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중 종합병원] 과민성대장증후군
|
복부 쪽 컴퓨터단층촬영(CT·시티) 검사를 받는 모습. 과민성대장증후군을 진단하기 위해서는 복부의 다른 질환이 있는지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이 검사가 필요할 때도 있다. 비에비스 나무병원 제공
|
“이모님이 지난해에 대장암을 진단받으셨거든요. 화장실 가는 횟수가 달라지고 복통이 있는 것이 증상이 거의 똑같아서 덜컥 겁이 나더라고요.”
이아무개(41·여)씨는 2014년 연말부터 복통이 자주 생겼습니다. 날카롭게 아픈 통증은 아니었고, 아랫배가 살살 아픈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그가 다니는 회사는 연말·연초나 상하반기가 바뀌는 6~7월에 업무가 크게 늘어나는데, 이 때문에 과로를 한 것이 문제를 일으켰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복통이 생기면 화장실에 가고 싶어졌고, 다녀오면 복통 증상이 호전됐습니다. 그렇다고 설사를 하거나 변비가 있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이씨는 “과로와 스트레스 때문에 배가 아팠던 것 같다”며 “연초가 지나니 복통 증상이 사라졌다”고 말했습니다. 2015년 연초에도 비슷한 증상이 생겼다가 회사 일이 평상시처럼 줄어들자 1월 하순부터는 복통 증상이 사라졌습니다. 종종 밤에 야식을 먹거나 술을 마시거나 과식을 할 때에 복통이 있었지만 누구나 다 있는 증상이라고 여기고 별다른 관심을 갖지는 않았습니다. 당뇨나 고혈압 등 만성질환을 진단받지도 않았고 다른 질환도 없어서 스스로는 건강하다고 여기고 있었습니다.
2015년 6월말에도 회사 일이 많아지면서 어김없이 복통이 찾아왔습니다. 역시 과로와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생각했으며, 화장실을 들락거리는 횟수가 잦아지는 것을 빼고는 별다른 증상이 없어서 그냥 참았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설사 증상이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이씨는 “여름철이라 음식을 잘못 먹어서 생긴 설사라고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또 주변 친구들에게 자신의 증상을 말했더니, 비슷한 증상을 가진 이들이 있어서 그다지 걱정하지 않았습니다.
일이 바쁜 6월말과 7월초를 보낸 뒤 한여름에는 복통 같은 증상은 잊고 지냈고, 추석 연휴에 또 복통이 나타났지만 과식이나 명절증후군 탓이라고 여겼습니다. 2015년 연말에도 복통과 함께 설사 증상이 나타났습니다. 그는 “어김없이 찾아오는 증상이라 이 또한 지나간다고 여겼지만, 2~3년째 나타나니 혹시 대장암 같은 질환은 아닐지 다소 걱정이 되기도 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2년에 한번씩 건강검진을 받았는데, 그동안 채변 검사 결과에서 이상이 나온 적은 없었습니다. 이씨는 “주변 지인들이나 친구들이 대장내시경 검사를 많이 받는다고 해서 한번 받아볼까도 생각했는데, 검사 받기가 꺼려지고 갈 시간도 없는데다 그 정도로 복통이 심하지 않아서 받지는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복통 증상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던 그는 이모가 지난해 5월쯤 대장암을 진단받은 사실에 크게 놀랐습니다. 60대 중반이었던 그의 이모는 수년 전부터 종종 나타나는 복통과 변비가 있었는데 크게 불편할 정도는 아니었다고 합니다. 변비가 좀 심해지면 동네 병원을 찾아 변비약을 처방받아 먹거나 약국에서 약을 사 먹는 정도였습니다. 그러다가 자녀들이 대학병원 종합검진상품을 예약해 대장내시경을 받았고, 그 결과 대장암을 발견했습니다. 이씨는 “이모님은 대장암 2기라고 해서 수술을 받았다. 병문안을 가보니 이모님의 증상이 복통과 변비였다고 해서 평소 비슷한 증상이 있는 나도 혹시 대장암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이씨의 이모는 수술을 받은 뒤에 별도의 치료 없이 잘 지내고 있으며, 이후에는 별다른 부작용도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이후 이씨는 인터넷에서 대장암과 대장내시경 검사를 검색하고 주변 사람들에게는 대장내시경 검사를 잘하는 병원에 대해 문의했습니다. 국가암검진 프로그램을 보면 50살부터 대장암 검사를 하도록 돼 있는데, 먼저 분변잠혈검사(변에서 출혈을 확인하는 검사)를 한 뒤 이상이 생기면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가까운 친척이나 가족 중에 대장암이 생겼다면 50살이 되기 전부터 검진을 받는 것도 필요하다는 권고도 나오고 있습니다. 대장암은 다른 암에 견줘 상대적으로 유전이 원인인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이씨는 인터넷 검색을 한 결과 대장내시경 검사를 잘못 받으면 대장에 출혈이 생기거나 장에 구멍이 생기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설명을 봤습니다. 이 때문에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을 것인가를 문의했는데, “가족력이 있는데다가 본인 스스로도 불안감이 크니 내시경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겠다”고 답해줬습니다.
이씨는 얼마 뒤에 어머니와 함께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았습니다. 이씨의 어머니는 복통이나 변비 등 아무런 증상이 없었지만, 나이도 60대 후반이고 동생이 대장암이라고 해서 검사를 받게 됐습니다. 검사 결과 이씨는 용종 하나 없이 깨끗하다고 나왔습니다. 용종은 대장에 생기는 혹이라고 볼 수 있는데, 암은 아니지만 일부 종류에서 암으로 발전하기도 합니다. 이씨는 “암은 물론이고 염증이나 용종이 전혀 없어 안심이 됐다”고 말했습니다. 이씨의 어머니는 용종이 2개 나와 제거했고 조직검사를 한 결과 암은 아니었습니다. 이씨는 컴퓨터단층촬영(CT·시티)검사까지 받는 것도 염두에 두고 있었는데 대장내시경 검사에서 아무런 이상이 없어서 더는 검사를 받지 않았습니다.
내시경 검사를 받은 뒤 검사 결과에 대한 설명을 들으면서 정기적으로 나타나는 복통과 변비 등을 문의하니, 담당 의사는 과민성대장증후군이 의심된다고 말했습니다. 또 스트레스나 과로에 따른 전형적인 증상이라는 설명도 들었습니다. 이씨는 “약물 치료가 필요하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그렇게까지 불편하지는 않아서 처방받지는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이후 동네 병원에서 소화기내과를 찾아 대장내시경 검사 결과와 증상에 대해 문의하니 담당 의사는 과민성대장증후군이 맞는 것 같다며 설사와 복통을 막을 수 있는 약 처방을 권했습니다. 이씨가 약은 싫다고 하자 그렇다면 적절한 스트레스 해소법을 찾고 규칙적인 식사를 하라고 권장했습니다. 민영일 비에비스 나무병원 대표원장은 “사회가 복잡해지고 사람들이 많은 스트레스에 노출되면서 과민성대장증후군을 앓는 이들이 많다”며 “현대인의 10~15%가 이런 증상을 가진 것으로 추정되고, 미국에서는 직장인의 결근 이유 가운데 과민성대장증후군이 감기에 이어 2위에 올라 있다는 보고가 있기도 하다”고 설명했습니다. 변비나 복통 같은 증상이 있지만, 대장암, 대장의 염증이나 담낭염, 자궁종양 등 다른 질병이 없다는 판정이 나오는 경우, 과민성대장증후군이라는 진단을 하게 됩니다. 당뇨나 갑상선기능저하증과 같은 질환에서도 변비나 복통 등 증상이 생길 수 있어 이들 질환에 대한 검사도 필요합니다.
|
(※ 이미지를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
과로하거나 스트레스 받으면복통·설사 시달리는 40대 여성혹시 대장암일까 겁났지만내시경 검사선 용종 없이 깨끗
현대인 10~15% ‘과민성 대장증후군’미국선 감기 이어 결근사유 2위“운동·규칙적 식사 노력에도증상 호전될뿐 사라지진 않아과로하지 않도록 사회가 도왔으면”
이씨는 지난해에도 업무가 바쁜 6~7월 어김없이 복통과 설사가 나타났습니다. 대장암이 아니라는 말에 불안하지는 않았지만, 복통과 설사가 다소 심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씨는 “나이가 들수록 체력은 떨어지는데 책임져야 할 일은 늘어나니 스트레스가 많아져 증상이 심해지는 것 같다”며 가을부터 운동을 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하지만 육아와 집안 살림 및 직장일을 동시에 해야 해 따로 운동할 시간을 낼 수 없었던 그는 평일에는 출퇴근을 할 때 지하철 한 정거장을 먼저 내려 걷고, 주말에는 산의 둘레길이나 공원을 걸었습니다. 이렇게 하니 하루에 최소 30분에서 한 시간가량은 걸을 수 있었습니다. 식사 습관도 과거에는 아침을 먹지 않았고, 점심과 저녁을 먹은 뒤에 밤에 야식을 먹곤 했는데, 아침 식사를 가볍게라도 챙기고 야식은 먹지 않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김재규 중앙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환자마다 특정 음식이 과민성대장증후군을 유발할 수 있고, 식사를 급히 하거나 불규칙적으로 해도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특히 과식이 장관을 자극해 복통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이는 피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습니다.
이씨는 운동과 규칙적인 식사를 석달가량 했지만, 지난 연말에도 과로를 피할 수는 없었으며 복통 증상은 또 나타났습니다. 다만 설사 증상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이씨는 “운동이나 규칙적인 식사로 다소 좋아지나 했지만 복통이 사라지지는 않았다”며 “직장을 그만두거나 규칙적으로 출퇴근하는 곳으로 옮기면 좋아질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명상, 요가 같은 이완요법, 집 안에서 하는 스트레칭 등도 인터넷을 통해 알아봤지만, 퇴근하면 일단 피곤하고, 밀린 집안일을 해야 해 편하게 이런 것들을 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그나마 걷기만 꾸준히 실천하고 있다는 이씨는 “적당한 운동이나 명상 등을 통한 스트레스 해소가 건강에 좋다는 얘기는 누가 모르겠느냐”며 “직장 동료들끼리는 ‘이번 생은 틀렸으니 다음 생이라도 좋은 곳에서 만나자’는 얘기를 하면서 푸념하곤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약을 먹어볼까 생각도 했지만, ‘운동과 규칙적인 식사도 예방하지 못했는데 약도 그때뿐이겠구나’는 생각으로 약을 먹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대장암에 대한 걱정은 여전합니다. 이씨는 “배 아픈 것이야 참을 수 있지만 대장암은 앞으로도 생길지 모르니, 대장내시경 검사는 2~3년마다 받아볼 생각”이라며 “직장인 특히 육아를 하면서 직장을 다니는 직장맘들이 건강해질 수 있도록 사회나 정부가 도왔으면 한다”고 말했습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