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BAR 남기남의 솔까쓰
‘남을까, 떠날까’ 새정치 의원들의 속사정
“허허벌판에 혈혈단신 나선다”는
그의 말마따나 혼자였습니다.
21일 신당 창당 계획을 밝혔는데요,
함께한 의원은 4명뿐이었습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창업자였고
대선후보로서 대중적인 지지도를 갖춘
명성에 비하면 초라한 숫자였습니다.
원내교섭단체 20석에도 턱없이 부족해요.
문재인 체제를 놓고 주류와 비주류 간
치고받고 싸우던 갈등의 강도에 비하면
‘분열의 속도’는 더뎌 보입니다. 왜 그럴까요? 공천과 당선 가능성,
두 가지 키워드로 설명해보겠습니다.
정치를 계속하고픈 현역 의원에게
재선은 가장 중요한 목표입니다.
총선이 임박해서는 더욱 그렇죠.
선거가 4개월 정도 남은 지금 의원들은
새정치연합에 남아야 하느냐,
‘안철수 신당’으로 가야 하느냐를
‘총선에서 나의 승리’라는 관점에서
판단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수도권 의원 처지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총선 때 수도권에서는 어느 정당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혈투가 벌어집니다.
2012년 19대 총선 때
수도권 선거구 112곳 중 31곳에서
5% 미만의 차이로 당락이 갈렸습니다.
1천표 미만의 박빙 승부가 펼쳐진 곳도
9곳이나 됐고요.
후보의 능력과 자질은 물론이고
정당의 지원과 자원이 총동원돼야
이길 수 있는 겁니다.
제1야당 프리미엄을 포기하기 쉽지 않습니다.
지금의 새정치연합은 호남을 지지 기반으로
10년의 집권 기간 동안 형성된
나름의 고정 지지층이 있습니다.
막 삽을 떠서 집을 지으려는 ‘안철수 신당’보다
120여석의 거대정당이
훨씬 안정적인 보금자리라는 얘기입니다. 수도권 의원들의 안정 심리는
송호창 의원의 행보에서도 드러납니다.
송 의원은 2012년 4월 총선에서
의왕·과천 지역구에 경선 없이 전략공천됐고
민주통합당 후보로 손쉽게 배지를 달았죠.
그러고 6개월 만에 탈당해
안철수 캠프에 합류했습니다.
안철수 대통령을 만들겠다며
제1야당을 홀로 뛰쳐나간 ‘안철수의 남자’인데
이번에는 ‘탈당은 없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야권이 분열되고 힘이 분산되면
앞날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상황,
상당히 불안해하고 있다.”
앞날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상황,
상당히 불안해하고 있다.”
집안 탁자 밑으로 숨어드는 게 가장 안전한 법입니다.
호남 의원들은 총선 본선보다는 공천이 더 중요한데
이게 불확실하거든요.
호남은 ‘민주당’ 깃발만 꽂으면
비교적 쉽게 당선이 되는 지역이다 보니
총선 때마다 혁신 공천의 대상이었습니다.
그러니 현역 의원을 평가해 하위 20%를
공천 과정에서 교체하겠다는 당의 방침에
현역 의원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는 거죠.
선제적으로 당을 나가 ‘안철수 신당’에
새 둥지를 트는 게 나을 수도 있습니다.
호남에서는 새누리당 후보가 위협적이지 않습니다.
범야권이 힘을 모아야 할 현실적 필요도 적으니
수도권보다는 탈당의 발걸음이 훨씬 가볍죠.
문재인 체제에 호의적이지 않은
수도권의 한 비주류 의원은 이렇게 말합니다.
“호남은 안철수 신당 대 무소속 구도로 갈 공산이 크다.
문재인에 대한 반감이 워낙 거세서 돌이킬 수 없는 지경.”
문재인에 대한 반감이 워낙 거세서 돌이킬 수 없는 지경.”
호남 유권자들의 현역의원 지지도가 높지 않습니다.
“내년 총선에서 현역 의원들을 찍지 않겠다”는 응답이
호남에서는 49.1% 나왔습니다.
수도권(51%)과 제주(50%)에 이어 높은 수치입니다.
호남 의원들이 탈당을 하고 말을 갈아탄다고 해도
‘본선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거죠.
문재인 대표의 측근은 이렇게 말합니다.
“안철수 신당이 재지지율이 낮은 현역 의원들을
총선에 후보로 낸다면, 아무리 문재인이 밉다고 해도
그 후보들을 찍을 수 있겠냐.
안철수 의원 쪽도 딜레마일 것이다.”
총선에 후보로 낸다면, 아무리 문재인이 밉다고 해도
그 후보들을 찍을 수 있겠냐.
안철수 의원 쪽도 딜레마일 것이다.”
마냥 반길 일이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안 의원이 “새정치연합과의 연대는 없다”고 다리를 끊어놓아
의원들의 고민은 더욱 깊습니다.
제1야당의 구심력과 안철수 신당의 원심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상황이죠.
새누리당 지지층까지 잠식하며
15% 지지율을 상회하는
‘안철수 신당’의 잠재력은 만만치 않아 보입니다.
당장 비주류의 막후 실력자라 할 수 있는
김한길 의원(서울 광진갑)이 탈당한다는 보도가 나오고
임내현 의원(광주 북을)은 23일 탈당하며
안철수 신당 합류를 선언했습니다.
이로써 안 의원 쪽에 합류한 새정치연합 의원은
모두 5명이 됐는데 그중 4명이 호남 의원입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유지를 받들어
통합을 강조하던 박지원 의원(전남 목포)마저
“정치인은 민심을 떠나서 존재할 수 없다.
제가 어디에 서 있을지 그건 예측 불허”
라고 말하기 시작했네요.
주요 변수를 집어넣어 계산한 뒤에
남은 의원들은 탈당 여부를 결정할 것입니다.
물론 가장 중요한 참고 자료는 여론의 향배겠죠.
안철수의 ‘깨어난 포스’가 판을 흔들고 있습니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IMAGE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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