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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9.22 13:49 수정 : 2016.09.22 14:01

등산중 가슴통증 느껴 진단 결과
10년전 협심증 판정 받은 50대
항혈전제에 콜레스테롤 약까지
꾸준한 관리로 합병증 발병 안해
속 시원하게 스텐트시술 원했지만
의사는 현재 치료법이면 된다니…
“혹시 뇌졸중에 걸리지나 않을지
불안감 지우는 게 쉽지만은 않아”

“그냥 스텐트 시술을 받으면 속이 시원하겠는데, 담당 의사는 아직은 약물과 생활습관 교정으로 관리될 수 있다고 합니다. 뇌졸중에 걸리거나 자칫 죽을 수도 있다는 심근경색이 언제든 생길 수 있다며 겁을 주고서는 근본적인 치료는 안 해주니 다른 병원을 찾아 담당 의사를 바꿀 것까지 고민했습니다.”

김아무개(51·남)씨는 10년 전에 협심증을 진단받았습니다. 진단 당시 별다른 질환이 없었던 그는 등산이나 조깅 등을 하면 가슴에 뻐근한 통증이 몇 차례 반복되자 병원을 찾았습니다. 담배를 20년가량 피워 왔어도 또래보다 달리기를 비롯해 여러 운동을 곧잘 해서 건강은 자신하고 있었던 차에 가슴 통증이 나타나 조금은 당황했습니다. 처음 통증을 느꼈을 때에는 ‘운동을 많이 해서 그런가보다’라고 생각했습니다. 그가 찾은 병원에서는 피검사를 비롯해 심전도검사 등을 하더니 협심증이 의심된다고 했습니다. 좀더 정확하게 알려면 종합병원을 찾아 정밀검사를 받으라고 해서 그는 한 대학병원을 찾았고, 여기에서 운동부하검사, 심전도검사, 피검사, 심장초음파검사 등 여러 가지 검사를 했습니다. 운동부하검사에 대해 김씨는 “가슴 주변에 전극을 몇 개 달고 운동기구에서 달리기를 하면서 검사를 했는데 검사 자체도 복잡한데다가 또 뭐가 나올까봐 그때만큼 긴장하면서 달리기를 한 적이 없었다”고 당시 검사 장면을 떠올렸습니다. 이런 검사들 끝에 김씨는 협심증으로 진단된 것입니다.

협심증은 심장 근육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인 관상동맥이 좁아져서 생기는 증상입니다. 박덕우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심장 근육에 산소와 영양을 공급하는 굵은 혈관 3개가 있다. 모양이 왕관 같다고 해 관상동맥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 동맥에 동맥경화증이 생긴 질환을 관상동맥질환 또는 허혈성 심장질환이라고 부르는데, 협심증과 심근경색증이 이 범주에 들어간다”고 설명합니다. 허혈성이라는 것은 관상동맥이 좁아지거나 막혀 심장 근육에 혈액이 공급되지 않는다는 것을 한자말로 쓴 것입니다.

이 협심증은 주로 가슴 부위의 통증으로 나타나는데요. 이 통증을 표현하는 말이 환자마다 제각각입니다. 고영국 연세의대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가슴에 묵직한 느낌이 온다거나, 짓누르는 것 같다거나, 쥐어짜거나, 조이는 것 같다 등으로 얘기한다. 종종 팔 쪽으로 통증이 뻗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고, 양쪽 팔에 힘이 빠지는 증상이 생긴다는 환자도 있다”고 설명합니다.

주로 운동을 하거나 감정적으로 흥분했을 때 이런 통증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김씨 역시 등산을 하면서 통증이 나타나 전형적인 협심증 환자의 증상과 거의 같았습니다. 운동을 하지 않고 쉴 때에는 아무런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김씨는 “운동을 좋아해서 주말마다 등산을 다니거나 다른 운동도 곧잘 하는데, 혹시나 심장에 무슨 문제가 생길까봐 두려운 생각마저 들었다. 산에 가면 예전에는 ‘심장질환자가 위험할 수 있다’는 안내 표지가 있는지도 몰랐는데, 협심증이라는 말에 유심히 보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김씨처럼 가슴 통증 등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 오히려 다행일 수도 있습니다. 가슴 통증이 나타나지 않아 협심증을 아예 의심하지 않는 경우도 많기 때문입니다. 고영국 교수는 “당뇨에 걸린 환자이거나 노인, 여성에서는 협심증이 있더라도 가슴 통증이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이런 사람들 중에 협심증이 나타날 수 있는 위험인자를 가지고 있다면 정기적인 검사가 필요하다”고 설명합니다. 평소 전혀 모르고 있다가 갑자기 심근경색으로 진행될 경우 정말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협심증 진단 뒤 김씨에게는 몇 가지 처방이 내려졌는데요. 담당 의사는 우선 담배를 곧장 끊으라고 했습니다. 김씨는 “재수 시절부터 스트레스 받을 때마다 유일한 낙이었던 담배를 끊으라고 하니, 처음에는 폐암이나 폐 질환에 걸리는 것도 아닌데 왜 담배부터 끊어야 하냐고 의사에게 물었다”고 말했습니다. 담당 의사의 설명은 흡연은 백해무익이나 특히 혈관 건강을 해친다고 했습니다. 실제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의 위험인자에는 흡연이 포함돼 있습니다. 담배를 피우면 혈관이 좁아지는데, 협심증이 있으면 이미 좁아진 혈관이 흡연으로 더 좁아져 심근경색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금연이 필수입니다. 그는 “20년지기인 담배를 떠나보내려니 눈앞이 캄캄했지만 뇌졸중, 심근경색이 더 무서우니까 곧바로 담배를 끊었다. 당시만 해도 이용할 만한 금연클리닉도 거의 없고 금연보조제 같은 것도 별로 없어서 그냥 독하게 끊었다. 협심증 때문에 얻은 것이 있다면 금연”이라고 말했습니다.

전문의가 가슴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의 심장 상태를 심장초음파검사를 통해 확인하고 있다. 세브란스병원 제공
약물 처방도 여러 가지 받았습니다. 심근경색이 나타나는 이유 중에는 관상동맥이 좁아지다가 막히는 것도 문제인데, 혈관 안에서 피가 굳어 혈전(피떡)이 생겨 이것이 혈관을 돌아다니다가 관상동맥을 막아 심근경색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혈전이 생기지 않도록 항혈전제를 먹어야 했고,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지는 않았지만 심근경색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해 이 역시 처방받았습니다. 그는 “흔히 ‘나쁜 콜레스테롤’이라고 부르는 엘디엘(LDL) 수치를 낮춰야 한다고 해서 하루도 빼지 않고 약을 먹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좋아하는 운동의 경우 계속 해도 좋고 꼭 필요하다는 설명을 들었는데요. 다만 높은 산을 오르거나 혼자서 등산하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고 했습니다. 혹시 산행 중에 심근경색 등이 나타나면 늦어도 6시간 안에는 응급처치를 받아야 하는데 혼자 다니다 보면 때를 놓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그 뒤로는 달리기나 정상까지 오르는 등산 대신, 산의 둘레길을 걷거나 한강변을 따라 빠르게 걷기 등을 하고 있습니다. 그는 “예전에는 술도 곧잘 마셨는데, 과음을 하지 말라고 해서 한번에 3~4잔씩 마시고 있다. 기름진 안주를 먹지 말라고 해서 사실 술맛도 잘 나지 않는다. 사실 술 마시면서 담배 피우던 시절이 많이 그립다”고 말했습니다.

김씨는 금연, 운동, 약물치료 등과 같은 관리를 잘해서 10년 동안 별다른 문제 없이 지내고 있습니다. 여전히 언제 심근경색이 생길지 모른다는 불안감과 함께 말이지요. 그런데 2년 전부터 병원에 다니면서 다른 환자들을 보니 스텐트 시술을 받은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동맥경화로 관상동맥이 좁아진 부위에 스텐트를 넣어 혈관을 원래대로 넓게 만들어준다는 시술이었습니다. 다른 환자들 얘기로는 스텐트를 넣으면 심근경색에 대한 불안감이 훨씬 덜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고영국 교수는 “스텐트 시술은 전신마취도 필요없고 시술을 시작하는 사타구니 근처나 손목 부위에 국소마취만 하면 되고, 성공률이 매우 높은 장점이 있다. 또 다음날 퇴원이 가능할 정도로 회복도 빠르다”고 설명합니다. 비용은 보통 스텐트 하나당 30만원가량이며, 시술 뒤 집중관찰실에 입원하는 것까지 하면 병원에 따라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대략 100만원 정도입니다. 과거에는 스텐트 시술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이 제한이 있어 3개까지 가능했지만, 지금은 의학적으로 필요하다고 인정되면 개수에 관계없이 보험 적용이 되기도 합니다.

이런 설명을 주변 환자들에게 들은 김씨는 2년 전부터 스텐트 시술을 받으면 어떻겠냐고 담당 의사에게 종종 묻고 있는 중입니다. 지금까지 대답은 생활습관, 약물치료 등으로 잘 조절되고 있으니, 그대로 지내보라는 것이었습니다. 박덕우 교수는 “영상 진단으로 심장 혈관이 50~70% 좁아져 있는 환자 3명 가운데 2명이 가슴 통증 등 심장 이상 증상이 없다는 연구가 있다. 영상 진단만 믿지 말고 심장의 기능을 확인해서 스텐트 시술을 결정해야 한다. 관상동맥이 좁아져 심장 근육으로 가는 혈류가 20% 이상 감소했을 때 스텐트 시술이 필요하다”고 설명합니다.

사실 스텐트 시술을 하기 위해 하는 검사인 관상동맥조영술은 쉬운 검사가 아닙니다. 관상동맥이 얼마나 좁아져 있는지를 확인하는 관상동맥조영술은 사타구니나 손목의 동맥에 가느다란 관을 넣어서 심장의 관상동맥을 찾아간 뒤 좁아진 혈관 부위가 잘 드러나도록 조영제를 뿌려서 방사선 촬영을 하는 것입니다. 검사를 받은 사람 1000~1만명 가운데 한 명은 심근경색, 뇌졸중, 조영제 과민증 등과 같은 부작용을 겪으며, 2000명 가운데 1명은 검사를 받다가 사망하기도 합니다. 물론 관상동맥이 얼마나 좁아져 있는지와 같은 상태를 가장 잘 파악할 수 있는 검사이기는 하나, 부작용 등을 고려할 때 무턱대고 받을 검사는 아니라는 뜻입니다.

김씨는 약 1년 전쯤 스텐트 시술을 잘하는 병원을 안내해 달라면서 연락을 해 왔는데, 담당 의사와 상의해서 심근경색의 가능성이나 스텐트 시술의 부작용 등을 충분히 고려해 시술 여부를 결정하라는 충고와 함께 관상동맥조영술의 부작용 등에 대해 설명을 했습니다.

그러자 김씨는 근본적인 치료법으로 줄기세포 치료법도 있다는 얘기가 있다며 이에 대해서도 물어왔습니다. 최근에 줄기세포 치료로 심근경색으로 손상된 심장 근육의 기능을 되살리려는 연구가 진행 중에 있습니다. 심근경색으로 심장 기능이 크게 떨어진 것을 일부 개선시켰다는 보고도 있으나, 아직까지는 표준치료법으로 인정되기까지는 여러 과제가 남아 있다는 것이 이 분야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10년 동안 아무런 합병증 없이 잘 유지된 것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해주자 김씨는 “너무 욕심을 부렸는지 모르겠지만, 끊임없이 떠오르는 심근경색, 뇌졸중에 대한 불안감을 지우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겪어보지 않으면 모를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합병증으로 뇌졸중, 심근경색, 사망 등에 이를 수 있는 질병을 달고 사는 것은 누구나 피하고 싶은 일일 것입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심근경색 등과 같은 합병증이 생기기 전에 발견을 했고, 그 덕분에 담배도 끊고, 운동과 식사 조절을 하는 등 주변 누구보다 건강 관리를 잘하게 된 것은 감사해야 할 일인지도 모릅니다. 김씨는 이런 제 말에 마지못해 동의해주긴 했는데요. 좀더 안전하고 근본적인 치료법이 나오기 전까지는 김씨가 현재처럼 협심증을 잘 관리하기를 기대해 봅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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