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BAR : 남기남의 쏠까쓰
12월3일 새벽내년도 예산안 수정안이 국회 본의회를 통과했어요.
386조 4000억원 규모죠.
동시에 여당이 요구했던
경제활성화 법안도 통과됐어요.
야당이 요구한 법안들도 통과됐지만,
여당이 ‘훠얼씬’ 많이 남는 장사를 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에요.
-2일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 새누리당은 예산안 관련 협상이 시작될 때부터
“우리가 요구하는 법안 처리를 안 해주면
예산안을 정부 원안대로 처리하겠다”며
으름장을 놨어요.
‘국회선진화법’(국회법 개정안)
때문에 가능했어요. “예산안 심사를 매년 11월30일까지 마쳐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다음날에 바로 본회의에 부의된 것으로 본다.”
-국회법 제85조의3 이 조항에 따라 12월1일 0시를 기해 정부 예산안이 본회의에 자동부의됐어요.
과반의석을 갖고 있는 새누리당 뜻대로
정부 원안을 내년도 예산안으로 확정할 수 있는 거죠.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 등을 통해 처리를 촉구한
‘3대 경제활성화 법안’ 중
국제의료사업지원법과 관광진흥법을 얻었구요.
야당 반대로 10년 넘게 상임위원회 문턱조차 넘지 못한
테러방지법과
보수 진영이 강하게 요구해온
북한인권법을
9일 정기국회 종료 때까지 ‘합의 후 처리’하기로 했어요. 심지어
야당이 상임위원회 심사조차 꺼리던
기간제법·파견제법을 포함한 ‘노동 5법’을
임시국회에서 ‘합의 처리’하기로 하는 개가(?)를 올렸어요.
“예산안을 정부 원안대로 처리하겠다.”
이게 왜 야당에 협박이 되는 거죠?
정부예산안을 어떻게든 삭감하고 지역구 예산을 집어넣어야 했기 때문이에요.
총선이 코앞이죠. 의정 성과를 홍보하려면 이런 예산 끌어오기가 필수에요. 그런데,
그건 여당 의원도 마찬가지 아닌가요?
실제로 여당 실세들은 정부 예산안을 고쳐 지역구 예산을 줄줄이 집어넣었어요.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지역구(경북 경산)를 관통하는 대구선 복선전철 사업 예산은 정부안(2251억원)보다 70억원 늘었다. 또 산업지구 용수 공급 시설과 진입도로 예산 등이 추가 편성되면서 100억원 이상이 최 부총리의 지역구에 추가 배정됐다. 친박 핵심인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전남 순천·곡성)도 재보선 공약대로 ‘예산폭탄’을 지역구에 안겼다. 가축분뇨 처리 시설과 파출소 신축 사업에 13억원 이상 편성됐고, 순천대 보수사업 등 34억원 이상의 각종 시설 예산을 챙겼다. 같은 당 원유철 원내대표(경기 평택갑)는 파출소 두 곳을 새로 짓기로 했고, 예결위원장인 새누리당 김재경 의원은 애초 13억1000만원이던 모교(경상대) 국제문화회관 건립 사업에 50억원을 더 보탰다."
“예산안을 정부 원안대로 처리해봐”라며
강짜를 부릴 수 있었던 것 아닌가요?
그럴 수 없는 이유가 있네요.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경기 안양만안)는 석수역 주변 하수시설 설치 예산 10억원을 확보했다. 이춘석 원내수석부대표는 지역구(전북 익산갑)에 박물관 시설확충 예산 10억원과 하수관거 정비 예산 5억원 등을 따냈다. 예결위 야당 간사인 안민석 의원(경기 오산)도 복합문화체육센터 설계비 30억원을 예산안에 새로 반영시켰다. 박지원 의원(전남 목포)은 무려 786억원의 지역구 예산을 챙겼다.”
여야 가릴 것 없이
‘제가 예산을 따냈습니다’라는 보도자료가 쏟아졌어요. 자, 이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아시겠죠?
여야 모두 지역구 예산 챙기려고,
법안처리에 적당히 합의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에요.
-2일 김기식 새정치연합 의원 “선거를 목전에 둔 국회의원들이 예산심의는 뒷전으로 한 채 지역구 예산 따기에 혈안이 되었다. 지역구 예산 몇 푼에 민생법안을 맞바꾸는 제1야당의 무책임과 무기력함에 화가 난다.”
-3일 심상정 정의당 대표 문제는 예산안과 법안을 ‘바꿔먹는 정치’가
매년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는 거에요. 의원들은 지역구 예산을 끌어와 속으로는 웃으면서
겉으로는 협상한 원내지도부를 탓하고
지도부는 국회선진화법 탓이나 하면 그만이죠.
선진화법 덕분에 국회에서 난투극이 사라졌다지만
이 법이 정말 국회를 선진화하고 있는지는 따져봐야겠어요.
‘지역구 예산 따내려고 법률안 처리에 합의할 수밖에 없었다’(ㅇ) 김원철 기자 wonchul@hani.co.kr
기사공유하기