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03.02 09:48
수정 : 2017.03.02 10:00
김양중 종합병원 / 전립선염·비대증
“전립선 염증에 이제 비대증까지, 어디에 말하기도 힘든 질환에 걸려서 고생하다 보니 전립선이 왜 있어서 이러나 싶습니다. 아이도 다 낳고 해서 이제는 속시원하게 아예 없앴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저절로 듭니다.”
이아무개(51)씨는 5년 전쯤에 소변을 보는데 아랫배에 묵직한 통증이 느껴졌습니다. 또 소변보는 것과 관계없이 종종 항문 주위나 고환 근처에도 통증이 느껴졌습니다. 그는 병원을 찾을까 하다가 견디지 못할 정도의 통증은 아니라서 그냥 참고 지내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주변의 남성 동료들에게 증상에 대해 얘기하니, 한 동료가 이상한 눈초리로 쳐다보면서 ‘성병이 의심된다’며 병원을 빨리 찾을 것을 권장했습니다. 이씨는 최근 몇달 동안 성관계를 가진 적이 없었기 때문에 성병에 걸릴 기회도 없었다며 전혀 아니라고 손사래를 쳤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며칠 뒤에도 해당 증상이 사라지지 않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직장 근처 한 비뇨기과 병원을 찾았습니다. 이씨는 “비뇨기과 의사가 성관계에 대해 묻기에 직장 동료에게 말한 것처럼 최근 몇달 동안 성관계가 없었다고 답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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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는 증상으로 봐서는 요로 감염이나 전립선염이 의심된다며 일단 소변 검사를 해보자고 했습니다. 소변 검사에서는 성병이나 요로 감염 등을 의심할 만한 소견이 나오지는 않았습니다. 이후 전립선액 검사를 하자고 했는데, 검사 요령을 듣고 이씨는 받지 않겠다고 의사에게 얘기했습니다. 전립선액 검사는 의사가 항문으로 손가락을 넣어 전립선을 마사지하면 전립선액이 소변처럼 나오는데, 이 액에서 세균이나 백혈구 등이 있는지 확인하는 검사입니다. 그는 “항문에 손가락까지 넣어 검사하자는 말에 일단 약물치료부터 해보자고 얘기했다”고 말했습니다. 의사는 약물을 처방했고, 이를 먹은 지 일주일에서 열흘쯤 지나자 증상은 느끼지 못할 만큼 사라졌습니다.
40대 중반 남성, 소변 보다 통증
혹시 성병? 병원 찾으니 ‘전립선염’
약 먹고 열흘 뒤 증상 사라져
환자 30만명 중 절반이 30~40대
50살 되니 오줌 가늘어지고 잔뇨감
이번엔 염증 아닌 ‘전립선 비대증’
큰 불편 못 느껴 약물치료 시작 안해
“이러다 전립선암 걸리는 건 아닐까?”
염증·비대증이 암 위험 높이진 않아
담배 줄이고 운동으로 관리하기로
배웅진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전립선에 염증이 생기면 소변을 제대로 보지 못하거나 통증이 나타나기도 하며, 성 기능이 제대로 되지 않는 증상이 생길 수 있다”며 “항생제, 진통제, 알파차단제 등 약물요법과 함께 물리치료나 수술요법 등을 하기도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환자에 따라서는 증상이 빨리 없어지기도 하나, 경우에 따라서는 증상이 개선되는 데 두달 이상 걸리기도 합니다. 이씨의 말대로 전립선염이 몇달 전부터 시작돼 성 기능에 장애가 있어 실제로 성관계가 없었을 가능성이 있는 것입니다.
전립선염의 원인은 명확하게 알려져 있지는 않습니다. 이석영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아직 명확하지는 않지만 요로 감염과 같은 세균 감염, 항문이나 고환 등 회음부의 반복적인 손상 등이 원인이나 자가면역질환, 화학적 자극, 신경근육 이상으로 생기기도 한다”며 “노인들의 경우 면역력이 떨어져 있는 상황에서 요로 감염이 악화되면 세균성 전립선염이 잘 나타나기도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씨처럼 전립선염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주로 30~40대입니다. 건강보험 통계자료를 보면 2015년 기준 전립선염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 수는 약 30만명이며, 이 가운데 30~40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거의 절반인 48%가량입니다. 가장 많은 나이대는 이씨처럼 40대로 전체 환자 4명 가운데 1명이 해당됩니다. 반면 70대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은 8.3%에 지나지 않습니다. 노인층이 많은 다른 질환과 달리 30~40대에 많기 때문에 전체 환자 수는 2011년에 견줘 약 2만8천명이 줄었습니다. 30~40대에 이 질환이 많은 이유에 대해 이석영 교수는 “우리나라 40대 남성은 특히 스트레스를 많이 받기 때문에 면역력이 떨어지고, 반면 술이나 커피, 담배 등은 많이 마시거나 피우게 된다”며 “여기에 잠은 부족하고 오랜 시간 의자에 앉아 있어 회음부가 압박을 받기 때문에 전립선염이 많이 나타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씨는 평소 하루에 담배를 한갑 피우고, 술도 한번 마시는 자리에서 소주 2~3병씩 마시고 있었습니다. 마침 전립선염이 나타나기 여섯달 전에는 사업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매일 저녁 사람들을 만나면서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습니다. 이씨 스스로도 스트레스, 술, 담배 등이 문제라고 생각했지만, 술과 담배를 멀리하지 않았습니다. 이후 사업은 자금 상태가 나아지면서 덜하기는 하지만, 여전히 스트레스를 받고 살았습니다. 그는 “세상에 스트레스 받지 않고 사는 사람이 누가 있냐”며 “종종 골프를 치면서 운동을 하고 평소에는 헬스클럽을 찾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긍정적인 생각과 규칙적인 운동 덕분인지 다행히 이후로는 전립선염이 다시 나타나지는 않았습니다.
이처럼 한때 전립선염으로 고생을 했던 이씨는 지난해 초부터 소변 줄기가 다소 가늘어지고, 소변을 봐도 덜 본 것 같은 느낌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이전에도 머리숱이 많지 않았지만 40대 중반부터 탈모가 급속하게 진행돼 스스로도 우울하다고 여기고 있었던 때에 50대에 접어들자마자 소변보는 것까지 문제가 생긴 것입니다. 그는 “예전 어른들이야 나이 쉰이 되면 폭삭 늙는다고 했지만 요새 50대는 거의 청년 수준 아니냐”며 “탈모에 소변 줄기까지 약해지니 남들보다 빨리 늙었다는 생각에 마음이 위축되면서 자신감이 사라진다는 느낌마저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지난번에 앓았던 전립선염이 재발한 것으로 여기고 또다시 비뇨기과 병원을 찾았습니다. 의사는 그의 증상을 듣더니 소변보기가 어려워진 증상과 관련해 증상일지를 작성하도록 했습니다. 그 결과 전립선염이 아니라 전립선 비대증 초기가 의심되는 것으로 나왔습니다. 배웅진 교수는 “남성이 50대가 되면 전립선 안에 비대성 병변이 생기기 시작한다”며 “특히 요도를 둘러싸고 있는 부분인 이행대에서 비대가 시작되기 때문에 방광 출구를 압박하면서 오줌 줄기가 가늘어지기 시작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전립선 비대가 일어나는 것은 30대 중반부터이고,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이 비대 역시 진행돼 60대 남성 10명 가운데 6명이, 80대에서는 9명가량이 전립선 비대증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전립선 비대증의 증상으로는 소변이 금방 나올 듯할 때 잘 참지 못하거나 밤에 자다가 소변을 보러 가는 증상도 있는데, 이씨의 경우에는 이런 증상이 없었고 술을 많이 마신 날에만 밤에 깨어 소변을 보곤 했습니다. 그는 “20~30대에도 맥주 등을 많이 마시면 자다가 소변을 보러 가곤 해서 질환이라고까지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다행히 그는 아직 일상생활에 큰 불편을 줄 만큼 증상이 심하지는 않았습니다. 의사는 전립선 비대증에 쓰는 약을 처방했고, 그는 약국에서 약을 샀지만 당장 먹지는 않았습니다. 의사는 주의사항으로 감기약을 먹지 않을 것과 함께 과도한 음주는 삼가도록 말했습니다. 감기약이 전립선 비대증 증상을 심하게 할 수 있고, 심한 경우에는 소변이 나오지 않는 단계에 빠질 수 있다는 설명이었습니다. 복부 비만이 증상이 빨리 진행되게 만들 수 있다는 설명과 함께 뱃살을 좀 줄이라는 설명도 들었습니다. 그는 뱃살을 줄이기 위해 헬스클럽을 찾는 횟수를 늘리고 달리기 등과 같은 운동을 더 열심히 했지만, 몇달이 지나도 몸무게는 줄어들지 않았습니다. 역시 술이 문제라고 여겼지만 업무상 술을 피할 수는 없었습니다. 소변보기가 다소 어려워진 증상은 개선되지도 않고 더 이상 심해지지도 않았습니다. 그는 비뇨기과 병원도 다시 찾지 않다가 지난해 겨울에 감기에 걸려 종합감기약을 먹기도 했습니다. 그는 “감기약을 한번 먹은 뒤에 비뇨기과 의사의 말이 생각났다”며 “이미 먹은 뒤라 혹시나 하는 불안감이 있었는데 별다른 증상이 나타나지는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감기약에는 기침을 줄이기 위한 성분이 있는데, 이 성분이 소변을 배출하는 방광의 기능은 약화시키면서 소변이 나오는 길인 요도는 좁게 만들기 때문에 먹지 말라는 것이었습니다. 한번만 먹었기 때문인지, 전립선 비대증이 초기라서 그런지 그는 별문제가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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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상담을 해온 내용은 수술을 해서 전립선을 제거하면 어떻냐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성병으로 의심까지 받은 전립선염에도 걸리고 이제 와서 전립선 비대증까지 앓다 보니 이제 전립선암에 걸리는 것 아니냐는 생각마저 든다”며 “나이 들어서는 필요도 없다는데 미리 제거하면 어떻냐”는 질문이었습니다. 흔히 밤톨 모양이라고 말하는 전립선은 남성에게만 있는 조직으로, 정액의 일부를 만들고 정자에 영양을 보급하는 구실을 합니다. 또 정자의 운동성을 돕는 구실도 하기 때문에 임신을 위해서는 꼭 필요합니다. 여성들의 경우 임신에는 자궁이 꼭 필요하지만, 노화에 따라 자궁에 자궁근종이나 자궁경부암 등과 같은 질환이 생기는 것처럼 남성의 전립선도 마찬가지인 셈입니다. 자궁에 암이 생기는 등 심각한 질환이 있지 않는 한 여성에게 자궁적출술을 권하지 않는 것처럼 남성에게도 마찬가지로 전립선을 제거하는 수술을 권하지는 않습니다. 소변보는 것과 관련해 증상이 심해 일상생활에서 지장을 받거나 합병증으로 방광에 돌이 생기거나 염증이 자주 재발하거나 혈뇨 등이 발생하는 경우에 수술로써 전립선 조직 일부 또는 상당 부분을 제거하기도 합니다. 또 전립선염이나 전립선 비대증이 있다고 해서 암으로 진행될 위험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어서 미리부터 수술까지 할 필요는 없는 상황입니다. 이런 설명에 그는 “어디엔가 다 쓸 데가 있으니 몸에 붙어 있는 조직이겠지”라며 제 말에 수긍하기는 했습니다. 그는 업무상 술과 육류 섭취를 끊을 수는 없을 것 같아, 담배는 줄여보기로 했습니다. 또 건강검진을 받을 때 전립선암에 대한 검사는 별도로 받을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항상 차를 운전하고 다녔는데, 오래 앉아 있다 보면 전립선 건강이 악화될 수 있다며 피치 못할 상황이 아니면 대중교통을 이용해보겠다는 말도 했습니다. 그는 “다른 곳 크게 아픈 데 없는데 전립선만 생각하면 벌써부터 노인이 돼간다는 생각에 건강관리를 좀더 열심히 하라는 뜻으로 여길 계획”이라며 “아직도 약 없이 잘 버티는데, 운동 등을 잘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습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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