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중 가슴통증 느껴 진단 결과
10년전 협심증 판정 받은 50대
항혈전제에 콜레스테롤 약까지
꾸준한 관리로 합병증 발병 안해
속 시원하게 스텐트시술 원했지만
의사는 현재 치료법이면 된다니…
“혹시 뇌졸중에 걸리지나 않을지
불안감 지우는 게 쉽지만은 않아”
“그냥 스텐트 시술을 받으면 속이 시원하겠는데, 담당 의사는 아직은 약물과 생활습관 교정으로 관리될 수 있다고 합니다. 뇌졸중에 걸리거나 자칫 죽을 수도 있다는 심근경색이 언제든 생길 수 있다며 겁을 주고서는 근본적인 치료는 안 해주니 다른 병원을 찾아 담당 의사를 바꿀 것까지 고민했습니다.”
김아무개(51·남)씨는 10년 전에 협심증을 진단받았습니다. 진단 당시 별다른 질환이 없었던 그는 등산이나 조깅 등을 하면 가슴에 뻐근한 통증이 몇 차례 반복되자 병원을 찾았습니다. 담배를 20년가량 피워 왔어도 또래보다 달리기를 비롯해 여러 운동을 곧잘 해서 건강은 자신하고 있었던 차에 가슴 통증이 나타나 조금은 당황했습니다. 처음 통증을 느꼈을 때에는 ‘운동을 많이 해서 그런가보다’라고 생각했습니다. 그가 찾은 병원에서는 피검사를 비롯해 심전도검사 등을 하더니 협심증이 의심된다고 했습니다. 좀더 정확하게 알려면 종합병원을 찾아 정밀검사를 받으라고 해서 그는 한 대학병원을 찾았고, 여기에서 운동부하검사, 심전도검사, 피검사, 심장초음파검사 등 여러 가지 검사를 했습니다. 운동부하검사에 대해 김씨는 “가슴 주변에 전극을 몇 개 달고 운동기구에서 달리기를 하면서 검사를 했는데 검사 자체도 복잡한데다가 또 뭐가 나올까봐 그때만큼 긴장하면서 달리기를 한 적이 없었다”고 당시 검사 장면을 떠올렸습니다. 이런 검사들 끝에 김씨는 협심증으로 진단된 것입니다.
협심증은 심장 근육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인 관상동맥이 좁아져서 생기는 증상입니다. 박덕우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심장 근육에 산소와 영양을 공급하는 굵은 혈관 3개가 있다. 모양이 왕관 같다고 해 관상동맥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 동맥에 동맥경화증이 생긴 질환을 관상동맥질환 또는 허혈성 심장질환이라고 부르는데, 협심증과 심근경색증이 이 범주에 들어간다”고 설명합니다. 허혈성이라는 것은 관상동맥이 좁아지거나 막혀 심장 근육에 혈액이 공급되지 않는다는 것을 한자말로 쓴 것입니다.
이 협심증은 주로 가슴 부위의 통증으로 나타나는데요. 이 통증을 표현하는 말이 환자마다 제각각입니다. 고영국 연세의대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가슴에 묵직한 느낌이 온다거나, 짓누르는 것 같다거나, 쥐어짜거나, 조이는 것 같다 등으로 얘기한다. 종종 팔 쪽으로 통증이 뻗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고, 양쪽 팔에 힘이 빠지는 증상이 생긴다는 환자도 있다”고 설명합니다.
주로 운동을 하거나 감정적으로 흥분했을 때 이런 통증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김씨 역시 등산을 하면서 통증이 나타나 전형적인 협심증 환자의 증상과 거의 같았습니다. 운동을 하지 않고 쉴 때에는 아무런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김씨는 “운동을 좋아해서 주말마다 등산을 다니거나 다른 운동도 곧잘 하는데, 혹시나 심장에 무슨 문제가 생길까봐 두려운 생각마저 들었다. 산에 가면 예전에는 ‘심장질환자가 위험할 수 있다’는 안내 표지가 있는지도 몰랐는데, 협심증이라는 말에 유심히 보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김씨처럼 가슴 통증 등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 오히려 다행일 수도 있습니다. 가슴 통증이 나타나지 않아 협심증을 아예 의심하지 않는 경우도 많기 때문입니다. 고영국 교수는 “당뇨에 걸린 환자이거나 노인, 여성에서는 협심증이 있더라도 가슴 통증이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이런 사람들 중에 협심증이 나타날 수 있는 위험인자를 가지고 있다면 정기적인 검사가 필요하다”고 설명합니다. 평소 전혀 모르고 있다가 갑자기 심근경색으로 진행될 경우 정말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협심증 진단 뒤 김씨에게는 몇 가지 처방이 내려졌는데요. 담당 의사는 우선 담배를 곧장 끊으라고 했습니다. 김씨는 “재수 시절부터 스트레스 받을 때마다 유일한 낙이었던 담배를 끊으라고 하니, 처음에는 폐암이나 폐 질환에 걸리는 것도 아닌데 왜 담배부터 끊어야 하냐고 의사에게 물었다”고 말했습니다. 담당 의사의 설명은 흡연은 백해무익이나 특히 혈관 건강을 해친다고 했습니다. 실제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의 위험인자에는 흡연이 포함돼 있습니다. 담배를 피우면 혈관이 좁아지는데, 협심증이 있으면 이미 좁아진 혈관이 흡연으로 더 좁아져 심근경색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금연이 필수입니다. 그는 “20년지기인 담배를 떠나보내려니 눈앞이 캄캄했지만 뇌졸중, 심근경색이 더 무서우니까 곧바로 담배를 끊었다. 당시만 해도 이용할 만한 금연클리닉도 거의 없고 금연보조제 같은 것도 별로 없어서 그냥 독하게 끊었다. 협심증 때문에 얻은 것이 있다면 금연”이라고 말했습니다.
전문의가 가슴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의 심장 상태를 심장초음파검사를 통해 확인하고 있다. 세브란스병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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