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형 이야기] 젊어지고픈 중장년층의 고민
얼마 전에 화제가 됐던 텔레비전 드라마인 <응답하라 1988>을 보면 촌스럽지만 정겨웠던 1980~90년대 골목 풍경이 나옵니다. 먹고살기 힘들었지만 오손도손 정을 나누며 살았던 우리들의 자화상을 본다는 생각이 들면서 왠지 가슴 먹먹한 느낌이 찾아오기도 합니다. 또 이웃이 아프면 차례를 정해 병간호를 자처하고, 부침개라도 부칠라치면 손 크게 한 바구니 얹어서 윗집, 아랫집을 돌며 나누는 마음이 그립기도 합니다. 직업상 텔레비전이나 영화를 볼 때에도 배우들의 얼굴이나 옷차림을 자세히 보게 되는데요. 이 드라마에 출연하는 배우들도 하나같이 화장기 없는 수수한 모습이고 튀지 않는 평범한 옷차림으로 당시의 진솔한 민낯을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처럼 약간 부족해 보이지만 진심이 느껴지는 모습에 누구나 잔잔한 감동을 받고 진한 호감을 느낀다고 여깁니다. 하지만 그 당시나 현재의 중장년들의 삶은 직장이나 가정의 굴레에서 벗어나질 못합니다. 젊은 시절의 열정도 많이 사라진 상태입니다. 아무리 사회경험이 많은 베테랑이라 하더라도 삶의 고단함과 짓누름이 있게 마련입니다. 급변하는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는 불안감은 물론 명예퇴직과 같은 압박도 느낍니다. 이러다 어느 순간 거울에 비치는 자신의 얼굴에 이런 불안이 깊어지기도 합니다. 어느덧 처진 눈의 피부와 늘어진 눈밑 지방, 깊어진 팔자주름 등과 같은 세월의 흔적을 온전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좀더 젊어지고 싶은 생각은 중장년층 남성들의 고민이기도 합니다. 물론 이런 고민들을 이겨내는 데에는 커나가는 자녀 등 가족의 존재가 더 값진 것이 사실입니다. 중장년의 힘은 세상을 먼저 견뎌낸 경험입니다. 오히려 적당히 패어 있는 주름이 경험을 확인할 수 있는 증거가 될지 모릅니다. 많은 사람이 완벽한 외모에 출중한 체형 등을 갖추고 있다면 세상은 화려할지 모르겠지만, 숨이 막히고 또 가슴이 옥죄여 올지도 모릅니다. 잘난 사람들에 대한 선망과 자신을 되돌아보는 자성의 목소리보다는 출중하고 세련된 대열에 합류하지 못한 사람들의 박탈감으로 세상은 더 우울해질지 모릅니다.
박상현 성형외과 전문의
|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