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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9.24 14:44 수정 : 2019.09.24 17:52

그래픽_김승미

Weconomy | 송경화의 올망졸망2

삼성 QLED가 ‘비상용화’ 미래 기술과 겹쳐
‘소비자 혼란’ 악용 상술이라며 공정위 신고
LG “불공정 마케팅 잦아…참다참다 했다”
삼성 QD필름 18달러…가격 인하 여지 커
QD-OLED까지 진출하며 LG 위협
삼성은 “근거없는 비방에 강력 대응”

그래픽_김승미
사실 텔레비전(TV) 이슈를 관심있게 봐온 이들에게 ‘삼성전자 큐엘이디(QLED)’ 대 ‘엘지(LG)전자 올레드(OLED)’ 싸움은 꽤나 익숙한 주제일 겁니다. 세계 1위 삼성전자와 2위 엘지전자는 두 대표 상품을 내세우며 기술력과 마케팅에서 끊임없이 경쟁해왔죠. 최근 엘지전자가 삼성전자의 ‘큐엘이디’ 마케팅이 표시광고법을 위반했다고 한국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면서 갈등이 정점에 달한 모습입니다. 삼성전자가 큐엘이디라는 용어를 마케팅에 처음 사용한 게 2017년 4월이니까 이번 공정위 신고는 2년5개월 만의 조처입니다. 엘지전자는 왜 이제 와서 삼성전자에 대해 ‘공정위 신고’라는 강수를 두는 걸까요?

LCD 〈 QD-LCD vs OLED 〈 QD LED 일단 기술적 설명이 간단하게 필요하겠죠. 전부터 디스플레이 업계와 학계에선 큐엘이디라는 용어가 사용돼왔습니다. ‘Quantumdot Light Emitting Diodes’의 약자인데요. ‘양자점발광다이오드’로 번역됩니다. QLED 또는 QD-LED로 불리는 이 기술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와 유사하지만 유기 소재 대신 양자점(QD)을 사용해 오엘이디보다 더 앞서는 기술로 평가됩니다. 아직 상용화는 안 됐죠. 삼성디스플레이와 엘지디스플레이 모두 연구 중입니다. 상용화엔 수년은 더 걸린다고 하네요.

현재 티브이 시장은 별도 광원으로 ‘백라이트(후방 조명)’가 필요한 엘시디(LCD) 중심입니다. 삼성전자는 이 엘시디에 퀀텀닷(QD) 성능의 필름을 붙여 색 재현율을 크게 높인 제품을 주력으로 삼고 있습니다. 시장분석기관에선 이를 QD-LCD라고 부르는데요. 삼성전자는 2016년 이 제품을 ‘SUHD’로 명명하다 2017년부터 문제의 ‘QLED’라는 이름으로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반면 엘지전자는 빛을 내는 반도체 소자 발광다이오드(LED)를 기반으로 유기 물질이 자체 발광하는 오엘이디 티브이를 2013년부터 내놓고 있습니다. 엘지전자 상품명으론 ‘올레드’입니다.

정리하자면 엘시디 티브이를 삼성전자는 큐디-엘시디로 개선시키면서 큐엘이디로 명명하기 시작했고 엘지전자는 오엘이디 패널의 새 제품을 만들어 경쟁하고 있습니다. 양사 모두에 미래 기술로 불리는 큐디-엘이디, 즉 큐엘이디와 삼성의 마케팅 용어 큐엘이디가 겹치면서 결국 소비자에게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는 것이 지금까지 엘지전자가 제기해온 주장입니다.

17일 서울 여의도 엘지(LG)트윈타워에서 열린 엘지전자 디스플레이 기술설명회에서 엘지전자 에이치이(HE)연구소장 남호준 전무가 패널의 차이를 설명하기 위해 큐엘이디(QLED) 티브이(TV)에 적용된 퀀텀닷 필름을 들고 있다. 엘지전자 제공
LG “삼성의 불공정은 하루 이틀, 한 두개가 아니다”

그렇다면 엘지전자는 왜 삼성전자가 큐엘이디 용어를 사용한 지 한참이 지난 이제서야 문제제기를 ‘세게’ 하고 나선 것일까요. 이런 답이 돌아왔습니다. “참다 참다 이번에 한 것”이라는데, 이번이 처음은 아니라고 합니다. 예컨대 지난해 삼성전자는 신제품 ‘더 월’을 발표하며 “마이크로 엘이디” 티브이로 소개했는데요. 학계에서 인정하는 마이크로 엘이디 소자는 가로·세로 각각 100㎛ 이하여야 하는데 삼성전자 제품은 각각 122㎛, 240㎛였습니다. 이는 마이크로 엘이디가 아니라 ‘미니 엘이디’라는 다른 범주에 해당된다는 반론이 나왔죠.(▶관련 기사 : 삼성전자 마이크로 LED TV ‘과장 명칭’ 논란)

최근에는 차세대 해상도인 8K(8000)를 두고 논란이 또 불거졌습니다. ‘선명도 50%’라는 국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데도 삼성전자가 ‘8K’라고 자사 제품을 명명해 소비자를 호도하고 있다는 것이 엘지전자의 주장입니다.(▶관련 기사 : 삼성-LG, 차세대 TV ‘8K 주도권 경쟁’ 불붙었다) 이번 ‘8K’ 논쟁이 기존 큐엘이디, 마이크로 엘이디 등 누적된 ‘과장 마케팅’ 논란에서 일종의 ‘트리거’가 됐다는 겁니다. 엘지전자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1등 시장 지배 사업자로서 브랜드 파워와 마케팅을 이용해 고객에게 부정확한 정보를 지속적으로 내세우는 상황을 더 이상은 두고 볼 수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제품과 서비스의 혁신이 아닌 소모적 논쟁을 지속하는 것으로 소비자와 시장을 혼란스럽게 하는 것”이라며 “근거없는 주장에 대해서는 단호히 대응하겠다”고 반박했습니다. 삼성전자는 다만 엘지전자 주장대로 선명도가 10%대에 불과한지 여부에 대해선 “그 기준으로 측정해보지 않았다”고만 답했습니다.

LG, ‘2위’는 지키지만 위기감 가속

이번 티브이 전쟁은 글로벌 티브이 시장의 흐름과 함께 봐야 좀 더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전세계 티브이는 연간 2억대가량 출하되고 있는데요. 인구 감소와 기술력 향상 등으로 ‘2억대’에서 정체기에 놓여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2019년 상반기 기준 금액으로 30.4%의 점유율, 수량으로 19.1%의 점유율로 명실공히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엘지전자는 금액으로 16.5%, 수량으로 12.6%를 차지해 2위를 지키고 있고요. 시장조사기관 아이에이치에스(IHS) 마킷의 수치입니다. 삼성전자는 큐엘이디의 대표 주자이고, 엘지전자는 일본의 소니와 함께 오엘이디 진영을 이끌고 있습니다.

큐엘이디 티브이는 지난 1분기 92만대 판매됐는데 이중 98%(90만대)가 삼성전자 제품입니다. 2분기엔 120만대로 수치가 크게 늘었습니다. 삼성전자의 큐엘이디 티브이는 기존엔 고가 제품 위주로 판매돼왔는데 최근엔 1000달러 미만의 저가 제품 판매가 크게 늘어나고 있습니다.(▶관련 기사 : 저가 QLED TV 판매 16매 늘린 삼성…‘프리미엄 경쟁’ 포기하나) 저가 큐엘이디 티브이는 지난해 1분기 전세계에서 7000대 팔렸는데 올 1분기에는 11만7400대로 늘어 1600% 이상 증가했습니다.

삼성의 이같은 ‘저가품’ 확대에는 큐엘이디 티브이의 ‘태생’이 연동돼 있습니다. 아이에이치에스마킷이 지난 5월 내놓은 자료를 보면 엘시디 패널에 붙이는 ‘퀀텀닷 필름’ 가격은 올해 18.6달러(55인치 기준)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데요. 2만원가량의 필름으로 기존 엘시디와 달리 고가 판매를 이어온 만큼 가격 인하의 여지도 크다는 것이 업계 분석입니다. 삼성전자가 그만큼 그동안 ‘마진’을 잘 남겨왔다는 의미도 되겠죠. 결과적으로 삼성전자는 큐엘이디 기반 포트폴리오를 저가부터 고가까지 점차 다양화하며 시장 1위 점유율을 공고히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여기에 삼성전자는 오는 10월10일 자회사 삼성디스플레이의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밝힐 예정인데요. 충남 아산 탕정 사업장에서 양자점 유기발광다이오드(QD-OLED) 패널을 생산하기 위해 13조20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입니다. 결국 삼성디스플레이도 엘지디스플레이처럼 대형 오엘이디(OLED) 생산에 뛰어드는 양상인 겁니다. 이를 자사의 기존 엘시디 기반 큐엘이디 티브이보다 한 단계 급이 높은 상품으로 마케팅하고, 엘지가 주력하는 W-OLED와 차별화하면서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하려 할 것으로 보입니다.

17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울알앤디(R&D)캠퍼스에서 열린 ‘8케이(K) 화질 설명회''에서 용석우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개발팀 상무가 8K 기술 발표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반면 엘지전자가 만드는 오엘이디 티브이의 경우 초반에 비해 가격이 많이 떨어지긴 했지만 큐엘이디만큼은 어렵습니다. 현재 대형 오엘이디 패널은 엘지디스플레이가 독점 생산 중인데 만드는 족족 판매되고 있습니다. 엘지전자와 소니 등 15개 티브이 제조사에서 모두 사가기 때문입니다. 엘지전자의 올레드 티브이도 생산되는 만큼 모두 판매로 이어지고 있죠. 엘지전자가 판매량을 늘리려면 엘지디스플레이의 생산량 확대가 필수입니다. 엘지디스플레이는 최근 중국 광저우에 공장을 준공하며 오엘이디 패널 생산량을 늘리기로 했는데요. 엘시디 패널 가격 하락으로 디스플레이 업체들 전반의 불황이 가속화하면서 지속적인 투자 확대가 쉽지만은 않은 상황입니다. 결국 일종의 ‘위기 의식’이 이번에 ‘독한 엘지’로 이어졌다는 게 업계 평가입니다. 이와 함께 지난 6월 엘지그룹에 ‘4세’ 구광모 회장이 취임하며 조직 분위기가 공세적으로 변한 것도 최근 엘지전자의 움직임에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최근 중국의 1위 티브이 제조사 티시엘(TCL)이 한국 특허청에 ‘TCL QLED’ 상표를 출원하는 등 국내 진출을 준비중이고요. 통신장비업 세계 1위인 중국 화웨이는 지난 19일 독일 뮌헨에서 새 스마트폰 ‘메이트30’을 발표하며 티브이 신제품 ‘화웨이 비전’을 공개했습니다. 본격적으로 티브이 시장에 뛰어들겠다는 선언이었는데요. 삼성전자처럼 큐엘이디 티브이입니다. 통신 강자인 화웨이는 티브이 등을 매개로 스마트홈 아이오티(IoT·사물인터넷)를 비롯해 생활 전반 서비스로 영역을 확대하겠다는 포부입니다. 여러모로 국내 업체들에 위기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인 겁니다.

엘지전자는 ‘삼성전자 큐엘이디’ 마케팅에 대한 공정위 신고를 시작으로 향후 “할 수 있는 것은 다 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당분간 ‘티브이 전쟁’은 지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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