에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해 설명을 들었는데, 눈에 이물감이 느껴지거나 충혈, 안구건조증 등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또 눈부심이 나타나거나 밤에 양쪽 눈의 시력 차이로 약간의 어지럼증이 생길 수 있다는 설명도 들었습니다. 실제로 이씨는 수술 뒤 집에서 휴식을 취했는데, 2~3일 동안은 어지럼증이나 눈부심 증상이 나타났습니다. 이 때문에 한동안 누워서 지내기도 했습니다. 그 뒤로는 어지럼증 등이 나타나지는 않았습니다. 김 센터장은 “어지럼증이나 눈부심과 같은 부작용은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사라진다”며 “더 심한 부작용으로는 수술 뒤 염증이나 안구 안의 압력이 높아지거나 난시 등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아무리 간단한 수술이라도 부작용 가능성은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는 설명입니다. 수술 뒤 심한 부작용으로는 외부 물체의 상이 맺히는 부위인 망막의 일부분이 떨어져 나오는 망막박리가 나타나기도 합니다. 이 부작용은 수술을 받은 100명 가운데 3~4명에게 나타난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망막박리 등 심한 부작용도 초기 증상은 눈물, 충혈, 시력 저하 등으로 백내장 수술 뒤 흔히 느끼는 증상과 구별이 힘들기 때문에 수술 뒤 안과 전문의 진찰 역시 빠뜨리지 않는 것이 권고됩니다. 수술 뒤에도 2주 정도는 주의할 것이 많은데, 안구에 물이 닿거나 비누가 들어가는 것은 피해야 합니다. 일주일 정도는 외출 역시 자제하고, 2주 정도는 심한 운동이나 사우나, 여행 등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음주 역시 한달가량은 자제하는 것이 좋으며, 밤에 잘 때 자신도 모르게 눈을 비빌 수 있으므로 수술 뒤 수주 동안은 잠을 잘 때 안대를 쓰는 것을 권장하기도 합니다. 이씨의 경우에는 별다른 증상 없이 수술 뒤 일주일쯤 지나서는 예전처럼 걷는 운동을 하는 등 일상으로 돌아왔습니다. 이씨는 “오른쪽 눈에도 백내장이 생길 수 있다고 해 걷기 운동 등을 할 때나 외출할 때에는 선글라스를 꼭 쓰곤 한다”며 “주변 사람들이 좀 이상하게 볼 때마다 백내장 및 수술에 대한 설명을 한다”고 말했습니다. 해변이나 스키장, 그리고 여름이 아니라도 선글라스를 쓰는 사람들을 이상하게 볼 필요는 없으며, 자외선에 취약하다면 오히려 이를 챙겨야 한다는 것이 안과 전문의들의 권고입니다. 혈압이 다소 높을 뿐 별다른 만성질환이 없는 이씨는 백내장이 오른쪽 눈에 생길지 몰라 선글라스 이외에도 스마트폰 화면이나 컴퓨터 모니터를 보는 시간을 줄이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씨는 “요즘에는 환갑잔치도 하지 않을 정도로 60살이 넘어도 노인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는데, 노화로 백내장까지 걸렸다고 하니 늙었다는 생각에 슬픈 마음까지 들었다”며 “다른 눈에도 백내장이 생기지 않고 또 각종 노인성 질환이 나타나지 않도록 건강 관리에 힘써야겠다는 다짐까지 했다”고 말했습니다. 오른쪽 눈에라도 백내장을 비롯해 다른 안과 질환이 생기지 않았으면 하는 기원을 같이 해 봅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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