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7.05 19:18
수정 : 2016.07.06 17:32
[인터뷰] 한국인보다 ‘위안부 할머니’ 더 사랑한 마리오
사진작가 마리오(본명 야지마 츠카사)는 일본인이지만 한국인보다 더 한-일 정부의 지난해 12·28합의에 대해 분개한다. “그렇게 할머니들의 뜻을 무시할 수 있는 건가요? 어떻게 정부가 피해자를 제쳐두고 멋대로 그런 합의를 할 수 있는 거죠?”
일본 정부는 그렇다 해도 한국 정부의 태도는 이해할 수가 없다. “가해자인 일본 정부의 입장을 그대로 받아들였습니다. 일본 정부엔 더 이상 책임이 없다고 확실하게 다짐해둔 것이죠. 할머니들이 사죄와 배상을 요구하면 일본 정부는 이 합의를 핑계로 자신에게는 그럴 의무가 없다고 주장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는 사회 초년 시절 일본의 <아사히신문>에서 3~4년 사진기자로 일하다가 프리랜서로 뛰어들었다. 대학 때부터 관심을 갖고 있던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좀 더 천착하기 위해 2002년 한국의 경기도 광주 나눔의집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2003년부터는 나눔의집에 눌러 붙어서 할머니들과 함께 생활하기도 했다. 본인도 바라는 바였지만 “빈번하게 찾아오는 일본 방문객들을 위한 통역이나 안내를 맡아달라”는 할머니들의 요청에 따른 것이었다. 2006년 그곳에서 나온 뒤 일본으로 돌아가지 않고 독일에서 활동하고 있다.
“일본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정부 뿐 아니라 시민사회에서도 관심이 없습니다. 과거엔 그 내용을 알 수 없었기 때문에 그랬다고 핑계를 댈 수 있었지만, 지금은 청소년조차 모두 알고 있는데 움직이지 않습니다. 그들은 대부분 정부가 주장하는 대로 제 발로 위안부가 되었다, 1965년 한일협상 때 정부간 해결된 문제라고 손쉽게 믿어 버립니다. 그게 편하니까요.”
7월3일 베를린 브란덴부르크 문 앞 파리자 광장에 왔다가 캠페인을 지켜본 일본인 여성 관광객에게서 들은 이야기는 그를 더욱 가슴 아프게 했다. “한국인들이 저러니까 한일 관계가 나빠진다, 일본이 사죄할 만큼 하지 않았는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라고 아베 총리가 하는 말을 그대로 따라 하더군요.”
어이가 없었지만, 마리오는 일본군 위안부의 진실을 세상에 알리는 게 얼마나 중요한 지 새삼 절감했다고 한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한국인만의 이슈가 아닙니다. 세계 여성의 인권유린에 관한 문제이고, 제국주의 역사를 청산하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다시는 전쟁과 여성에 대한 인권유린이 되풀이되지 않게 할, 인류 역사 발전의 계기가 담긴 이슈입니다.”
그는 ‘나비의꿈’ 캠페인에 감동했다. 캠페인 방식도 인상적이었지만 “한국 활동가들은 대개 한국의 피해자만 이야기를 하는데, 이번 캠페인에선 아시아 나아가 유럽의 피해자 할머니들까지도 함께 이야기” 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자청해서 ‘나비의꿈’ 일행을 이끌고, 히틀러가 방화했고, 이를 사회 혼란 세력의 짓이라고 조작해 사회주의자·공산주의자, 심지어 동성애자까지 구금하고 고문하고 살해하는데 이용했던 제국의회 건물, 학생과 교수들이 나치에 저항했던 훔볼트 대학, 유태인 학살의 기억을 새기고 있는 홀로코스트 기념관, ‘전쟁과 국가 폭력에 희생당한 이들을 위한 전당’과 케테 콜비츠의 ‘피에타’ 상 등으로 안내했다.
그는 안내를 모두 우리말로 했다. 경상도·전라도 사투리가 조금씩 섞여있는 우리말이다. “여러 곳에서 오신 ‘나눔의집’에서 할머니들에게 배우다 보니” 그렇게 됐다고 했다.
베를린/글 곽병찬 대기자
chankb@hani.co.kr, 사진 나비의꿈 미디어지원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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