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BAR : 남기남의 솔까쓰
여의도 운전자들의 역주행
우리나라 국회의원은 2가지 형태입니다.
지역구와 전국구.
지역구 의원은 총선에서 선거구에 출마한 후보 중
가장 표를 많이 얻은 사람이 됩니다.
비례대표는 정당 지지 비율로 나누는데요.
총선 때 우리는 2표를 행사하잖아요.
하나는 지역구 후보에게, 하나는 정당에.
각 정당은 비례대표 시킬 사람을
순위를 매겨 유권자들에게 공개하고요.
정당 지지표를 전국적으로 모아서
그 점유율 만큼 비례대표 의석을 배분하는 거죠.
19대 국회의원 수는 모두 300명인데
그중 비례대표는 54명이었습니다.
어느 정당이 50%의 정당 지지율을 얻었다면
비례대표 의석의 절반인 27석을 가져가게 됩니다.
개편해야 하는 이유가 생겼어요.
2014년 10월 헌법재판소가
선거구 그림을 다시 그리라고 했거든요.
지금까지 선거구 간 허용된 인구 편차 비율은
3대1이었어요.
유권자 30만명의 지역구나 10만명의 지역구나
똑같이 국회의원 1명을 뽑는 게 문제 없었죠.
헌재는
이 편차가 너무 크다며 비율을 2대1로 줄이라고 했어요.
당연히 사람이 적게 사는 농촌 선거구는 줄어들고
인구밀도가 높은 도시 선거구는 늘어야겠죠.
선거제도 개편에 착수했어요.
국회의원이 아닌 학계·시민단체·선관위가 참여한
독립적인 선거구 획정위원회가 가동됐지만
결과를 내놓지 못했습니다.
국회의원들이 모인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도
논란은 계속되고 있어요.
제 머리 깎기는 더 어려운 법이죠.
지역구 의원을 7석 늘리는 데는 합의했습니다.
새정치연합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주장하고는 있지만
(▶관련기사:한발짝도 양보 않는 새누리)
기존의 비례대표 의석을 줄이는 데는 이견이 없네요.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 각각
영남과 호남에 기반을 둔 정당이다 보니,
비례대표를 줄여 그만큼 농어촌 지역구 의석 수를
‘방어’하겠다는 셈법은 일치하는 것이죠.
현행 선거 제도의 이점을 톡톡히 누리며
실제 득표율보다 많은 의석을 챙기는 새누리당이
비례대표 확대를 더욱 강하게 반대합니다.
비례대표 늘리자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1등만 지역구 국회의원이 되는
우리나라 선거 제도에서는
버려지는 2등, 3등 표가 너무 많다는 지적이었죠.
선거구에서 1등만 살아남는 지금의 제도가
지역을 기반으로 한 보수 양당 구도를
공고히 한다는 지적도 많습니다.
비례대표를 확대하면
소수자, 약자, 직능별 전문가의 목소리를
다양하게 반영할 수 있는 장점도 있습니다.
소수정당인 정의당도
비례대표 축소를 강하게 반대하고 있습니다. 물론 지역민들이 직접 뽑은 지역구 의원이
훨씬 민주주의 원칙에 부합한다는 반론도 있긴 해요.
정당이 자체적으로 공천하는 비례대표 후보를
어떻게 믿고 배지를 달아주냐는 지적도 있습니다. 그러나
지역구 중심의 우리 국회는 폐해가 적지 않습니다.
예산안 심사 때마다 지역 민원성 사업에
엄청난 나랏돈이 충분한 검토 없이 배정되고 있다는 사실,
많이 들으셨죠?
국민 전체의 이익을 위해 일해야 하는 국회의원이
자기 밥줄을 쥐고 있는 지역 유권자들에게만 충성하는 것입니다.
낯 두꺼운 민원 청탁이나 예산 배정을 지적하면
국회의원들이 부끄러워 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반길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관련기사:안 의원은 왜 비판기사에 좋아요 눌렀나)
국민정서상 이것도 추진하기가 쉽지 않은 일이죠.
그래서 지역구의 이익을 위해 만만한 비례대표를 줄이는
‘역주행’이 가능한 것입니다. 국민의 투표 행위가
국회 구성에 평등하게 반영될 수 있는 선거 제도,
언제쯤 마련될 수 있을까요?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