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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 우리나라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크다 보니, 법안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삼성과 이재용 부회장의 이름이 거론됩니다. 12월 23일 기업활력제고를위한 특별법(일명 원샷법)을 두고 국회 산업통상자원위 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이 법안소위 심사를 진행했습니다. 주주총회를 이사회로 갈음할 수 있는 소규모 합병 기준을 완화해주는 등 절차를 간소화하는 걸 골자로 하는 특별법인데요. 정부·여당은 석유화학, 철강 등 과잉공급 산업의 재편을 위해 빨리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야당은 재벌들이 지배구조 강화와 경영권 승계에 악용할 수 있다며 중견·중소기업으로 한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날 회의에서 주요 논의 대상은 ‘때 아닌’ 삼성과 이재용 부회장이었습니다. 산업재편을 위해 기준을 완화해놓으면 재벌들이 악용하지 않겠냐는 우려 때문인 거지요. 재벌이 백주 대낮에 그렇게 하겠느냐는 말까지 나왔는데, 그렇게 하고도 남을 거라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이관섭 산업통상자원부 제1차관 “정말로 악용하고자 싶으면 굳이 이걸로 가지 않을 겁니다. 예를 들어 뭐 말씀하신 이재용 부회장이 뭘 어떻게 다른 걸 하고 싶다, 뭐 그것도 공급과잉 업종인데 (경영권 승계 악용 등) 다른 걸 하고 싶다 그러면 그냥 표시 안 나게 다른 일반 법으로 적당히 해서 가지 굳이 드러내놓고 이걸 이렇게 하겠습니까? 저는 재벌이 그런 쪽으로 가지는 않을 거라고 봅니다. 하고 싶으면 자기들이 이것 안 하고 진짜 위원님 말씀하신 대로 살살 빠져나가지 굳이 이것을 백주에 대놓고 이렇게 하겠습니까?” 한참을 가만히 듣고 있던 새정치민주연합 백재현 의원은 한 마디만 했습니다. 백재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그러고도 남습니다.” 새정치연합은 당장 구조조정이 시급한 석유화학·조선·철강에 대해서는 대기업집단을 포함시키고 나머지는 중견·중소에 한정하자고 새로운 제안을 내놨습니다. ‘전 업종 대기업 제외’에서 한 발 양보한 겁니다. 하지만 산업부는 예컨대 삼성전자의 상황도 어렵다고 봤습니다. 이관섭 산업통상자원부 제1차관 “실례를 하나 들어보면 작년 2/4분기에 삼성전자의 휴대폰이 중국 시장에서 1위를 했습니다. 작년 2/4분기에 1등 하던 게 작년 3/4분기에 2등으로 내려왔습니다. 4/4분기에 3등으로 내려왔습니다. 지금 삼성전자의 휴대폰은 중국시장에서 거의 기타로 분류됩니다. 굉장히, 1년 만에 1위에서 그냥 존재가치가 없는 브랜드로 떨어져 버렸습니다. 그만큼 시장에서 일어나는 현상들이 글로벌하게는 굉장히 역동적으로 바뀌고 있는데 이 법으로 업종을 제한하고 대기업 기업 규모를 제한한다는 것 자체가 시장에서의 대응을 굉장히 어렵게 하고 있습니다.” 백재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그런데 우리가 지금까지, 우리 대한민국의 재벌을 못 믿잖아요, 국민들이. 엉뚱한 짓을 하도 많이 하니까… 대기업에 대한 인식을 잘 가지려고 하더라도 지금까지 대기업들이 하는 형태들을 보면 얼마나 많은 분사를 하고 많이 나눠 가지고 지금 골목 시장에 다 상처를 주고 문제가 되고 있잖아요. 이런 것들을 우리는 수없이 많은, 오랫동안의 많은 경험을 통해서 국민들이 알고 있단 말이에요. 더구나 이런 특례까지 주어 가면서까지 이 특별법을 만들어 가지고 그런 것을 촉진시킬 수 있는 상이 될 수 있을까봐 걱정이 되는 거거든요.” 홍영표 새정치연합 의원도 보탰습니다. 홍영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삼성전자 시총(시가총액)이 190조원입니다. 이법에서 말하는 소규모 분할은 20%까지 할 수 있지요?” 이관섭 산업통상자원부 제1차관 “소규모 분할은 10%입니다, 10%” 홍영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좋아요, 10%면 19조원까지는 주주총회 없이 그냥 이재용 부회장이 ‘해’ 하면 하게 돼 있어요. 그렇지 않습니까?” 이관섭 산업통상자원부 제1차관 “위원님, 할 수는 있지만….” 홍영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19조원이면 엄청난 겁니다. 10%는 주주총회 없이 그냥 가는 거예요. 그러면 주주총회 없이 했을 때 그 주식에 대해서 피해를 볼 수도 있어요.” 야당과 정부 간의 논의를 듣던 새누리당 이진복 의원도 새 중재안을 내놨습니다. 이진복 새누리당 의원 “잠깐만요, 이것을 주주총회 기간을 좀 당겨주는 정도로 하고 이사회에서 의결하는 것을 전부 치워버리고 전부 주주총회에서 하는 것으로 하면 어때요? 그렇게 하면 되잖아요?” 이관섭 산업통상자원부 제1차관 “지금 주주총회를 생략하는 게 소규모 합병이고 간이합병입니다. 지금 상법상에도 10%면 소규모 합병이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이 법의 목적은 10%를 조금 넓혀 20%까지는 소규모 합병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소액주주의 그런 문제는 소규모 합병을 반대할 수 있는 범위를 현행 법에는 주주들이 20%가 모여야 반대할 수 있지만 이 법에는 오히려 주주 권한을 강화하기 위해 주주들이 10%만 모여도 반대할 수 있는 장치를 넣어놨습니다.” 이진복 새누리당 의원 “그러니까 그 조항을 없애 버리고 차라리 전부 다 주주총회를 하라는 말이예요. 그러면 훨씬 좋잖아요?” 이관섭 산업통상자원부 제1차관 “위원님, 주주총회를 하려면 주주 명부를 폐쇄해야되고요, 미리 통지를 해야 되고, 그게 한 이삼십일 걸립니다. 한전 같은 경우에 저희들이 사장을 임명하기 위해서 주주총회를 하려면 약 50일이 소요됩니다. 그래서 주주총회를 한 번 하는 게….” 결국 타협안을 찾지 못하고 또다시 삼성 얘기로 돌아왔습니다. 홍영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삼성전자를 예로 들면 지금 19조원 미만은 그냥 사업재편, 공급과잉 분야다, 이렇게 뭔가 정당화시키는 논리를 만들어가지고 하면 할 수 있거든요. 그래서 이게 엄청난 겁니다. 아시겠지만 지난번에 삼성물산하고 제일모직이 합병할 때 국민연금이 한 9000억원 정도 손실을 본 것 아시지요, 소액주주로서?” 이관섭 산업통상자원부 제1차관 “국민연금이 소액주주라기보다는, 국민연금은 사실은 소수주주가 아닙니다만 기관투자자로서 예를 들어….” 홍영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기관투자자로 대개 우리나라 주요 기업에 10% 미만을 투자하고 있지 않습니까, 국민연금이? 그래서 지난번에 9000억원 손실을 봤어요.” 이관섭 산업통상자원부 제1차관 “위원님, 그게 그 당시 며칠 지난 주가로 봐서는 그런 거고 합병의 효과는 기다려봐야 되지 않겠습니까?” 대기업이 실제로 악용하지 못하게 사전 심사와 사후 승인 취소 등 4중 방지 대책을 강력하게 마련했다, 그리고 ‘백주에 대놓고 그렇게 하겠냐’는 정부. 대기업집단은‘구조조정을 위해 했는데 지배구조 강화가 부수적으로 따라왔다, 그럴 의도는 아니었다’며 방지 대책도 피해갈 수 있고 결국 법적 다툼으로 이어질 것이다, ‘그러고도 남는다’는 야당. 결국 양쪽 의견 차이는 우리나라 재벌에 대한 신뢰도의 시각차에서 오는 걸로 보입니다. 독자 여러분들은 어떻게 보세요?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3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2015년 핵심개혁과제 점검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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